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결국 1200원대 간다"… 미·일·유럽 꺾여도 원화만 굳건한 이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30원선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7월 초 1555원대까지 밀리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던 원화 가치는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지난 8월 중순 1300원대에 들어선 이후 약 두 달 동안 1300원대 종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모습이다.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의 흐름을 고려하면 이 같은 원화의 선방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로화 약세가 부각되고 미국채 금리 인상 전망이 나오면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2선을 넘어섰다. 대외적인 달러 강세 압력이 크게 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일시적으로 1380원대에 진입한 것을 제외하면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타국 통화와 비교해 하락 폭을 최소화하며 고유의 단단함을 보여준 셈이다.
원화 가치가 대외 여건 속에서도 강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수출 실적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출업체들이 보유한 달러 매도 물량이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러한 수급 여건의 개선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대폭 완화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우수한 재정 건전성 역시 원화 가치를 뒷받침하는 핵심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해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재정 적자와 불안 문제에 직면한 반면, 한국은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재정 여력을 미래대응기금으로 별도 편성하는 등 재정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들이 재정적자 부담에 신음하는 동안 한국은 안정적인 재정 관리 여력을 확보하면서 통화 가치 간 명확한 온도차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원화의 단단해진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향후 추가 절상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과거 원/달러 환율이 1330원대였던 시점과 비교했을 때 현재는 원화 가치를 상방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성 요인이 훨씬 더 많아졌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내년 외환시장의 향방을 두고 1200원대 재진입을 예상하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주요국 중앙은행 간 기준금리 격차가 축소되는 흐름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달러화는 제한적인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국내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실질실효환율 기준 저평가 영역에 있던 원화의 절상 흐름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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