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고철인 줄 알았던 내 차…전국 경매로 받은 ‘마지막 몸값’은?
- [깜깜이 ‘차 견적서’를 투명하게]①
국가 허가 사업인데 ‘부르는 게 값’…전국 폐차장 묶은 플랫폼
중간 알선 수수료·부당 감가 싹 빼고, 투명화 시스템·당일 말소 일원화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60대의 임모 씨는 르노코리아 2005년식 SM5 차량 폐차를 위해 근처 폐차장에 연락했다. 폐차장에서는 곧장 “차량 명의자의 신분증 사진과 계좌번호 보내주시면 고철값 보내드리겠습니다. 말소처리 완료되는 대로 말소 등록증 보내드리겠습니다”라며 배차 예약을 진행했다. 임 씨는 별다른 설명 없이 폐차값 65만원을 받았다.
한국에서 소비자가 자동차를 살 때 소비자는 취득세·등록세·옵션 가격표·할부 금리까지 1원 단위로 따져보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차량을 중고차로 팔 때 역시 여러 플랫폼의 비교 견적을 돌려가며 10만원이라도 더 받기 위해 공을 들인다.
하지만 그 차가 도로를 달릴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폐차’의 단계에 이르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대다수 운전자는 차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내 차의 마지막 가치가 얼마인지조차 모른 채 동네 폐차 업체 혹은 인터넷 검색으로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건다. “30만원 넣어드릴 테니 차 열쇠만 놔두세요”라는 말 한마디에 10년 넘게 탄 분신 같은 차를 넘겨버리는 것이 그간 국내 폐차 시장의 익숙한 풍경이다.
온라인 폐차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헤이딜러’는 이렇게 음지에 있던 폐차 거래를 모바일 앱에 시스템화했다. 고객이 원하는 폐차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연간 150만명 이상이 모바일 앱을 통해 견적을 조회하기 시작했다. 실제 폐차 완료 고객 1만19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용 만족도는 무려 99.5%(‘매우 만족’ 87.4%)에 달했다. 버려지는 고철로 인식되던 노후 차가 모바일 플랫폼을 만나 제값을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국가 허가 사업인데 ‘책정 가격’은 베일 속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600만대를 돌파했다. 국민 2명당 1대꼴로 차를 소유한 셈이다. 이 중 매년 폐차장으로 향하는 노후 및 사고 차량만 연간 90만대에 달한다. 2600만대 시장의 마지막 관문이자 매년 90만대의 차가 자산으로서 수명을 다하는 거대 시장이지만, 정작 소비자가 체감하는 폐차 유통 구조는 극심한 정보 비대칭 속에 있었다.
폐차장은 단순히 고철을 눌러서 파는 고물상이 아니다. 자동차관리법에 의해 환경 시설과 일정 규모 이상의 부지·전문 인력을 갖추고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 운영되는 엄연한 ‘관허(官許) 사업자’다. 전국에 등록된 관허 폐차장(자동차해체재활용업체)은 약 600여개에 이른다.
폐차장은 국가 행정망과 직결된 중요한 공공 안전판 역할도 수행한다. 차가 입고되면 가장 먼저 국토교통부 전산망을 통해 도난 차량이나 대포차 여부를 조회하고, 자동차세 체납, 교통위반 과태료, 금융사 압류나 저당을 확인한다. 체납 세금이 있다면 전부 정산해야만 최종 폐차 절차가 진행된다. 폐차장은 국가의 체납 세금을 강제로 정산하게 만드는 행정 보조 기관이자, 폐엔진오일·냉매가스·폐배터리 등 유해 물질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환경적 안전판 역할을 동시에 담당한다.
문제는 이처럼 엄격한 행정·환경 절차와 달리 소비자가 받아야 할 ‘폐차 매입 가격’ 산정 방식만큼은 ‘깜깜이 영역’이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소비자는 자신이 속한 지역 폐차장 두세 곳에 전화해 보는 것이 할 수 있는 비교의 전부였다.
이 지점에서 중간 알선업자(렉카 기사·중고차 딜러·불법 폐차 대행업체)들이 개입해 고철 시세를 속이거나 현장에서는 “엔진에 녹이 섰다”, “외관 찌그러짐이 심하다” 등의 이유로 부당하게 감가하는 이른바 ‘가격 후려치기’도 만연했다. 산정 기준을 알 길 없는 소비자는 부르는 게 값인 업자의 요구에 수십만 원의 이득을 빼앗기면서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모바일 경매로 깨부순 불투명한 구조
헤이딜러는 폐차 가격 산정 구조를 ‘전국 관허 폐차장 비대면 실시간 경매’ 시스템으로 옮겨놓으며 시장을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소비자가 앱에 차종과 차량 사진 몇 장을 올리면 전국의 검증된 관허 폐차장에서 입찰에 참여한다. 폐차장 입장에서는 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의 다른 폐차장들과 실시간 경쟁을 벌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차량의 잔존 가치가 반영된 ‘최고가 견적’이 도출된다.
여기에 무료 탁송·서류 대행·당일 말소 처리까지 전 과정을 모바일 시스템으로 투명하게 일원화했다. 이를 통해 과거 중간 알선업자가 챙기던 불투명한 수수료 폭리와 현장 부당 감가를 원천 차단했다. 소비자는 모바일 터치 몇 번으로 정당한 값을 확인하고, 중간 유통 거품이 제거된 환급액을 온전히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이러한 모바일 시스템의 도입은 시장의 심각한 정보 비대칭을 수치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헤이딜러가 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71.9%(경험자 83.7%)가 온라인 폐차 중개 서비스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폐차 경험자의 절반이 넘는 53.5%가 “과거 폐차 시 받은 견적의 적정성을 판단할 기준이 없었다”고 답했으며, 45.1%는 “여러 폐차장의 견적 비교가 불가능했다”고 밝혀 기존 폐차 유통 구조의 한계를 입증했다.
헤이딜러 측은 “플랫폼이 직접 가격을 결정하지 않고 폐차를 희망하는 고객과 전국 관허 폐차장을 연결해주고 있다”며 “폐차 견적은 각 관허 폐차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고객이 자유롭게 선택하게 된다. 헤이딜러는 고객이 여러 폐차 견적을 편리하게 비교하고 적합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폐차 서비스는 관련 법령과 제도에 따라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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