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수천억 된 회장님 RSU…대체 얼마까지 줘도 되나
- [재벌가 보상 방정식]②
RSU 장기보상 수단으로 급부상…한화·두산·LS·네이버 등 확산
상법 개정으로 자기주식 처분 통제 강화…임원 보상 적정성은 숙제
한때 국내 기업의 대표적인 주식보상 수단은 스톡옵션이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정 기간 근무하거나 성과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 자체를 지급하는 RSU가 새로운 보상수단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총수 일가뿐 아니라 전문경영인과 일반 임직원까지 활용 범위도 넓어졌다.
문제는 규모다. 부여 당시 수십억원 수준이었던 RSU가 주가 상승에 따라 수백억원으로 불어나는 사례가 등장하고 오너 경영인의 미지급 RSU 평가액은 수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재계의 보상 공식이 빠르게 달라지면서 이를 통제하는 제도가 변화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톡옵션 대신 RSU…재계 보상 공식 바뀐다
RSU가 빠르게 확산한 데는 기존 스톡옵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스톡옵션은 미리 정한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식이다. 주가가 행사가격 아래로 내려가면 사실상 보상 효과가 사라진다. 반대로 주가가 크게 오르면 임직원이 단기간에 거액의 차익을 실현한 뒤 회사를 떠나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RSU는 다르다. 일정 기간 재직하거나 회사가 정한 성과조건을 달성하면 주식 자체를 지급한다. 지급 시점을 수년 뒤로 설정하면 핵심인재의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다. 경영진의 보상을 기업가치와 연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선제적으로 RSU를 도입한 이후 활용 기업이 빠르게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4년 처음 대기업집단의 주식지급 약정을 분석했을 당시 RSU는 전체 주식보상 유형 가운데 가장 많은 147건으로 집계됐다. 한화·신세계·KT·카카오·LS·두산·네이버·세아·에코프로·두나무·아모레퍼시픽·크래프톤 등 다양한 기업집단에서 RSU 약정이 확인됐다.
총수 일가의 활용 사례도 늘었다. 한화에서는 김동관 부회장뿐 아니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부사장 등 오너 3세들이 RSU를 활용한 보상체계의 적용을 받았다. 두산 역시 박정원 회장뿐 아니라 박지원 부회장이 RSU를 받았다.
LS도 대표적인 사례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LS로부터 RSU 2만7340주를 부여받았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도 RSU를 부여받는 등 그룹 경영진의 장기보상 수단으로 활용됐다. 다만 LS는 이후 RSU 제도를 폐지했고 이미 부여한 물량에 대해서는 기존 약정을 유지했다.
‘마음대로 RSU’ 제동 걸렸다…그래도 남은 빈틈
RSU 활용이 늘고 보상 규모도 커지면서 이를 어떤 기준으로 부여하고 통제할 것인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RSU는 주가에 따라 최종 보상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올해 상반기 받은 RSU 관련 보상은 375억9000만원이었다. 2023년 부여 당시 약 28억원이었던 가치가 주가 상승으로 13배 이상 커졌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미지급 RSU 평가액도 지난해 말 기준 2682억원에 달했다.
주가 상승으로 RSU 가치가 커지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관건은 가치가 크게 변할 수 있는 RSU를 처음 누구에게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부여하느냐다.
이에 최종 보상액보다 애초 부여 수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었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4년 논문에서 회사 전체 RSU 부여 한도를 발행주식총수의 10% 이내, 개별 임원은 3~5%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이후 제도적 환경이 달라졌다. 올해 상법 개정으로 RSU 지급에 활용되는 자기주식에 대한 주주 통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6일 시행된 개정 상법은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했다. 임직원 보상 등에 활용하려면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매년 주총 승인을 받아야 한다. RSU 역시 자기주식을 활용한 임직원 보상인 만큼 이 규제를 받는다.
회사는 자기주식을 왜 보유하고 어디에 얼마나 사용할지, 언제 처분할지 등을 계획에 담아야 한다. 과거보다 RSU 지급 과정에서 주주의 통제권이 커진 셈이다.
안 교수도 이번 상법 개정으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는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RSU를 지급하면서 자사주 처분 자체에 특별한 통제를 받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상법 개정으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RSU를 보상 목적으로 지급하는 경우에도 자기주식 처분에 대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회사가 과거처럼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총 통제가 강화됐다고 해서 ‘특정 경영인에게 RSU를 얼마나 주는 것이 적정한가’라는 문제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주총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임직원 보상에 활용하는 계획을 승인하지만 개별 임원의 RSU 계약을 건건이 승인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주식을 RSU에 활용하는 과정에 대한 통제는 강화됐지만 특정 오너에게 몇 주를 부여하고 어떤 성과조건을 붙일지는 여전히 남은 과제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RSU는 결과적으로 얼마가 됐느냐보다 부여 당시 어떤 성과를 전제로 몇 주를 지급하기로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특히 지배주주에게 지급하는 RSU라면 독립적인 보수위원회 심사와 구체적인 성과조건, 충분한 공시를 통해 주주가 보상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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