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끌·빚투’에 빚 2000조…은행 이자이익은 32조 ‘역대 최대’
- 주택대출에 ‘빚투’ 신용대출까지 동반 증가
은행 이자이익 32.2조원…반기 기준 사상 최대
4대 은행 직원 평균급여도 12.6% 늘어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가계 빚이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은행권의 이자이익도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택 거래 증가에 따른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증시 호황을 타고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등 이른바 ‘빚투’ 성격의 자금 수요까지 늘면서 가계대출 규모가 빠르게 불어난 영향이다.
대출자산 증가에 시장금리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도 개선됐다.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은행권 임직원의 평균 급여 역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면서 은행의 ‘이자 장사’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동산에 주식까지…가계 빚 2000조 시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하면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2분기 증가폭은 부동산 ‘영끌’과 증시 ‘빚투’ 열풍이 거셌던 2021년 3분기 34조8000억원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가계신용 가운데 가계대출 잔액은 1891조3000억원으로 석 달 사이 24조9000억원 증가했다.
부동산과 주식이 동시에 가계 빚을 끌어올렸다. 주택 관련 대출은 2분기 12조2000억원 늘어 1분기 증가폭인 8조1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주택 거래가 늘어난 데다 기존 분양 사업장의 집단대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눈에 띄는 것은 기타대출이다.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주식·예적금 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같은 기간 12조8000억원 증가했다. 1분기 증가폭인 5조400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주택 관련 대출 증가액도 추월했다.
기타대출 증가액이 주택 관련 대출을 넘어선 것은 2021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은행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가 부동산과 증시로 향하기 위해 레버리지를 확대하면서 은행의 대출자산도 덩달아 커지는 구조가 나타난 셈이다.
늘어난 대출은 은행의 이자수익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3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조5000억원(8.3%) 증가했다. 이는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하반기 기록했던 종전 최고치 30조7000억원도 1조5000억원 넘어섰다.
은행의 이자이익은 대출 등에서 받은 이자수익에서 예금 등에 지급한 이자비용을 뺀 금액이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증가할수록 은행의 이자수익 기반도 커지는 구조다.
실제 올해 상반기 은행의 대출채권 등 이자수익자산은 3628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4% 증가했다. 여기에 시장금리 상승까지 가세했다. 은행 이자 수익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NIM은 지난해 상반기 1.52%에서 올해 상반기 1.56%로 0.04%포인트(p) 상승했다.
은행의 연간 이자이익은 2021년 46조원에서 2022년 55조9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60조4000억원으로 처음 60조원을 넘어섰다. 상반기에 이미 32조원을 돌파하면서 올해도 연간 이자이익이 60조원을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역대 최대 이자이익이 은행의 전체 실적 개선으로 그대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상반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3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4% 감소했다. 비이자이익이 2조9000억원으로 43.4% 급감한 영향이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이 보유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은행들이 ‘이자 장사’만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고 단순화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전체 수익에서 이자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졌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은행원 급여도 ‘껑충’…차주 부담은 커져
은행의 이자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동안 임직원들의 급여도 크게 올랐다.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715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350만원보다 12.6% 증가했다.
은행별로 신한은행이 지난해 상반기 6200만원에서 올해 7500만원으로 1300만원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6200만원에서 7100만원, 하나은행은 6800만원에서 7100만원, 국민은행은 6200만원에서 6900만원으로 각각 늘었다.
금융지주까지 범위를 넓히면 액수는 더 커진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직원 평균 급여는 1억80만원으로 전년 동기 9440만원보다 6.8% 증가했다. 반기 평균 급여가 1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반면 돈을 빌린 가계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추가로 오를 경우 변동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차주의 이자 부담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실수요 대출 등을 고려해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높인 점도 변수다. 대출 공급 여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부동산과 증시로 다시 자금이 몰릴 경우 가계부채 증가와 은행 이자수익 확대가 동시에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은행의 이자이익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대출을 지나치게 조이면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반면 규제를 완화하면 가계부채가 다시 빠르게 불어날 수 있어서다.
특히 금리 상승기에는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가 은행의 이자수익 확대와 맞물릴 수 있다.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자 금융 공급이라는 두 과제 사이에서 은행의 가산금리와 예대금리차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과정에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해왔고, 이는 차주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가계부채가 2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는 은행의 이자이익 증가 자체보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의 상환 부담과 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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