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민주당, 6·3 지방선거 이기고도 졌다[EDITOR's LETTER]
- 장특공제·공소 취소권 특검 논란이 흔든 서울 표심
부산 북갑 한동훈 당선도 보수진영 자책골 탓
선거로 보여준 국민의 경고 읽는 게 진짜 정치의 시작
선거를 축구에 비유하자면 승패는 누가 더 멋진 골을 넣었느냐보다, 누가 자책골을 덜 넣었느냐에서 갈릴 때가 많다. 선거 막판 판세를 흔드는 것은 대개 상대의 선전이 아니라 자기 진영의 판단 착오다.
이번 6·3 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세하다고 믿었던 지역이 박빙으로 흐르고, 이길 수 있다고 본 판이 무너진 배경에는 후보 개인의 역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도부의 실책이 있었다.
개표 막판까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벌인 서울시장 선거가 대표적이다.
선거 전만해도 월등히 앞섰던 정원오의 패인은 후보 개인보다 중앙정치발 자책골에 있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 논란은 서울 유권자에게 가장 민감한 부동산 세금 불안을 자극했다.
민주당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1주택자 세금폭탄’으로 몰아붙였다.
여기에 조작기소 특검법, 특히 특검에 공소 취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셀프 면죄부’ 논란으로 번져 악재로 작용했다.
민생을 말해야 할 지방 선거판을 부동산 세금과 사법 공정성 이슈가 덮었다. 보수층은 결집했고, 중도층은 흔들렸다. 서울시장 선거의 여당 자책골은 후보가 아니라 중앙정치가 찼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는 야당인 국민의힘이 찬 또 다른 방식의 자책골이다. 보수 진영은 끝내 하나로 정리되지 못했고, 그 틈을 타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신승했다.
오독은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오만과 편견, 편협이 만든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순간 정치는 현실과 멀어진다.
지지층의 박수는 민심 전체가 아니고, 내부 회의의 낙관론은 현장의 체감과 다르다. 선거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질 때가 아니라 이긴다고 믿을 때다.
자세는 느슨해지고, 말은 거칠어지고, 벌써부터 누구 공이 큰가를 두고 다툰다. 그때 민심은 조용히 등을 돌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투표 당일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해 투표를 독려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취지였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원뜻은 더 정교하다. 선한 사람들은 돈이나 명예를 위해 통치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통치를 외면하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지배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못한 사람'은 권력을 공익이 아니라 사익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 지혜보다 선동에 능한 사람, 자기 욕망도 절제하지 못하면서 남을 지배하려는 사람이다.
플라톤 정치철학에서 좋은 통치자는 이성, 절제, 정의를 갖춘 사람이다.
2400년 전 그리스 철학자가 말한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국민의 뜻을 말하면서도 국민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 민심을 듣겠다면서 자기 진영의 확신만 반복하는 사람, 권력을 책임이 아니라 전리품으로 여기는 사람은 정치를 해선 안될 사람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선거는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주는 성적표이기 전에, 정치인이 민심을 얼마나 정확히 읽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지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승자의 면허증도, 패자에 대한 사형선고도 아니다. 민의를 오독하지 말라는 경고장이다.
그 경고를 읽는 게 진짜 정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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