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AI 비서는 무료인데…이통 3사는 어디서 돈 버나
- [AI에 미래 건 이통 3사]②
이통 3사 무료 AI 장기 셈법
카카오톡 성공 공식 녹일까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국민 누구나 인공지능(AI)을 접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의 기조에 맞춰 이동통신 3사도 무료 AI 에이전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용료 수익 모델 없이 시작하는 사업이지만 이통사들은 무료 AI 플랫폼으로 모을 거대한 트래픽을 매출로 연결하는 장기 로드맵을 그리는 분위기다.
2만원대 갇힌 수익 구조
국내 이통 시장은 성장 정체의 늪에 빠졌다. 가입자 포화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맞물리면서 본업인 무선 통신 부문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고가 프리미엄 요금제 수요가 중저가 요금제로 이동하면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업계 1위 SK텔레콤의 2026년 2분기 총 무선 가입자 수는 3357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5G 가입자 수는 1797만3000명으로 5.6% 늘어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가장 뼈아픈 지표는 ARPU다. 2만909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불과 0.1% 상승했다. 지난 2023년 2분기 3만원 선이 무너진 이후 2만원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선 통신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팽배한 이유다.
이통 3사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AI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의 ‘모두의 AI’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용자 접점을 넓힐 국민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라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정부의 일정 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막대한 개발비와 서버 인프라 유지비가 들어가는 만큼, 이통사들은 트래픽을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있다.
무료 AI 서비스는 이통사들에 거대한 영토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갤럽이 2026년 6월 만 13세 이상 1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최근 1년 내 생성형 AI나 온디바이스 AI를 접해본 비율은 64%에 달했지만 평소 ‘매일·항상 사용한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률이 99%에 육박하고 메신저가 일상화된 점을 고려하면 AI 서비스는 아직 초기 선점 단계인 셈이다.
AI를 이용하는 기기로는 ‘스마트폰’이 9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으며, 주요 활용 용도는 ‘업무·생산성’(22%), ‘교육·학습’(22%), ‘비서·스케줄·검색’(21%) 등에 집중됐다. 반면 ‘쇼핑·소비’(12%), ‘건강·의료’(13%), ‘엔터테인먼트’(6%) 등 상업적 결제와 직결되는 분야의 이용 비중은 아직 낮아 향후 이통사들이 맞춤형 에이전트 서비스로 공략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10년 전 카톡이 걸었던 길
이통사들의 이러한 무료 AI 플랫폼 전략은 과거 카카오톡이 걸어왔던 수익화 과정과 닮아있다.
2010년 첫선을 보인 카카오톡은 이용자에게 사용료를 받지 않는 무료 메신저로 출발했다. 카카오의 선택은 이용자에게 직접 돈을 받는 대신, 대규모 트래픽이 모인 공간에 기업들이 자금을 집행하도록 만드는 구조였다.
카카오는 2011년 기업용 채널 서비스인 ‘플러스친구(현 카카오톡 채널)’를 시작으로 알림톡·상담톡 등 기업용 메시지 사업과 선물하기 등 커머스로 발을 넓혔다.
변곡점은 2019년 도입된 ‘비즈보드’였다. 카카오톡 채팅 목록 상단에 광고를 노출하는 비즈보드는 폭발적인 트래픽을 단숨에 돈으로 바꿔 놓았다. 비즈보드는 출시 이듬해인 2020년 12월 일평균 매출 10억원을 기록하며 무료 메신저의 수익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 결과 카카오톡 기반 사업군인 ‘톡비즈’는 카카오의 효자 사업으로 성장했다. 2026년 2분기 톡비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성장한 6432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약 30.6%를 책임졌다. 톡비즈 내 광고 및 구독 매출만 3999억원으로 14% 증가했으며, 금융 업종 등의 수요 확대로 비즈니스 메시지 매출 역시 20%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이통 3사가 무료 국민 AI 비서로 이용자와의 일상 접점을 확보하고 맞춤형 광고나 쇼핑·결제 연계 서비스로 확장해 신규 수익을 창출하는 구상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2C에서 축적된 트래픽과 서비스 운용 역량은 장기적으로 AI 데이터센터(AIDC)와 클라우드 등 B2B 인프라 수요 증가로 이어져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통 3사는 당장의 수익화보다 대국민 이용자 확보와 플랫폼 전환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수익화 방안은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 발주 사업으로서 완성도 높은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며 “수익화는 향후 소비자의 사용 패턴과 정부 기조 등을 보고 논의할 이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전환과 대국민 트래픽 선점이 가져다줄 장기적 가치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의 기본은 이용자 확보가 최우선이며, 카카오톡이 그러했듯 이용자가 모이고 나면 수익화 모델은 그 뒤에 얼마든지 결합할 수 있다”며 “정부 사업으로 ‘국가대표 AI’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면 국내 인지도는 물론, 향후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한국 정부의 인증과 국민적 사용 실적이라는 강력한 신뢰성 어필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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