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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마라서 더 좋은 줄 알았는데”…법적으론 그냥 ‘일반 화장품’
- [판 커진 ‘K더마’]②
'기능성' 비켜간 더마… 까다로운 실증 규제 속 우회 마케팅
이익단체 힘겨루기에 가로막힐라… "K더마 판 다시 짜야"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국내 '더마 코스메틱'들은 '피부과 화장품'이나 '민감성 전용'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운다. 소비자는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인증 기능성 제품이나 특정 효능을 기대하는 화장품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현행법상 '더마 코스메틱'은 법적 기준이 없는 상업적 용어에 불과하다.
식약처는 '피부과 전용', '약국 전용' 등 의료기관 오인 표현 및 허위·과대광고에 대한 기획 감시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정의가 없는 '더마' 명칭 자체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 화장품법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기능성 화장품'의 규제망을 비켜난 채, 상표와 마케팅만으로 프리미엄 화장품으로 인정받는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다.
'더마', 법적 지위는 일반 화장품
반면 현행법상 '더마 코스메틱'이라는 별도 분류나 인증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피부 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코스메틱(Cosmetics)'을 결합한 상업적 용어일 뿐이다.
예를 들어, 정제수와 글리세린 위주의 기본 보습 크림에 '더마'라는 라벨을 붙여 판매하더라도 식약처에 제출해야 하는 법적 서류는 일반 화장품과 동일하다는 얘기다.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기능성 화장품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더마'라는 브랜드명을 활용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업체들이 법적 규제 안에서 제품을 표현하는 방식도 매우 정교해졌다. 화장품 기업들은 식약처의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제도' 및 '광고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해 단어 선택에 주의를 기울인다. 법적 기능성 항목인 '피부장벽 회복을 통한 가려움 개선'이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피부 자극 완화'나 '장벽 케어' 등의 일반적 수식어로 마케팅하는 식이다.
상대적으로 절차가 용이한 '1차 피부 자극 테스트(무자극 판정)' 결과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도 보편적이다. 이는 바른 직후 피부 자극 반응이 없음을 확인한 시험 결과이지만, 자칫 소비자는 손상된 피부가 개선되는 의학적 효과가 입증된 것으로 확대 해석할 여지가 있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학교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소비자 인지상 더마 화장품은 제약 소재를 활용해 기존 기능성 화장품보다 한 단계 높은 고효능 제품군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시장 현실을 반영한 제도적 분류가 없다 보니, 기업들이 표시·광고 위반이나 행정처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법 테두리 안에서 우회적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산업 육성과 소비자 알 권리 사이
업계에서는 더마 브랜드의 성장이 제약·바이오 기술력을 화장품에 접목해 K-뷰티의 영토를 넓힌 긍정적 측면이 크다고 강조한다. 다만 제도적 명확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자칫 자율적인 시장 경쟁이 위축되거나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식약처의 현행 관리 방식은 부당한 표식을 적발해 행정명령을 내리는 사후 처벌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변종 마케팅이 지속되고 산업의 형태가 다변화하는 만큼,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근본적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능성 심사를 받지 않은 일반 화장품이 '더마', '메디' 등 의학적 연상을 유도하는 명칭을 사용할 경우 제품 용기나 상세 페이지에 "본 제품은 기능성 화장품 또는 의약품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안내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피부 자극 테스트 완료' 등 실증 자료를 광고에 활용할 때 해당 시험이 단순 '무자극' 확인인지 실제 '효능' 입증인지 소비자가 식별할 수 있도록 세부 표시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필요성도 제시된다. 또한 표시·광고 위반 적발 시 과징금 부과 기준과 처분 내역을 명확히 공시해 행정 처분의 실효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주덕 교수는 "기존의 기능성 화장품 제도를 전면 개편하거나 폐지하고, '코스메슈티컬'(해외의 더마 화장품 개념)과 더마 코스메틱을 포괄하는 새로운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 화장품 산업은 일반 화장품에 머물러 있었다"며 "2000년 기능성 화장품법 신설이 1차 도약의 계기였고, 이제는 더마 카테고리를 제도적으로 육성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이익단체와의 이해관계 및 과도한 규제를 지목했다. 일례로 2017년 5월 식약처가 기능성 화장품 범위에 '아토피' 표현을 포함했으나, 의료계 단체의 반대로 결국 2020년 '피부장벽의 기능 회복'이라는 모호한 문구로 후퇴했다. 산업 발전이 이익단체의 힘겨루기에 막힌 대표적 사례다.
이어 김 교수는 "현행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제도'는 K-뷰티의 기술적 도약을 저해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성분을 사용함에도 불필요하게 까다로운 실증 절차를 요구한다"며 "정부 주무 부처가 산업 육성을 위해 소신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더마 코스메틱이 고부가가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판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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