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650만 몰린다더니 호텔은 텅텅…흥행 ‘빨간불’ 켜진 월드컵 [E-MICE]
- 48개국 규모 확대·경제 효과 121조 전망에도 관람객 수요 정체
중동 전쟁발 항공료 상승 및 3.5배 달하는 숙박비 부담 호텔 예약률 저조
[이선우 이데일리 The BeLT 센터장] 오는 6월 11일(현지시간)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개막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100여 년 대회 역사상 처음 3개국에서 동시에 열리는 이번 대회는 역대 가장 많은 48개 팀이 참가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회의 규모와 흥행이 월드컵 역사상 ‘역대 최고’로 기록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반면 개최국 미국의 까다로운 비자 정책과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고물가 부담에 안전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안방 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역대 23번째 열리는 이번 대회는 6월 11일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예선 경기를 시작으로 7월 19일 미국 뉴저지에서 열리는 결승전까지 총 40일간 진행된다. 기존 32개 팀에서 48개 팀으로 규모를 확대한 이번 대회는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 16개 도시에서 총 104경기를 치른다.
‘역대 최고 대회’ vs ‘안방 잔치’ 기대 우려 엇갈려
FIFA는 지난해 3월 세계무역기구(WTO)와 공동 발간한 이번 대회 사회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사상 처음 3개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전 세계에서 650만 명이 넘는 축구 팬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장 건설 등 인프라 조성 등에 140억달러(약 21조원)를 들이는 대회로 기대되는 경제 효과는 GDP(국내총생산) 기여 약 410억달러(약 62조원), 직간접 세수입 94억달러(약 14조원), 신규 일자리 82만 4000개 등 총 800억달러(약 121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FIFA와 미국관광협회는 대회 기간 해외에서 32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리고 이들이 1인당 평균 5048달러(약 763만원)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평소 미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보다 1.7배 많은 금액으로, 이들 중 3분의 1은 최소 2주 이상 머무르면서 경기가 열리는 여러 도시를 방문할 것으로 기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전 세계 인구의 75%에 해당하는 60억명가량이 대회를 직접 관람하거나 TV 중계를 통해 시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TV 중계권료 뿐만 아니라 시청률, 광고비 등에서 이번 대회가 역대 최고의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특수를 누릴 수혜 업종으로 항공·방송·스포츠 의류·음료·온라인 베팅을 지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백악관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월드컵 개최로 미국이 300억달러(약 35조 원) 규모의 경제 효과와 20만 개가 넘는 신규 일자리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적절한 심사를 거쳐 미국에 쉽게 입국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며 비자와 입국 심사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체 650만여 명 관람객 중 절반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던 외국인 관람객은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회 개막이 다가올수록 미국 건국 250주년에 열리는 대회가 아메리카 ‘안방 잔치’에 그치면서 흥행, 경제 효과 측면에서 기대에 한참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미국호텔숙박협회는 최근 호텔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호텔과 개최 도시들이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회 개막이 다가오면서 경기 티켓은 500만 장 넘게 팔렸지만, 개최 도시 11곳 중 9곳의 호텔 약 80%는 예약률이 초기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주최 측인 FIFA가 객실 예약의 약 70%를 취소하거나 해제하면서 시장에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며 “사전에 계약을 맺은 객실의 최대 95%가 취소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축구대회, 부유층 위한 축제로 변모”
대회기간 외국인 방문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는 평소 대비 4~5배 치솟은 항공료, 숙박비로 비용 부담이 늘고, 불안한 정세로 안전 우려까지 커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대회 기간인 6월 중 유럽·아시아발 미국 주요 개최 도시행 항공편은 예약률이 전년 대비 4~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전쟁 여파로 운항 노선이 줄면서 현재 미주와 유럽을 잇는 국제선 항공료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중동 전쟁 발발 이전보다 가격이 평균 30~40% 오른 상태다.
숙박비도 특수를 노린 호텔들이 일제히 가격을 3~4배 올리면서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16개 개최 도시에 있는 100여 개 주요 호텔의 대회 기간 객실료는 1박당 평균 1013달러(약 150만원)로 평소 293달러(약 44만원)보다 3.5배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상당수 호텔들이 저조한 예약률에 뒤늦게 가격 정책을 포기하고 있지만, 효과는 국내 수요 회복에 머무르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뉴저지, 팔리델피아 등 일부 지역에선 숙박세에 식품세를 인상하기로 하면서 부담을 키우고 있다.
로잔나 마이에타 미국호텔숙박협회장은 “캔자스시티는 호텔의 85~90%가 평년 여름철 예약률에 못 미치고, 보스턴과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은 예상치보다 거의 80% 낮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뉴욕, 댈러스, 휴스턴은 사실상 변동이 없는 평년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막을 앞두고 국내 수요가 올라서고 있지만, 씀씀이가 큰 외국인 관람객의 격차를 메우기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비싼 경기 입장권도 관람 수요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FIFA는 다음달 19일 뉴저지 이스트 리더퍼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 1등급 입장권 가격을 3만 2970달러(약 4900만원)로 올렸다. 이전 가장 비쌌던 결승전 1등급 입장권 가격 1만 990달러(약 1630만원)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뉴욕포스트는 “저렴한 조별 리그 경기장 상단 좌석도 장당 400달러(약 60만원)가 넘는다”며 “월드컵이 부유층을 위한 축제로 변모하면서 역사상 가장 비싼 스포츠 행사라는 씁쓸한 타이틀을 얻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편 FIFA는 중계권료와 입장권 판매, 스폰서십 등 이번 대회로 얻는 수익이 역대 최대였던 2022 카타르 대회 75억달러(약 11조원)보다 75% 늘어난 131억달러(약 19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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