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신창재 교보생명 의장 "사냥꾼형 아닌 '농부형 설계사' 키워야"
- 수수료 분급제 등 제도 변화에 보험 영업체질 전환 강조
"단기실적 폐해 바로잡아야…고객·주주가치 중심 경영 전환"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보험설계사 판매수수료 개편을 계기로 신계약 판매에 치중했던 보험업계의 영업 관행을 계약 유지와 고객 보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계약을 많이 유치하는 '사냥꾼형' 설계사보다 고객이 실제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계약을 관리하는 '농부형' 설계사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0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신 의장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에서 열린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이 가입 고객에 대한 유지서비스는 소홀히 하면서 신계약 매출 실적만을 위해 과도한 수수료·시책 경쟁과 설계사 확보 경쟁을 벌여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 결과 불완전판매와 승환계약, 고아계약이 양산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신계약 확보를 위한 설계사 영입과 판매수수료 경쟁이 심화하면서 사업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과도한 사업비 지출은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을 높이고 기업가치와 배당 여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신 의장은 보험설계사 판매수수료 제도 개편이 이 같은 영업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7월 시행된 GA(보험대리점) 설계사 판매수수료 '1200%룰' 규제에 이어 내년 1월 시행되는 보험설계사 판매수수료 분급기간 확대는 단기실적 위주의 폐해를 바로잡고 '머니게임'으로 전락한 생명보험 산업을 다시 '이웃사랑 이야기'로 되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수수료 분급제는 보험상품 판매 이후 1년 이내 대부분 지급되던 설계사 수수료를 장기간에 걸쳐 나눠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2027년부터 분급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고 2029년부터는 7년으로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제도 개편을 통해 과도한 신계약 경쟁에서 비롯된 불완전판매와 승환계약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사와 설계사 입장에서도 상품 판매 자체뿐 아니라 장기간 계약을 유지·관리하는 역량의 중요성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신 의장 역시 보험산업의 경쟁력이 앞으로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유지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 영업관리자들은 신계약을 많이 가입시키는 '사냥꾼형' 보험설계사가 아니라 고객에게 생명보험에 대한 니즈를 환기해 완전가입시킨 뒤 질병이나 사고로 고객이 보험금을 받을 때까지 계약을 유지시키는 '농부형' 설계사를 꾸준히 확보·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사 정착률과 보장유지율을 높여 보험 가입부터 보험계약 유지, 보험금 지급에 이르기까지 '고객보장 완주'를 책임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보험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도 당부했다. 신 의장은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적자생존'을 넘어 환경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속자생존'의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보생명도 IFRS17 회계제도가 요구하는 고객·주주가치 중심의 가치경영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의장은 생명보험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보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평소 생명보험을 "다수의 가입자가 이웃사랑의 마음을 모아 역경에 처한 이들을 지켜주는 금융제도"라고 강조해왔다.
신 의장은 "업계를 선도하는 100년 영속 기업, 교보생명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새롭게 각오를 다질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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