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서 1조 벌었지만…신한 진옥동이 글로벌 판 다시 짜는 이유
- [진옥동 2기, 신한금융의 새 성장지도]②
해외 세전이익 1조 돌파…日·베트남 양대 수익 거점
인니 자산운용·美 증권은 철수…현지화·수익성 확보 과제
은행·카드·증권 통합 운영…2030년 해외이익 30% 승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해외사업의 성장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일본과 베트남에서 구축한 수익 기반을 토대로 인도네시아에서는 금융지주 체제로 사업을 재편하고,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진출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해외사업에서 연간 세전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적자와 사업 철수 등 시행착오도 경험한 만큼, 새로운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지난해 해외사업 세전이익은 1조890억원으로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섰다. 순이익은 8243억원으로 전년보다 8%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해외사업 순이익도 47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늘었다.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3.7%로, 2030년 목표인 30%와는 격차가 있다.
일본과 베트남이 수익을 견인했다. 올 상반기 베트남에서 1301억원, 일본에서 931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두 지역의 비중이 해외 전체의 47%에 달했다. 뉴욕·런던·홍콩·싱가포르 등 주요 해외지점의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은행 머니마켓센터(MMC)도 1097억원의 이익을 냈다. 일본 SBJ은행은 개인·부동산 금융, 신한베트남은행은 개인·기업금융을 중심으로 기반을 다졌다. 진 회장 역시 일본 오사카지점과 SBJ은행 법인장을 거친 ‘해외통’이다.
성과 뒤에 가려진 시행착오…시너지 확보 과제
그러나 개별 해외사업의 성적표는 엇갈렸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자산운용사 아키펠라고자산운용을 인수해 현지 운용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증권법인의 기업금융(IB) 영업과 운용사의 소매금융 사업을 연계한다는 구상이었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2년 영업권을 전액 손상 처리했고, 2024년 10월 현지법인 매각을 완료했다.
신한투자증권 인도네시아법인도 기업공개(IPO)·채권 발행 주관 등에서 초기 성과를 냈으나 이후 거래 수임이 줄면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법인 역시 4년 연속 적자와 약 45억원의 누적손실 끝에 올해 키움증권에 매각됐다. 지난해에는 중국 상하이 사무소도 철수했다.
이런 사례는 해외 진출의 규모보다 현지 고객과 거래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사업모델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 운용사업에서는 기대했던 계열사 간 협업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미국 증권법인은 장기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국내의 영업 경험을 현지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고 기업금융 거래가 줄면 인건비·관리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사업별 투자금 회수 가능성과 현지 규제 대응 능력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은행·카드·증권 등 복수 계열사가 진출해 있는 시장이지만 수익성 개선 여지가 남아 있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12억원으로 전년 동기(151억원)보다 약 26% 감소했다. 흑자 자체는 유지했으나 일본·베트남과 같은 핵심 수익 거점으로 키우려면 고객 기반 확대뿐 아니라 위험관리와 수익원 다변화도 필요하다.
인니 금융지주로 새 판…은행·카드·증권 통합
신한금융은 10월 13일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지주회사인 ‘신한인도네시아 금융그룹’ 출범을 알렸다. 기존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이 금융지주 역할을 겸하는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한 것이다. 은행은 신한인도파이낸스와 신한투자증권 인도네시아 지분을 각각 50%+1주 확보해 은행·카드·증권을 하나의 체계에서 관리하게 됐다. 약 900명의 현지 임직원이 소속된 사업망을 통합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전환은 2024년 12월 현지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설립 의무화에 따른 규제 대응이 직접적인 계기다. 다만 신한금융은 이를 계열사 간 협업과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일 기회로 삼고 있다. 은행의 기업 고객을 카드·할부금융과 증권의 금융서비스로 연결하고, 현지 사업 기회를 공동 발굴하는 방식이다. 과거 인도네시아 운용사업에서 나타난 시너지 부족을 새로운 체제로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가 관전 요소다.
현지 대기업과의 협력도 추진한다. 신한금융은 인도네시아 재계 4위인 시나르마스그룹과 기업금융·공급망 금융 협약을 맺었다. 현지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의 운영자금 수요까지 금융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진 회장은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통해 인도네시아 현지 사업을 하나의 체계로 운영할 기반을 갖춘 만큼, 이번 업무협약은 현지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중앙아시아 개척…2030년 30% 목표 시험대
신한금융은 중앙아시아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2030년 해외이익 비중 30% 달성을 위한 중점 추진 사업으로 우즈베키스탄 진출을 꼽았다. 신한은행은 현재 우즈베키스탄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진옥동 회장이 현지 정부와 법인 설립 등을 논의한 데 이어 9월에는 최대 2억달러(약 2653억) 규모의 자금지원 한도 설정과 인프라·신재생에너지 사업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금융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진 회장이 제시한 2030년 해외이익 비중 30% 목표를 달성하려면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해외이익 비중은 지난해 연간 16.6%, 올해 상반기 13.7%로 집계됐다. 집계 기간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목표치까지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다. 신규 시장의 환율·신용위험을 관리하는 동시에 현지 계열사의 자산건전성과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그룹 차원의 호실적에도 일부 해외사업에서는 적자와 철수 등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앞으로는 외형 확대보다 내실 있는 성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그룹이 해외에서 세전이익 1조원을 벌었다”며 “해외에서 손익을 제대로 내는 금융사는 신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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