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국장 변동성 잡는다더니 왜 미장까지?”…해외 단일 레버까지 ‘불똥’
- [서학개미의 분노]②
국내 증시 안정 대책인데…해외 ETF까지 ‘동일 규제’
“3년 전부터 샀는데 왜 지금”…청원까지 등장
금융당국은 상장 국가와 관계없이 특정 종목에 투자 위험이 집중되는 레버리지 상품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거래 급증이 대책 마련의 직접적인 배경이었던 만큼 해외 상품까지 일괄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한다.
실제 규제 시행을 전후로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매수세는 빠르게 위축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액 상위 50개 종목에 포함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지난 7월 27~30일 12개에서 규제가 시행된 7월 31일~8월 3일 6개로 절반으로 줄었다.
대표적인 상품이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TSLA 불 2X(TSLL)’다. 국내 투자자는 7월 27일 TSLL을 1억3053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28일과 29일에도 각각 1468만달러, 3315만달러를 사들였다. 하지만 규제가 시행된 31일 순매수액은 255만달러로 급감했고 8월 3일에도 1459만달러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가 거래 위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테슬라·구글·엔비디아 등 해외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도 강화된 기본예탁금 기준을 적용했다.
기존에는 가용증권을 포함해 1000만원을 보유하면 거래할 수 있었지만 규제 시행 이후에는 현금 3000만원을 예탁해야 신규 거래가 가능하다. 국내외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단일종목 레버리지’라는 상품 구조 자체에 같은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논란은 대책의 출발점과 실제 규제 범위 사이에서 발생한다. 당초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선 배경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몰리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 대책에서는 국내 증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작은 미국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한 개인투자자는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게 문제였다면 해당 상품을 규제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까지 한꺼번에 묶는 것은 투자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판단은 다르다. 상품이 어디에 상장돼 있느냐보다 한 종목에 투자 위험이 집중되는지를 기준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국내와 해외 모두 일반적인 ETF와 달리 분산투자 효과가 없다”며 “한 종목에 리스크가 집중되는 상품인 만큼 국내와 해외에 동일한 기본예탁금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상품에만 높은 진입장벽을 적용하면 규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거래가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비슷한 고위험·고수익 구조의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상품만 규제하면 투자자 보호라는 정책 목적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논리다.
투자자들은 규제 기준의 형평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레버리지 배수가 더 높은 지수형 상품은 이번 강화 조치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이나 MSCI 코리아 지수를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MSCI 사우스코리아 불 3X(KORU)’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지만 여러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는 이유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적용되는 강화된 기본예탁금 규제를 받지 않는다.
반면 테슬라를 2배 추종하는 TSLL은 단일종목 상품이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이다. 당국은 레버리지 배율보다 ‘분산투자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본다. 여러 종목을 묶은 지수는 특정 기업의 돌발 악재에 따른 충격을 분산할 수 있지만 단일종목 상품은 기업 하나의 실적이나 사건에 위험이 집중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단일종목과 지수형 상품이라는 구분만으로 실제 위험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3배 지수 레버리지 상품은 그대로 두면서 2배 단일종목 상품에 높은 진입장벽을 적용하는 것이 투자자가 체감하는 위험 수준과 일치하느냐는 것이다.
규제 시점도 논란거리다. 미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형성됐고 국내 투자자 역시 TSLL 등을 활발하게 거래해 왔다. 별도의 기본예탁금 규제가 없다가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급성장한 시점에 해외 상품까지 동시에 규제 대상에 들어간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거래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다”며 “상품 자체의 위험성이 문제였다면 왜 지금에서야 규제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불만은 청원으로도 이어졌다. 최근 ‘해외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규제 철회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제기됐다. 청원인은 “국내 증시 안정화라는 목표에 공감하지만 이와 상관없는 해외 상품까지 투자 제한을 함으로써 개인의 자율적인 자산 운용권을 과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예탁금 조건 완화와 개인별 투자한도 방식 등 대안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해외 상품까지 포함한 데에는 국내 상품 규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풍선효과’를 차단하려는 목적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상품의 진입장벽만 높일 경우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이 TSLL이나 엔비디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결국 쟁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느냐보다 규제의 경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이냐에 가깝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같은 구조의 상품에는 국내외 동일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당국과 국내 시장 안정에서 출발한 규제가 해외 투자 선택권까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투자자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특히 해외 상장 ETF는 한국 투자자만 참여하는 상품이 아니다. 국내 투자자에게만 3000만원의 진입장벽이 생기면서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같은 상품을 거래하면서도 접근 조건은 달라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필요성에는 이견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까지 규제해야 했다면 기존 투자 규모와 손실 위험,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토대로 규제 확대의 필요성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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