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선박 엔진의 변신' 1GW 데이터센터 전력원도 가능하네
- HD현대중공업 발전용 엔진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에 공급
10일 코반에너지그룹과 1GW 9560억 규모 계약
미국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 가스터빈 대안으로 각광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배터리, 가스터빈에 이어 선박 엔진도 데이터센터의 차세대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급증으로 기존 발전설비의 병목 현상이 짙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빠른 납기를 앞세운 조선사 및 해양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엔진 발전기가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선박 엔진, HD현대중공업의 새 성장 동력
글로벌 조선 1위 업체인 HD현대중공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올해부터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를 공급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10일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기업 코반에너지그룹과 9.6MW(메가와트)급 힘센(HiMSEN) 엔진 기반의 발전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1GW(기가와트), 9560억원 규모다. 1GW의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서 9.6MW급 힘센 엔진이 최소 105기 들어가는 형태다. 향후 이 인프라가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되는 구조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부터 선박 엔진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난 4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기업 AEG와 총 6271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용 발전 공급계약을 시작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당시 20MW급 힘센 엔진 기반 684MW 규모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이었다.
8월 계약을 토대로 HD현대중공업은 1GW급 대형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 규모로도 확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9.6MW급 발전용 힘센 엔진은 대용량 중속 엔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 효율과 신뢰성을 갖춘 제품으로 알려졌다. 고출력·고효율의 성능을 바탕으로 24시간 운용이 가능하다는 이점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발전용 엔진은 24시간 연속 운용에 급격한 부하 변동을 견딜 수 있는 발전 시스템이라는 강점이 뚜렷하다. 그보다 더 주목을 모으는 건 적시에 납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우후죽순 데이터센터가 건설되고 있는데 기존 배터리, 가스터빈 등으로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발전용 엔진이 비상용에서 데이터센터의 주발전원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아직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상업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발전용 설비로 가스터빈이 대세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미국 빅테크와 총 12기 수주 실적을 확보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최근 계약을 살펴보면 380MW급 가스터빈 7기 공급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9년부터 순차적으로 이 가스터빈을 공급해 급증하는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책임질 예정이다. 가스터빈 1기당 연간 100억원 규모의 서비스 매출이 발생하고 14년 이상 지속되는 구조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가스터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9년 제작 물량까지 채워진 상황이다. AI 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이 가스터빈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납기 앞세운 강점, 인프라 시장 대체 전력원
최근 미국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시장은 AI 서비스 확산과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확대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전력연구원(EPRI)에 따르면 미국 전체 전력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까지 최대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발전용 엔진도 올해를 기점으로 성장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HD현대도 그룹 차원의 대응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에서 발전용 엔진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실상 초창기이기 때문에 고객사의 납기 기일을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고출력과 고효율 성능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설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부유식 데이터센터 핵심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조선사들의 발전 엔진을 탑재한 부유식 데이터센터 개념 설계를 확대하는 등 선박 건조 기술과 전력 인프라 기술의 접목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계열사 HD현대일렉트릭과 HD현대마린솔루션이 각각 배전·전력기기 공급 및 발전용 엔진 유지·보수 사업을 확대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해외 선박 엔진 기업들의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계약도 늘어나고 있다. 바르질라(핀란드)는 미국 텍사스와 오하이오 등지의 AI 데이터센터에 천연가스 발전 엔진을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412MW, 790MW급의 공급계약 연이어 따냈다.
글로벌 동력 기술 전문기업이자 디젤·천연가스 엔진을 개발하는 커민스(미국)의 경우에도 텍사스주 데이터센터에 대용량·고효율 가스 발전 엔진 시스템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해양·선박용 고중속 디젤 및 가스 엔진을 제작하는 롤스로이스 파워시스템즈는 발전 엔진의 수요 폭증으로 유럽과 미국의 생산 공장 설비를 2배 이상 증설하며 공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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