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아파트 의존 못 벗어난 건설사…지어봤자 100원 벌면 94원 나간다
- [구호로 끝난 ‘탈주택’ 10년]②
5대 건설사 상반기 매출, 10년간 8% 증가에 그쳐
서울 핵심 정비사업도 수익성 따져 입찰 포기
그러나 원가 상승과 미수금, 금융 리스크가 겹치면서 주택사업은 한계에 부딪혔다. 과거처럼 아파트를 많이 지어 외형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이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건설사들의 성적표도 ‘얼마나 지었느냐’가 아닌 ‘얼마나 남겼느냐’에 따라 갈리고 있다.
원가율 90% 돌파
올해 상반기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에서도 주택 의존도와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계가 드러난다. GS건설의 상반기 매출은 5조18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2%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648억원으로 29.1% 줄었다.
5대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DL이앤씨·대우건설·GS건설) 가운데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한 곳은 삼성물산이 유일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매출은 7조4010억원으로 5.5% 늘었다.
5대 건설사의 상반기 매출은 2016년 약 30조7716억원에서 올해 약 33조2276억원으로 10년간 8%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문제는 본업의 수익성이 과거보다 크게 악화했다는 점이다. 부동산 상승기였던 불과 수년 전만 해도 70~80%대에 머물렀던 주요 건설사의 주택·건축 부문 매출원가율은 최근 자재비와 인건비가 함께 오르면서 90% 안팎까지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 기준 주요 대형 건설사의 건축·주택 부문 원가율은 90~94%에 달한다. 100원어치 공사를 수행해 90원 이상을 원가로 지출한다는 의미다. 분양가 인상으로 외형상 매출 규모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는 ‘매출 착시’가 나타나지만, 실질적인 마진은 크게 줄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나 신사업은 수주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경쟁이 치열해 단기 실적 방어를 위해 주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주택사업마저 원가율과 금융 리스크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내부적으로 입찰 때마다 계산기를 수없이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원가율은 공사비 갈등으로도 이어진다. 건설사는 착공 이후 오른 자재비와 인건비를 반영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지만 조합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협상이 길어지면 착공과 분양 일정이 미뤄지고 금융비용도 불어난다.
서울과 수도권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아파트를 모두 분양하더라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의 갈등과 원가 상승 탓에 실질적인 영업이익이 거의 남지 않거나 적자를 보는 현장이 나타나고 있다.
미분양·PF 부담…당기순이익 파먹는 이중고
지방 주택시장의 미분양 적체는 건설사들의 현금 흐름을 옥죄고 있다. 공사를 진행하고도 분양 대금과 공사비를 제때 회수하지 못하면서 장부상 매출로만 잡히고 실제 현금은 들어오지 않는 ‘공사 미수금’이 수천억원 단위로 불어나고 있어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원가율은 높은데 지방 사업장은 분양가를 올리기 어렵고 미분양이 발생하면 공사비를 받지 못할 위험도 크다”며 “건설사들이 지방 분양시장을 외면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물량을 채우기 위해 전국을 훑던 방식은 끝났다”며 “분양과 수익성이 보장되는 서울 핵심 정비 사업지에 집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 사업장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 연장 과정에서 건설사가 떠안는 금융 리스크도 커졌다. 시공사가 신용보강이나 자금 보충 약정을 제공한 경우 시행사나 조합의 이자와 대출 상환 부담이 건설사로 넘어올 수 있다. 이는 당기순이익과 현금 흐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대우건설의 미착공 PF 잔액은 지난해 말 4845억원에서 올해 2분기 6695억원으로 38.2% 증가했다. 6개월 만에 1850억원 늘어난 것이다.
주택시장 침체는 건설산업 전체로 번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건설 공사액은 전년보다 29조원(7.9%) 감소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 가운데 22조원이 아파트 등 민간 부문에서 줄었다.
건설사업은 계약 체결부터 실제 착공까지 통상 1~2년의 시차가 있다. 결국 2년 전 나타난 계약 감소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현장에 반영되면서 민간 주택시장이 착공 경색을 겪고 있는 셈이다.
수주 곳간을 채우기 위해 정비사업 시공권을 무리하게 쓸어 담던 경쟁도 자취를 감췄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공사비 회수 가능성과 증액 조항, 조합의 재무 건전성 등을 까다롭게 검증하며 ‘선별 수주’로 돌아섰다.
서울 강남권이나 핵심 정비사업지라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거나 분쟁 요소가 있으면 입찰을 포기하거나 유찰을 감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방 사업장은 미분양 우려로 신규 수주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는 분위기가 굳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목동이나 성수 일부 구역에서 경쟁 입찰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선별 수주 분위기의 일환”이라며 “조합이 설립되면 건설사가 곧장 영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비용과 리스크를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건설사가 이미 조합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 굳이 경쟁하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에서 과거와 같은 ‘외형 확장’이나 ‘수주 물량 채우기’는 옛말이 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영업이익만 개선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물량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걷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사업은 사업성을 더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수익성이 있는 사업만 수주하는 전략을 택해야 건설사의 현금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원가 부담을 직접 낮추기 어렵다면 건설시장 개입을 최소화해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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