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제주 말고 일본 갈래요” 지진보다 무서운 ‘이것’, 제주 덮쳤다
- 실종 사건·경찰 허위 종결 논란
온라인서 ‘제주 치안 괴담’ 확산
특정 국적 범죄설·지역 혐오 프레임 우려
관광업계 “수요 위축 현실화할 수 있어”
제주도·경찰, 실종 대응체계·정보 공개 등 근본 대책 마련해야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이번 휴가는 제주 말고 다른 데 갈까?” 올여름 늦은 휴가를 계획하던 직장인 A씨(35)는 제주행 비행기표를 알아보다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 제주에서 잇따른 실종 사건과 치안 논란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A씨는 “사실 일본은 언제 지진이 날지 몰라 가기 망설여졌다”며 “그래도 지진은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지만 제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일본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제주를 둘러싼 불안이 실제 여행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실종 사건과 경찰의 허위 종결 의혹이 겹치면서 온라인에는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제주 실종 지도’가 등장했다. SNS에서는 제주를 치안 불안 국가로 인식되는 캄보디아에 빗댄 ‘귤보디아’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과 범죄를 연결하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퍼지고 있다.
정치·사회적 갈등에 특정 국가에 대한 적개심까지 얽히면서 사건의 진상보다 ‘제주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풍선처럼 커지는 치안 불안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인근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장씨의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장씨와 연락이 닿아 안전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허위 보고한 뒤 사건을 종결하고 관련 기록을 삭제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장씨 사건을 전후해 제주에서 실종자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지역 사회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다만 현재까지 장씨 사건에서 타살을 뒷받침하는 뚜렷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설골 골절이 발견됐지만 목을 매는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소견인 만큼, 경찰은 해당 사실만으로 타살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사망 경위는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확인된 사실과 온라인 추측이 뒤섞이면서 관광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현실적으로 제주도에 대한 수요가 떨어진다”며 “관광객들이 심리적으로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한림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이번 사고는 경찰의 대응이 문제인데 제주도가 치안이 좋지 않은 곳처럼 비쳐지는 것 같다”며 지역 전체로 비난이 번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소상공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제주 관광의 이미지 타격을 걱정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소래포구도 처음에는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지금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다”며 “이러다 육지 사람들이 제주도 여행을 모두 외면할 것 같다”고 적었다.
제주 관광은 이미 바가지요금 논란으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치안 불안이라는 인식까지 겹치면 관광객의 선택에서 제주가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 관광은 실제 위험 수준뿐 아니라 여행객이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에도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신뢰 회복 나서야
제주도와 경찰의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관광의 이미지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전달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제주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치안 현황과 대응 체계를 구체적으로 공개해 관광객이 안전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자체 직속 자치경찰단을 운영하는 만큼 주요 관광지와 올레길 순찰을 강화하고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제주도 관광업계 전문가는 “내·외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꾸준히 찾았던 핵심 기반은 ‘치안이 매우 안전한 청정 지역’이라는 확고한 신뢰였다”며 "실제 관광객 이탈로 이어지기 전에 행정적·심리적 방역 대책이 가동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종 사건 대응 체계도 점검해야 한다. 신고 접수부터 현장 수색, 연락 확인, 사건 종결까지 전 과정을 전산으로 기록하고 종결 과정에 대한 상급자 검증을 강화하면 허위 종결이나 기록 삭제 같은 문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온라인에서 확산하는 실종 정보에 대응할 공식 창구도 필요하다. 확인된 실종·범죄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면 출처가 불분명한 게시물이 사실처럼 퍼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괴담을 일일이 반박하기보다 정확한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논란도 감정이 아닌 통계로 접근해야 한다. 관광객 규모와 범죄 발생 건수, 범죄 유형 등을 객관적으로 공개하고 제도가 치안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확인되면 제도를 보완하고, 근거가 없다면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히면 된다.
제주가 회복해야 할 것은 관광객 수만이 아니다. ‘신고하면 경찰이 움직인다’는 믿음과 ‘공식 발표를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함께 회복돼야 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것은 제주가 안전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관광객이 안심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건은 철저하게 수사하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제주 전체의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도록 행정과 경찰, 관광업계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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