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카톡에 내준 ‘국민’ 타이틀…이통 3사, AI 비서로 되찾는다
- [AI에 미래 건 이통 3사]①
정부 ‘모두의 AI’ 최종 사업자에 이통 3사 참여
에이닷·카카오톡·생활 플랫폼…승부처는 ‘이용 습관’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과거 문자메시지(SMS) 시장에서 카카오톡에 밀려 ‘국민 서비스’ 자리를 내줬던 이동통신 3사가 무료 인공지능(AI) 비서로 설욕에 나섰다. 통신 본업의 성장 한계를 넘어 전 국민이 사용하는 AI 서비스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 국민의 AI 활용을 지원하는 ‘모두의 AI’ 사업자로 SK텔레콤·KT·카카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카카오 컨소시엄에는 LG유플러스가 참여하면서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선정된 사업자들에게 올해 엔비디아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 512장을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전 국민 무료 서비스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각 컨소시엄은 협약 체결과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모두의 AI’는 이통 3사의 AI 경쟁력을 시험하는 무대다. 각사가 보유한 AI 모델과 통신 인프라, 플랫폼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초반 경쟁에서는 SK텔레콤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250만개 무선 회선과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00만명을 넘어선 AI 서비스 ‘에이닷’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다만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통신 가입자 수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LG유플러스는 접근성을, 여러 생활 플랫폼을 연결한 KT는 다양한 이용 경로를 각각 강점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1000만 에이닷 SKT vs 카톡 올라탄 LGU+
SK텔레콤의 강점은 AI 모델과 서비스, 인프라를 직접 운영해 온 경험이다. MAU 1000만명을 넘어선 에이닷의 운영 경험을 ‘모두의 AI’에 적용한다.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지시를 실제 업무 처리까지 연결하는 ‘행동형 AI 에이전트’를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핵심 모델은 매개변수 6880억개 규모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에이닷엑스 K2’다. 질문의 난도에 따라 가벼운 모델과 고성능 모델을 나눠 활용해 운영 비용과 응답 속도를 관리한다.
2250만개 무선 회선을 기반으로 축적한 음성 인식·합성 기술도 활용한다. 별도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전화나 문자로 공공 혜택과 생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구상대로라면 고령자가 전화로 AI 비서를 불러 정부 지원금 대상인지 확인하고 필요한 행정 서류까지 발급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행정 증명서 83종 발급과 의료·금융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31개 기업·기관의 서비스를 연결할 계획이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자사 모델뿐 아니라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 2’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모티프 3’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2.0’ 등 다른 국내 기업의 모델도 활용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에이닷엑스 K2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산 모델을 함께 활용하는 방향을 설계하고 있다”며 “과업과 이용자 요구에 따라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고 품질과 안전성 등을 고려해 최종 구성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컨소시엄에 참여한 LG유플러스는 카카오톡의 이용자 기반을 활용한다. 카카오톡 안에서 범용 챗봇과 공공·특화 서비스를 연결해 별도의 앱을 설치하거나 새로운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 부담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에서 “주말에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예약해 줘”라고 입력하면 병원 검색부터 예약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는 통화 특화 AI 서비스 ‘익시오’를 개발하며 쌓은 온디바이스·음성 AI 기술을 결합한다. 이를 바탕으로 연내 범용 전화 AI 서비스의 초기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2.0’과 카카오의 ‘카나나’ 등 국산 AI 모델도 활용한다. LG그룹 4개사가 역할을 나누고 서울대병원과 신한은행, 퓨리오사AI 등 14개 기관이 참여한다. 결제와 예약, 신청 등 일상 서비스를 AI 비서로 연결할 방침이다.
스타트업 연합군 꾸린 KT
KT는 국내 AI 스타트업과 손잡고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한다. 자사 독자 모델 ‘믿음’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기업의 AI 모델을 활용해 기술과 서비스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KT 컨소시엄에는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모티프 3’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 2 250B’ ▲솔트룩스의 ‘루시아’ ▲NC AI의 ‘바르코’ 등이 참여한다. 각 모델의 강점을 서비스 목적에 맞게 활용할 계획이다.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와 래블업·베슬AI의 GPU 최적화 기술도 적용해 AI 서비스 운영 비용을 낮추고 처리 속도를 높인다.
이용자 확보에는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다. 포털 다음과 무신사·직방·EBS 등과 연계해 서비스 이용 경로를 넓힌다. 이들 플랫폼의 서비스 접점은 합산 6000만개 이상이다.
예를 들어 무신사에서 AI로 상품을 추천받거나 EBS에서 강의를 찾을 때 학습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별도의 AI 앱을 열지 않아도 평소 사용하는 서비스안에서 AI 비서를 만나는 방식이다.
KT 관계자는 “‘모두의 AI’ 전용 앱뿐 아니라 무신사와 BC카드, EBS 등 파트너사의 기존 앱에서도 같은 수준의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연동하고 있다”며 “평소 사용하던 플랫폼에서 AI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승부는 가입자 수보다 이용 습관에서 갈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이동통신 가입자와 에이닷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지만 LG유플러스에는 카카오톡이 있다. KT도 쇼핑과 교육, 부동산 등 이용자가 자주 찾는 플랫폼을 확보했다”며 “무료 AI 비서를 얼마나 쉽게 접하고 반복해서 사용하게 만드느냐가 ‘국민 AI’의 주인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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