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현송 총재 “늦으면 비용 더 커져”…물가 잡을 ‘호미’ 들었다
- 기준금리 두 달 연속 0.25%p 인상…1년 6개월 만에 3%대
성장률 2.6→3.3% 대폭 상향…점도표는 추가 인상에 무게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하기 전에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 향후 더 큰 긴축에 따른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한은 금통위)는 물가 압력에 대응해 7월에 이어 8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1년 6개월 만에 다시 연 3%대에 진입했다.
27일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금통위원 7명 가운데 6명이 인상에 찬성했으며, 황건일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2.75%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은 지난 7월에 이어 이달에도 추가 인상을 단행하며 긴축 강도를 한층 높였다.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늦게 대응하면 비용 더 커져”…연속 인상 배경은 물가
신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속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등 거시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통화 정책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선제적 정책 대응은 뒤늦은 대응에 비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조속히 안정시켜 긴축의 강도와 기간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성장 측면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표현이 있다”며 “가래로 막는 것은 그만큼 비용이 더 크다는 얘기이고, 저희는 이번에 호미로 정책 대응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상승세가 고착된 뒤 더 큰 폭의 긴축에 나서기보다 미리 금리를 올려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신 총재는 선제적인 금리 인상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통위가 두 달 연속 인상에 나선 배경에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물가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올라 6월(3.2%)보다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여전히 웃돌았다. 특히 가격 변동이 일시적인 유가·농산물 영향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7월 2.6% 상승률을 기록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신 총재는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물가 오름세”라며 “소득 여건 개선과 강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물가 오름세가 보다 광범위해지고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원물가를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기조적인 물가 오름세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을 2.5%로 전망했다.
지난달 금리 인상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 역시 추가 인상을 뒷받침했다. 7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5조4000억원 늘어난 119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폭은 6월(7조6000억원)보다 줄었지만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성장률 전망 3.3%로 상향…점도표는 추가 인상 가능성
강한 성장세도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는 여력을 뒷받침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p 대폭 상향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 등 예상보다 강한 경기 회복세를 반영한 결과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과 동일한 2.7%를 유지했다.
신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3.3%로 지난 5월 전망에 비해 상당폭 상향 조정했다”며 향후에도 강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신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금통위원들의6개월 후 조건부 금리 전망 점도표에는 총 21개 점 가운데 가장 많은 10개가 연 3.25%에 찍혔다. 연 3.50%에도 6개가 몰렸으며 현 기준금리와 같은 3.00%는 5개에 그쳤다.
다만 한은은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린 만큼 향후에는 정책 효과를 확인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조절할 방침이다.
신 총재는 “앞으로 6개월 내에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네 차례 있다”며 “점도표의 중간값은 3.25%로 지금보다 한 차례 정도 더 올리는 완만한 인상 경로를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 총재는 “두 번 연속 금리를 올린 것은 상당히 관례에서 벗어난 결정이었다”며 “그만큼 시장에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준금리가 3.0%로 올라간 만큼 모든 경제 주체에 미치는 여파를 점검하고 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총재는 “국내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에도 유의해야 한다”며 “앞으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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