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홈플러스 청산 초읽기…2만명 실직 위기에 커지는 MBK 책임론
- 법원 회생절차 폐지에 청산 위기 현실화
직영 1만명에 협력사 4600곳 연쇄 충격 우려
노동계·정치권 MBK·김병주 책임론 확산
홈플러스는 법원 결정일인 지난 3일부터 14일 이내, 즉 오는 17일 전후까지 최소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생절차 재개는 사실상 어려워지고 청산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직영 직원 약 1만2000명을 비롯해 협력·입점·물류 인력까지 포함하면 2만명 안팎의 일자리가 직접적인 충격권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장은 홈플러스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협력사는 4600곳이 넘고, 상당수 업체가 매출의 큰 비중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청산이 현실화하면 납품업체, 입점 소상공인, 물류업체, 지역 농가까지 연쇄 피해가 번질 수 있다. 한 기업의 회생 실패가 유통 생태계 전반의 고용·거래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커지는 MBK파트너스·김병주 회장 책임론
노동계와 정치권의 화살은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에게 향하고 있다. 이들은 MBK가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고용 안정과 장기 투자를 강조했지만, 이후 점포 폐점과 자산 매각, 인력 감축이 이어지며 회사의 영업 기반이 약화됐다고 주장한다.
회생의 마지막 고비에서 필요한 2000억원 조달도 최대주주가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비판이 책임론의 핵심이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 이행에 필요한 최소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법원은 홈플러스가 14일 안에 운영자금을 마련해 즉시항고할 경우 회생절차가 재개될 가능성은 열어뒀다.
노동계는 이 14일을 홈플러스 회생의 마지막 시간으로 보고 있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은 법원 결정 직후 “14일 안에 2000억원이 마련되지 못하면 홈플러스는 청산 절차로 향하게 된다”며 정부의 긴급 개입을 촉구했다. 노조는 공적자금 투입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며, MBK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와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진보당은 홈플러스 사태를 두고 “노동자와 가족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MBK가 인수 이후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투자 회수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정작 회사를 살릴 자금 투입에는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김병주 회장을 향해서도 홈플러스 회생에 대한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했다.
MBK 책임론이 커지는 배경에는 MBK 인수 이후 이어진 홈플러스의 급격한 사업 축소가 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20개 이상의 점포 문을 닫았다. 지난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뒤에는 점포 수와 직원 수가 더 빠르게 줄었다. 한때 120곳을 넘던 점포는 60여곳 수준으로 축소됐고, 직원 수 역시 희망퇴직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등을 거치며 1만2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노동계는 이 같은 흐름을 단순한 업황 부진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대형마트 시장 경쟁 심화와 온라인 유통 확산이라는 외부 요인도 있었지만, 최대주주가 장기 경쟁력 회복보다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에 치중한 결과 홈플러스의 생존 기반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알짜 매장 매각이 반복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사의 핵심 자산인 점포망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모펀드 자본주의 흔드는 MBK·홈플러스 사태
홈플러스 사태는 MBK가 관여한 다른 기업 노동자들의 불안감도 키우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 노조와 고려아연 노조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두 노조는 업종은 다르지만 MBK라는 공통의 대상을 두고 고용 안정과 기업 경쟁력 훼손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MBK가 과거 인수 기업에서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논란을 반복해 왔다며 고려아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사모펀드 업계 내부에서도 홈플러스 사태가 업계 전반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기업 측에 미팅을 요청하면 문전박대당하기 일쑤”라며 “이번 사안은 개별 기업의 회생 실패를 넘어 사모펀드 업계 전체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사모펀드의 투자 실패와 책임 논란이 사모펀드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면서 향후 기업 인수·투자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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