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변방 신세였는데…블룸버그 "韓 증시, 글로벌 투자심리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부상"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런던과 뉴욕, 도쿄의 펀드매니저들이 거래를 시작하기 전 한국 증시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과거 주변부 시장으로 여겨졌던 한국 증시가 이제는 글로벌 AI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는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JP모건의 아시아 수석 시장전략가는 14년간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사내 글로벌 투자팀을 대상으로 한국 시장 브리핑을 진행했고, HSBC의 헤럴드 반 데어 린데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 책임자는 요즘 한국이 "모든 회의에서" 논의된다고 말했다. 런던의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하니 레다는 "이제 우리는 모두 한국 투자자"라며 매일 아침 한국 증시를 확인해 AI 투자심리를 파악한다고 밝혔다.
한국 시장의 영향력은 장 종료 이후에도 이어진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와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심리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24시간 글로벌 AI주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레다는 "(한국 시장을) 거의 24시간 추적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이러한 연계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AI 수요 둔화 우려로 코스피가 하루 만에 9% 가까이 급락하자 SK하이닉스 ADR도 9.3% 하락하며 미국 반도체주 전반의 약세로 이어졌다.
한국 증시와 미국 기술주의 동조화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와 나스닥100지수의 60일 상관계수는 0.46으로 최근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5년 평균인 0.16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뉴욕 투자회사 티그리스파이낸셜파트너스의 아이번 파인세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은 사실상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동일한 변동성 생태계에 편입됐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코스피가 이제 미국 AI와 반도체 관련 위험을 보여주는 장전(pre-market)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이 더 이상 "멀리 떨어진 부차적 신흥시장"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만 높은 영향력만큼 커진 변동성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레버리지 거래가 확대되면서 코스피가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변동성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가 됐다고 분석했다. 고바야시 지사 UBS 스미트러스트웰스매니지먼트 일본 주식전략가는 "레버리지 거래에 따른 변동성이 큰 비교적 미성숙한 시장이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면 주가가 펀더멘털과 괴리될 수 있어 투자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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