유통
“비싸도 산다”…패션업계 ‘효자’로 뜬 수입브랜드
- [돌아온 소비, 달라진 옷장]①
패션·잡화 11% 늘 때 해외유명브랜드 30.8%↑
소비 양극화·‘상향 소비’에 고가 패션 성장세 두드러져
백화점 판매 데이터와 주요 패션기업의 실적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율을 보인 곳이 나왔지만 해외명품과 컨템포러리에서는 30~50%대까지 실적 증가율을 보였다. 이처럼 패션시장에서는 브랜드와 가격대에 따라 온도 차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패션·잡화 11% 늘 때 해외유명브랜드 30%↑
산업통상부의 ‘2026년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의 패션·잡화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0% 증가했다. 아동·스포츠도 8.5% 늘었다.
고가 해외 브랜드의 증가 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산업부가 집계한 해외유명브랜드 매출은 30.8% 증가했다. 패션·잡화보다 증가율이 19.8%포인트 높다. 산업부의 해외유명브랜드에는 전통 명품 등을 비롯한 고가 해외 브랜드가 포함된다.
백화점의 세부 상품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5% 증가했다. 여성컨템포러리는 55% 늘었고 스포츠도 20% 성장했다. 명품과 컨템포러리 등 고가 패션 상품군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이 나타난 셈이다.
패션기업의 실적에서도 국내외 브랜드가 함께 성장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2분기 매출은 59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40억원으로 63.6% 늘었다. 회사는 소비심리 호조와 상품 경쟁력 강화, 운영 개선과 함께 자체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의 고른 성장을 실적 개선 배경으로 꼽았다.
자체 브랜드 가운데 빈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10%, 에잇세컨즈는 약 12% 증가했다. 수입 브랜드도 성장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빈폴·에잇세컨즈·구호 등 자가 브랜드와 르메르·이세이 미야케 등 주력 수입 브랜드가 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한섬에서도 해외 브랜드의 성장세가 나타났다. 회사에 따르면 새로 들여온 해외 브랜드 매출은 2024년 전년 대비 39%, 지난해 36%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50% 늘었다. 한섬은 2022년 이후 아워레가시를 시작으로 토템·피어오브갓·리던·닐리로탄·텐씨·키스 등 해외 브랜드를 확대해왔다.
2분기에도 핵심 국내 브랜드와 신규 수입 브랜드의 성장세가 이어졌다. 한섬의 2분기 매출은 36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6억원으로 525.0% 늘었다. 회사는 백화점 집객 호조와 함께 핵심 국내 브랜드와 신규 수입 브랜드의 고성장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브랜드도 팔렸다…고가 패션은 더 빨리 성장
국내 브랜드 역시 소비 회복의 흐름에 올라탔다. 삼성물산의 빈폴과 에잇세컨즈가 두 자릿수 성장했고 한섬 역시 핵심 국내 브랜드의 성장을 2분기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증권가에서도 이런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MLB·디스커버리·휠라·스노우피크어패럴 등 매스 브랜드 합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 증가한 반면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의 매출은 11% 늘었다. 대중 브랜드도 지난해보다 회복됐지만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 속도가 이를 앞서는 ‘K자형 소비’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SK증권은 고가 패션의 강세를 ‘상향 소비’(Trading Up)로도 설명했다. 럭셔리·프리미엄 패션은 경기 변화에도 소비를 이어가는 고정 수요층이 시장을 받치고 있는 데다 기존 매스·미들 브랜드 소비자가 상위 가격대 제품으로 이동하면서 시장이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상향 소비가 하반기에도 프리미엄·럭셔리 패션 수요를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상승세는 소비 양극화 현상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가성비 제품을 찾는 소비와 고가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가 함께 나타나면서 시장이 양쪽으로 나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패션기업들이 해외 브랜드의 선택지를 넓힌 점도 시장 변화와 맞물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아미·메종키츠네·르메르 등을 전개하는 데 이어 지난 3월 산드로·마쥬·끌로디·휘삭의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한섬과 LF도 최근 몇 년간 신규 해외 브랜드를 잇달아 들여왔다. 소비자가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해외 브랜드의 폭도 넓어진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SK증권은 백화점 채널을 중심으로 해외 수입 브랜드를 유통하는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실적 성장세가 매스 브랜드 업체보다 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하반기 해외패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소비심리 개선에 따라 명품·패션 등 프리미엄 상품군의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변화가 실제 구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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