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내 과실 아닌데 왜 내가 내?"…쌍방과실, 상대 보험사에 청구 가능
사건의 발단은 A씨가 겪은 쌍방과실 사고였다. 사고 직후 차량 수리비로 총 270만 원이 발생했으나, A씨는 자신의 보험사로부터 약정된 자기부담금 50만 원이 공제된 220만 원만을 지급받았다. 나머지 50만 원은 A씨가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A씨는 상대 차량 보험사인 B사를 상대로 자신이 낸 자기부담금 상당액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하급심은 A씨가 자발적으로 자기부담금 조항이 포함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들어 상대 보험사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재판부는 "자기부담금 약정은 피보험자와 보험자 사이에 일정 비율의 금액을 보험자가 부담하지 않기로 한 내부적 합의"라고 전제하며, 그중 상대방의 책임 비율에 상응하는 금액만큼은 피보험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는 올해 1월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거쳐 확립한 법리를 재확인한 판단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상대 보험사가 이미 구상 절차를 마친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청구권은 유효하다는 점이다. 사고 당시 A씨의 보험사는 상대 보험사인 B사를 상대로 차량 수리비 전체 중 상대방 과실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구상해 이미 108만 원을 지급받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운전자 개인의 자기부담금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물론 대법원은 보험사 간의 복잡한 정산 관계까지 무시하지는 않았다. 상대 보험사인 B사가 이미 A씨의 보험사에 구상금을 지급한 상황에서, 그 속에 포함된 자기부담금 몫만큼은 별도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 절차를 통해 정산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즉, 보험사들끼리 내부적으로 해결할 비용 문제를 운전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그동안 사고 비용을 적절히 배분받지 못한 채 억울하게 자기부담금을 지불했던 운전자들의 경제적 불이익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의 편의 위주로 돌아가던 자동차 사고 처리 관행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앞으로 유사한 사례에서 운전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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