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왕홍만 믿었다간 안 팔려”…달라진 中 쇼핑, K브랜드도 변했다
- [K브랜드, 다시 중국으로]③
검색·후기·가격 비교 거쳐 최종 구매…복잡해진 소비 경로
中 재공략 나선 K브랜드, 플랫폼 입점 넘어 ‘전환·재구매’ 과제로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제품을 발견하고 비교한 뒤 구매하는 소비 행태 자체는 중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샤오홍슈·더우인·티몰·징둥 등 성격이 다른 거대 플랫폼이 각각 제품의 발견과 정보 탐색, 구매 과정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 K-브랜드의 중국 공략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샤오홍슈(후기·콘텐츠 중심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제품을 처음 접하고 더우인(중국판 틱톡·숏폼 플랫폼)에서 영상과 라이브방송을 찾아본다. 이후 티몰(알리바바의 종합 온라인 쇼핑몰)이나 징둥(중국의 대표 종합 온라인 쇼핑몰)으로 이동해 공식 판매처와 후기·가격을 비교한다.
물론 하나의 플랫폼에서 발견부터 구매까지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제품을 처음 접하는 곳과 정보를 확인하는 곳, 실제 결제가 이뤄지는 곳이 달라지는 소비 경로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다시 두드리는 K-패션·뷰티 기업들도 이에 맞춰 전략을 세분화하고 있다. ‘티몰 입점=중국 진출’이라는 단순한 공식에서 벗어나 샤오홍슈에서는 제품을 알리고, 더우인에서는 영상과 라이브방송으로 관심을 키우고, 티몰·징둥에서는 검색과 구매로 연결하는 식이다. 플랫폼별 소비자의 이용 목적에 맞춰 콘텐츠와 판매 채널의 역할을 나누는 것이다.
샤오홍슈서 발견하고 티몰서 비교
중국인 왕시아(27세)씨가 K-뷰티 제품을 사는 과정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끝나지 않는다. 샤오홍슈에서 인플루언서 추천이나 일반 소비자 후기를 보고 관심이 생기면 티몰과 징둥에서 브랜드 공식 플래그십스토어가 있는지 확인한다. 제품 정보와 가격을 비교한 뒤 더우인 라이브방송까지 찾아본다. 쿠폰이나 사은품, 할인 폭이 크면 더우인에서 바로 구매하기도 한다.
하우(32세)씨도 비슷하다. 샤오홍슈에서 실제 사용 후기와 전후 사진을 보고 제품을 알게 된 뒤 더우인에서 영상 리뷰와 라이브방송을 추가로 확인한다. 이후 티몰이나 징둥에서 가격과 공식 판매처 여부를 비교해 최종 구매처를 정한다.
플랫폼마다 확인하는 정보도 다르다. 샤오홍슈에서는 사용감과 피부 타입별 반응, 제품의 장단점을 살핀다. 더우인에서는 제형과 발색 등 실제 사용 모습과 라이브방송 혜택을 확인한다. 티몰에서는 공식 플래그십스토어 여부와 가격·판매량·구매 후기를, 징둥에서는 정품 여부와 배송 속도를 주로 본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최종 구매처를 고를 때는 가격만 따지지 않는다. 왕씨는 “공식 판매처 여부와 최종 가격뿐 아니라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사은품·배송 기간까지 비교한다”고 말했다. 하우씨는 “정품 신뢰도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았다. 가격이 다소 저렴하더라도 판매처가 불분명하면 구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제품을 비교하고 구매하는 소비 행태는 관련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중국 소비자의 온라인 쇼핑 채널 이용 비중은 종합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54.1%로 가장 높았지만 숏폼 플랫폼도 40.0%, 콘텐츠 공유 플랫폼은 34.4%에 달했다. 종합 이커머스뿐 아니라 숏폼과 콘텐츠 플랫폼도 중국 소비자의 주요 쇼핑 채널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중국 현지 마케팅 관계자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단순 노출량보다 소비자가 제품을 다시 검색했을 때 얼마나 많은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조회 수 높아도 안 산다…K브랜드, 채널별 전략 세분화
K-뷰티 업체들도 달라진 구매 동선에 맞춰 중국 판매 전략을 바꾸고 있다. 중국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국내기업 궁중비책은 현지 법인을 통해 샤오홍슈와 더우인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샤오홍슈에는 실제 사용 후기와 제품 특장점, 성분·안전성 관련 콘텐츠를 노출하고 주요 캠페인 때 티몰로 소비자 유입을 유도한다. 더우인에서는 플랫폼 내 직영몰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티몰과 징둥은 브랜드를 이미 인지한 소비자가 제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판매 거점으로 활용한다.
궁중비책 관계자는 “플랫폼별 역할을 구분해 브랜드 인지도부터 구매까지 소비자 접점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별 역할의 경계가 뚜렷한 것은 아니다. 더우인처럼 콘텐츠 탐색과 구매가 한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 기업들도 소비자의 이동 경로에 맞춰 콘텐츠와 판매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현지 마케팅 업계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노출이 실제 판매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샤오홍슈나 더우인에서 제품을 접한 뒤 다른 플랫폼에서 다시 검색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개별 콘텐츠의 구매 효과를 정확히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조회 수와 팔로어 수뿐 아니라 제품 검색량과 스토어 유입, 구매전환율·재구매율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 소비자들도 SNS에서 화제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구매하지 않는다. 하우씨는 광고성 콘텐츠가 반복되거나 공식 판매처가 없어 정품 여부가 불확실하면 구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왕씨 역시 실제 사용 후기가 좋지 않거나 비슷한 가격대의 대체 제품이 있다면 구매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현지 마케팅 관계자는 “SNS가 첫 번째 관심과 구매를 만들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구매와 재구매를 만드는 것은 결국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라며 “과거에는 티몰 입점 자체가 중국 진출 전략이었다면 지금은 소비자가 어느 플랫폼에서 제품을 발견하고 어디서 검증하고 어디서 결제하는지 전체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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