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틈새 노리는 ‘에페’…국산 비만약 승부수는?
- [기다렸다, K비만약]①
수입약 3분의2 중도 포기…'비만약 시장' 판도 변화 예고
'실속형 장기 관리' 대안 vs '낮은 감량률' 시선 팽팽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수입 비만치료제가 국내 시장에서 높은 약값과 투약 중단이라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로 주목받았지만, 장기간 치료에 드는 비용과 부작용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다.
이에 비만치료제의 경쟁력도 감량 효과를 넘어 치료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출시를 앞둔 한미약품의 첫 국산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에페글레나타이드)’가 수입약 중심의 시장 구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작용·가격 부담에 따른 중도 포기 환자 포섭
미국 관리의료약제학회지(JMCP)에 게재된 프라임 테라퓨틱스 연구진의 실제 처방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당뇨병 없이 GLP-1 계열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 4066명 중 67.7%가 1년 이내에 투약을 중단했다. 6개월 이내 중단 비율도 53.7%에 달했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개별 환자의 중단 원인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투약 지속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구토·오심 등 위장관 부작용과 약값 부담, 공급 부족 등이 꼽힌다.
한미약품은 에페의 차별화 요소로 부작용 부담 완화를 내세운다. 바탕이 된 기술은 독자 플랫폼 ‘랩스커버리’다. 약물의 체내 체류 시간을 늘리고 혈중 농도가 완만하게 유지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특성이 다른 약물보다 낮은 부작용 발생률로 이어지는지는 직접 비교한 임상 근거와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격과 수급 측면의 접근성도 강조하고 있다. 에페의 첫 4주분 예상 공급가는 2㎎·4㎎ 기준 약 13만원이다. 위고비 시작 용량의 공급가인 약 21만~22만원보다 약 40% 낮고, 마운자로의 약 27만~28만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최고 용량인 10㎎의 4주분 공급가는 약 30만원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급가는 환자가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실제로 부담하는 가격과는 다르다. 한미약품은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평택 바이오플랜트 2공장에서 자체 생산해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작용 기전상 에페는 위고비와 같은 GLP-1 단일 작용제다. GLP-1과 GIP라는 두 호르몬의 수용체에 함께 작용하는 마운자로와는 차이가 있다. 한미약품은 수입약의 가격이나 부작용 부담으로 치료를 망설이던 환자들에게 에페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현재 평택 2공장의 가동률은 90% 수준”이라며 “10월 내 출시를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실속형 처방 시작” vs “가격 대비 감량률 한계”
국산 첫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등장을 두고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기대와 신중론이 함께 나온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장기 치료의 지속 가능성에 주목한다. 감량 폭뿐 아니라 비용과 부작용을 함께 고려하는 환자들에게 에페가 선택지를 넓혀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페의 국내 임상 3상에서 40주 차 평균 체중 감량률은 9.75%였고, 체중을 10% 이상 줄인 환자 비율은 49.46%였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주요 임상에서 제시된 평균 감량률은 각각 14.9%, 20.9%다. 다만 시험 기간과 환자 특성, 평가 방식이 달라 이 수치만으로 약물 간 효과의 우열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에페에 기대를 거는 쪽에서는 큰 폭의 감량보다 비용과 부작용 부담을 고려해 꾸준히 치료받으려는 환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감량 이후 체중 유지에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장기 데이터가 필요하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 비만약 수요는 고도비만이 아닌 미용 측면의 체중 감량이 대부분”이라며 “급격한 감량을 목표로 하기보다 서서히 살을 빼려는 고객들에게 처방하기에 에페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처방은 허가된 적응증과 환자 상태에 따른 의료진의 판단을 전제로 한다.
반면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수입약 사이에서 에페가 가격과 효과를 함께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공급가가 실제 처방 선택과 치료 지속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들 사이에서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브랜드 인지도가 워낙 강하게 형성돼 있어,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국산 약물로 처방을 변경할지는 미지수”라며 “단순 가격 경쟁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부작용과 투약 유지율에 관한 데이터가 쌓여야 처방이 확대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당초 에페 가격이 10만원 아래로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던 터라, 감량률 대비 가격 경쟁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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