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옷 다시 사기 시작했는데…잘 팔리는 옷은 따로 있었다 [돌아온 소비, 달라진 옷장]①
- 상반기 백화점 매출 20.1% 증가
해외유명브랜드 30.8%↑…패션·잡화 앞질러
지난해에는 ‘옷을 사느냐’가 문제였다면 올해는 ‘어떤 옷을 사느냐’에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늘면서 백화점과 패션기업의 매출은 반등했지만 상품군별 회복 속도는 다른 모습이다.
백화점 매출 20% 뛰었는데…해외 브랜드는 30%
산업통상부의 ‘2026년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1%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율은 0.5%에 그쳤다.
올해는 매달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백화점 매출은 1월 전년 동월 대비 13.4% 증가한 데 이어 2월 25.6%, 3월 14.7%, 4월 21.7%, 5월 24.5%, 6월 22.2% 늘었다.
패션 기업 실적에서도 달라진 분위기가 나타났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2분기 매출은 59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40억원으로 63.6% 늘었다.
한섬도 2분기 매출 36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6억원으로 525.0% 늘었다. 한섬은 백화점 방문객 증가와 주요 국내 브랜드, 신규 수입 브랜드의 성장을 실적 개선 배경으로 꼽았다.
삼성물산에서는 자체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가 함께 성장했다. 빈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10% 증가했고 에잇세컨즈는 약 12% 늘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구호를 비롯한 자체 브랜드와 르메르·이세이 미야케 등 주요 수입 브랜드도 2분기 고르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상품군별 차이가 더 선명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의 패션·잡화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0%, 아동·스포츠는 8.5% 증가했다. 해외유명브랜드는 30.8% 늘었다. 패션·잡화와 비교하면 증가율 차이가 19.8%포인트다.
실제 백화점의 세부 상품군에서도 차이가 확인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럭셔리주얼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5% 증가했다. 여성컨템포러리는 55% 늘었고 해외명품과 스포츠는 각각 35%, 20% 증가했다. 같은 백화점 안에서도 고가 상품군과 컨템포러리 패션의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증권가에서도 패션시장의 회복 속도가 브랜드와 가격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점에 주목한다. SK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MLB·디스커버리·휠라·스노우피크어패럴 등 매스 브랜드의 합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의 매출은 11% 늘었다. SK증권은 이를 패션시장에서도 나타나는 ‘K자형 소비’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백화점이라는 유통 채널의 특성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백화점은 중저가 제품보다 고가 브랜드 비중이 높은 만큼 백화점 매출만으로 패션시장 전체의 소비 흐름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상승세는 소비 양극화 현상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도 지갑 열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백화점 매출을 끌어올린 또 다른 요인이다. 산업부도 소비심리 개선과 외국인 관광객 매출 증가를 올해 상반기 백화점 성장 배경으로 꼽았다.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7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83만명보다 21.3% 증가했다.
백화점에서 외국인이 쓴 돈도 늘었다. 올해 상반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총 1조7200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이 64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세계백화점 5800억원, 현대백화점 약 5000억원 순이었다. 모두 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롯데백화점에서 외국인 매출은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전 점포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5% 늘었다. 외국인 방문이 많은 본점에서는 증가율이 140%에 달했다.
명품에서도 외국인 소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신세계백화점의 상반기 외국인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9.3% 증가했고 롯데백화점은 130%, 현대백화점은 123% 늘었다.
다만 해외유명브랜드의 높은 성장세를 외국인 소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백화점 현장에서는 내국인 소비도 지난해보다 살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본점과 잠실점 등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내수 소비 회복도 전체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심리 지표도 개선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올해 4월 99.2에서 5월 106.1로 올라선 뒤 6월 106.6을 기록했다. 100을 웃돌면 장기평균보다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상반기 성적표만으로 패션 불황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이르다. 지난해 소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일부 반영된 데다 백화점과 고가 브랜드에 상대적으로 강한 회복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중저가 시장까지 소비가 고르게 살아나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백화점 및 패션업계에서도 현재까지 패션 소비 분위기는 긍정적이지만 주식시장 등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소비심리 개선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명품·패션 등 프리미엄 상품군의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 등 대내외 불확실성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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