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도 결제는 계속된다"... '디지털 유산'에 갇힌 유족들
사후 디지털 자산 정리의 필요성은 높게 평가받지만, 실제 사전 대비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파악됐다. 고인이 남긴 온라인 계정과 유료 구독 서비스가 사망 이후에도 그대로 방치되면서, 유족에게 예기치 못한 금전적·행정적 부담을 넘기는 사례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사후 디지털 자산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응답은 78.3%에 달한 반면, 실제 준비를 끝냈다고 답한 비율은 4.1%에 불과했다. 이는 중요 문서를 미리 정리해 두었다는 응답(7.0%)보다도 낮은 수치다. 정리 대상이 되는 디지털 유산은 SNS, 이메일, 온라인 저장소부터 매월 정기 결제되는 유료 구독 서비스까지 범위가 매우 넓다. 전 연령층의 인터넷 이용률이 고르게 상승함에 따라 관리해야 할 온라인 흔적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사망 이후 유족이 당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계정 확인과 접근의 현실적 한계다. 고인이 생전에 이용하던 서비스나 계정을 찾아내더라도 비밀번호나 본인 명의 휴대전화 인증 수단이 없으면 접속조차 불가능하다. 더욱이 주요 플랫폼 업체가 이용자의 사망 사실을 알아서 확인하지 못하므로, 유족이 직접 서류를 갖춰 해지 절차를 밟기 전까지 유료 구독료 청구는 매달 이어진다. 현재 국내에는 금융·부동산 재산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와 같은 디지털 통합 관리 제도가 없으며, 명확한 법적 기준 없이 개별 기업 약관에 따라 파편적으로 처리되는 실정이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서비스 수행에 필요한 개인정보 활용 범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다지는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남겨진 디지털 흔적이 유족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관리 기반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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