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삼바는 생산 vs 셀트리온은 신약…‘200조 비만약 시장’ 정조준
- 삼성바이오, 2.7조원 폴리펩타이드 인수…GLP-1 생산기반 확보
셀트리온, 차세대 비만신약 CT-G32 연내 비임상 공개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비만약을 만들 것인가, 만들어 줄 것인가”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이 차세대 블록버스터 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바이오 대표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조7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인수를 통해 생산 경쟁력을 확보했고, 셀트리온은 차세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 속도를 내며 신약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같은 시장을 겨냥하지만 한쪽은 ‘비만약을 만들어주는 기업’, 다른 한쪽은 ‘비만약을 만드는 기업’을 선택하면서 국내 바이오업계의 성장 전략도 생산과 신약이라는 두 축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비만 치료제 시장이 적응증 확대와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35년 최대 1500억달러(약 20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당뇨병 치료를 넘어 ▲심혈관질환 ▲지방간 ▲신장질환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비만약은 글로벌 제약업계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삼바는 생산 허브…펩타이드 CDMO로 외연 확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스위스의 글로벌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 그룹을 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이번 인수의 핵심은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니다. 기존 항체의약품과 메신저리보핵산(mRNA), 항체약물접합체(ADC)에 이어 펩타이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비만 치료제 생산 시장에 본격 진입하게 됐다는 점이다.
펩타이드는 현재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의약품의 핵심 플랫폼이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생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펩타이드 CDMO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스위스를 비롯해 미국·프랑스·벨기에·스웨덴·인도 등 5개국에 생산 및 연구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1000건 이상의 펩타이드 치료제 개발·생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수 이후 기존 수주 계약을 승계하는 동시에 향후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해 글로벌 비만 치료제 공급망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순히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을 넘어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셀트리온은 신약 승부…비만 파이프라인 공개
셀트리온은 비만 치료제를 미래 신약 사업의 핵심 축으로 키우고 있다.
회사는 최근 연구개발 현황을 공개하며 세계 최초 4개 타깃 동시 작용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CT-G32'의 비임상 결과를 올해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GLP 독성시험을 진행 중이며, 연내 비임상을 마친 뒤 오는 11월 관련 학회에서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하고 승인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년 2분기 첫 환자 투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CT-G32는 체중 감량 효과와 함께 기존 GLP-1 계열 치료제의 한계로 꼽히는 근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회사는 다중 작용 기전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약 4824억원을 투자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비만 치료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신약 개발을 확대하며 사업구조를 바이오시밀러 중심에서 혁신 신약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비만 치료제가 단순한 신제품을 넘어 국내 바이오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 역량을, 셀트리온이 신약 개발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기업별 전략은 다르지만, 비만 치료제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는 앞으로 10년간 글로벌 제약시장을 이끌 핵심 분야로 평가받는다”며 “생산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기업과 혁신 신약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 간 전략은 다르지만, 결국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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