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 30대 미만은 결근… 30대 이상은 출근 후 멍하니”
- 서울대병원, 국내 직장인 1000명 대상 분석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우울 증상을 겪는 직장인은 그렇지 않은 직장인에 비해 결근율이 높거나 출근 후에도 업무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프리젠티즘’ 현상을 심하게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령대별로도 업무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건강 요인이 확연히 갈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와 한국외대 투어리즘&웰니스학부 정주연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24년 1월 국내 20~49세 직장인 1000명(35세 미만 489명, 35세 이상 511명)을 대상으로 우울 상태와 신체·정신·사회·영적 건강 지표가 결근 및 업무 효율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다변량 비교 분석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직업·환경의학 분야 국제 저널인 ‘직업 및 환경의학 학술지(JOEM)’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 결과 두 연령대 모두에서 우울 증상(PHQ-9 10점 이상)은 결근 및 프리젠티즘, 전체 업무 손실 위험도를 대폭 높이는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확인됐다.
성별, 학력, 소득 등 제반 환경 요인을 동일하게 통제한 상태에서 특정 요인이 결과 발생에 미치는 순수한 상대적 위험도를 나타내는 ‘보정 오즈비(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확률 대비 발생할 확률의 비율을 집단 간 비교한 값)’ 분석 결과, 35세 미만 직장인은 우울 증상이 있을 때 결근 위험이 5.42배, 프리젠티즘이 2.13배, 전체 업무 손실이 2.43배 상승했다. 반면 35세 이상 직장인은 우울 증상 시 결근 위험이 2.89배인 반면, 출근 후 업무 효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프리젠티즘 위험이 4.78배, 전체 업무 손실이 4.84배로 치솟아 연령별로 업무 손실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업무 손실을 줄여주는 주된 건강 영역에서도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 뚜렷한 차이가 파악됐다. 35세 미만은 신체적·사회적 건강이 우수할 때 전체 업무 손실 위험이 0.50배 수준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반면 35세 이상은 정신적 건강이 좋을 때 프리젠티즘 및 전체 업무 손실 위험이 0.32배(3분의 1 수준)로 감소했고, 삶의 의미를 찾는 영적 건강이 우수할 때 결근 위험이 0.41배로 낮아졌다. 우울 증상 보유 비율 역시 35세 미만(33.1%)이 35세 이상(27.0%)보다 높았으며, 건강 문제로 인한 근무 손실 시간 비율도 35세 미만(6.8%)이 35세 이상(3.3%)의 2배에 달했다.
연구팀은 우울 증상이 두 연령군 모두에서 업무 손실과 관련된 만큼, 직장 내 우울 선별과 조기 개입,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 해소를 모든 연령대에서 추진하고 연령별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근로자의 정신건강 관리가 곧 조직의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EAP(근로자 지원 프로그램) 및 멘탈 헬스케어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정주연 한국외대 교수는 “연령대에 따라 업무 손실을 유발하거나 예방하는 건강 요소가 다른 만큼 획일적인 지원을 넘어 연령별 맞춤형 웰니스 프로그램 설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은 “우울은 직장 생산성 저하와 가장 뚜렷하게 관련된 요인”이라며 “건강을 개인 문제나 기업 복지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구성원 건강에 투자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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