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저도주’ 대세 거슬렀다…벤로막이 43도→46도 높인 까닭 [가봤어요]
- 벤로막 12년, ‘46도·퍼스트필 캐스크’로 질감·풍미 살려
“韓, 세계 주요 4대 시장…투자 확대해 인지도 키울 것”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지금까지 벤로막 ▲10년 ▲15년 ▲21년 등 플래그십 제품의 알코올 도수는 모두 43도였습니다. 새로운 플래그십 ‘벤로막 12년’은 도수를 46도로 높여 입안에 머금었을 때 질감을 훨씬 풍부하게 느끼도록 만들었습니다.”
아영FBC는 지난 2일 서울 압구정 고든앤맥페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벤로막’(Benromach)의 새로운 플래그십 제품인 벤로막 12년 한국 론칭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10년과는 차원 달라…셰리 풍미 선명”
이날 스티브 노트먼(Steve Notman) 고든앤맥페일 아시아퍼시픽 세일즈 총괄 디렉터는 벤로막 12년의 출시 배경을 설명하며 ‘벤로막 10년’을 대체하거나 단순히 숙성 연수만 늘린 제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1898년 스코틀랜드 포레스(Forres)에 설립된 벤로막은 자동화와 대량 생산보다 사람의 경험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생산 과정의 주요 단계는 숙련된 증류사가 직접 확인하고 캐스크(위스키 숙성용 참나무통) 선택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풍부한 몰트 풍미와 과실감, 은은한 스모키(훈연)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노트먼 디렉터는 “벤로막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캐스크 철학과 스모키한 스타일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12년을 새로운 플래그십으로 선보였다”며 “기존 10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12년을 ‘시그니처 레인지’에 추가해 벤로막의 기본적인 스타일에서 한층 깊어진 셰리 캐스크 중심의 표현까지 단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글로벌 시장에 공개된 신제품 벤로막 12년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시 제품군인 시그니처 레인지에 새롭게 합류했다.
벤로막 12년의 가장 큰 특징은 12년 동안 ‘퍼스트필 셰리 캐스크’(First-fill Sherry Casks)에서 숙성했다는 점이다. 퍼스트필 셰리 캐스크는 셰리 와인을 담아 풍미를 입힌 오크통에 스카치 위스키 원액을 처음 채워 사용하는 캐스크를 뜻한다. 여러 차례 스카치 숙성에 사용한 리필 캐스크보다 셰리 캐스크가 가진 풍미를 더 선명하게 끌어낼 수 있다.
위스키 숙성 시 캐스크를 딱 한 번만 사용하는 ‘퍼스트필 캐스크’는 벤로막 위스키가 고수하는 철칙이다. 노트먼 디렉터는 퍼스트필 캐스크를 ‘새 옷’에 비유하며 “생동감이 넘치고 다양한 맛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벤로막 12년은 차갑게 냉각해 원액 속 일부 성분을 걸러내는 ‘냉각 여과’를 하지 않는 ‘논칠필터드’(Non-Chill Filtered) 방식을 통해 위스키 본연의 질감과 풍미를 살렸다. 캐스크 숙성에서 얻은 색을 그대로 살리는 ‘내추럴 컬러’(Natural Colour)도 적용했다.
아시아 최초로 韓에 새 플래그십 선봬
최근 한국 주류 시장은 ‘저도주’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이다. 건강을 우선시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와 맞물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부드러운 술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30도에 달했던 소주는 ▲1990년대 25도 ▲2000년대 20도 등을 기록하며 최근 16도 밑으로 내려왔다. 15.7도 소주가 대세가 된 가운데 최근에는 15도 소주까지 등장했다.
한국의 주류 기업이 앞다퉈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상황에서 벤로막은 오히려 도수를 높인 신제품을 아시아 최초로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위스키 고유의 질감과 풍미를 위해 위스키 생산을 자동화하지 않고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을 고집하는 벤로막의 제조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마크 기어리(Mark Geary) 고든앤맥페일 대표이사(CEO)는 “많은 소비자가 부드러운 위스키를 선호한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벤로막은 벤로막 고유의 독특한 위스키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수많은 전문가가 다양한 조합을 시도한 결과 알코올 도수가 46도일 때 가장 안정적이고 균형감 있는 맛을 낸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노트먼 디렉터는 “벤로막 12년은 하이볼로 만들면 도수가 15~20도가량 낮아지고, 칵테일로는 20~30도 정도 도수로 즐길 수 있다”며 “벤로막의 제품을 통해 소비자가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기어리 CEO는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았다. 기어리 CEO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 ▲영국 ▲독일과 더불어 벤로막의 주요 4대 시장 중 하나다.
그는 “앞으로 한국에서 벤로막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수입사인 아영FBC와 함께 여러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소비자가 벤로막의 제품과 철학을 경험할 기회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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