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남는 것 없어도 일단 달린다…마트·슈퍼 ‘퀵커머스’ 승부수
- [퀵커머스 전쟁]②
중개·배달 수수료 부담…플랫폼 경쟁도 치열
수익성 낮아도 성장하는 초기 시장 선점 목표
수익성 낮아도 밀어붙인다
대형마트와 SSM 입장에서 퀵커머스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다. 기존 사업보다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가 많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소매 유통업의 매출총이익률은 보통 25% 수준을 맴돈다. 가령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3만원어치 물건을 담았다고 하면, 마트는 원가를 제외한 7500원을 남긴다는 얘기다. 여기에서 매장 임대료, 인건비 등의 고정비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다.
이런 구조에서 퀵커머스 사업은 피킹·패킹(상품을 진열대에서 꺼내 담고 포장하는 일) 비용과 중개 수수료, 배달대행료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유통사의 건당 퀵커머스 수익률을 5% 내외로 추정한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인 유통 마진을 수수료, 인건비로 모두 갉아먹는 구조”라며 “여기에 할인 쿠폰 등 혜택을 붙이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서비스를 계속하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최근 유통사들의 퀵커머스 관련 실적을 보면 시장의 성장세를 명확히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요 대형마트·SSM의 퀵커머스 매출은 올해 상반기 일제히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관련 매출이 100%,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5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더프레시의 퀵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9% 늘었다.
당분간 대형마트와 SSM 등은 퀵커머스 서비스 지역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현재 SSG닷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에 260여개 점포를 입점시킨 상태다. 연말까지 SSG닷컴 등 이커머스 플랫폼 내 입점 점포 수를 더 늘릴 계획이다. 롯데슈퍼, GS더프레시 등 SSM도 서비스 확대를 모색 중이다.
플랫폼 공세 버텨야
지금까지의 상황만 보면 대형마트·SSM 등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퀵커머스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는 모습이다. 다만 앞으로의 전망도 낙관적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퀵커머스 시장에서 지속 생존하기 위해서는 배달의민족과 컬리, 쿠팡 등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움직임도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B마트, 컬리는 컬리나우의 상품 카테고리와 서비스 지역 등을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이들의 성장세도 대형마트·SSM 등 오프라인 유통사 못지않게 가파르다. B마트의 올해 상반기 누적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올해만 퀵커머스 서비스 지역 2곳(서초, 송파)을 늘린 컬리나우는 지난 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했다.
오프라인에 이어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퀵커머스 실적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쿠팡도 관련 사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직 공식 서비스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쿠팡은 현재 제주 등 한정된 지역에서 쿠팡나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퀵커머스에 대한 관심은 대형마트·SSM 등 오프라인 유통사에게 악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오프라인 유통사가 이커머스 플랫폼과 경쟁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오프라인 유통사에게는 전국 점포를 도심형 물류센터(MFC)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확장성 측면에서 이커머스 플랫폼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2019년 B마트를 선보이며 퀵커머스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했지만, 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지 못한 배경에는 MFC 구축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서울 및 수도권, 대구, 광주, 부산 등 주요 거점에 80여개의 MFC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SSM 등 오프라인 유통사가 퀵커머스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의 수익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플랫폼 사업의 핵심은 누가 먼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많이 확보하느냐”라며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로켓배송으로 유통 시장을 장악한 쿠팡”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종속은 시장 안정화 이후의 문제가 될 수 있겠다”며 “그러나 지금은 배달의민족, 쿠팡, 네이버 등
적군과 아군을 가릴 것 없이 다양한 협업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존의 정책을 고수해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계속 수익성만 챙기려고 하면 과거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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