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급한 불 끈 홈플러스…2000억 수혈에도 앞날 ‘안갯속’ [홈플러스 회생의 조건]①
- 자금 확보에도 상품 공급·매출 회복 불투명
경영 정상화 지연 땐 추가 유동성 위기 우려
마지막 기회는 잡았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오는 9월 4일이다. 이달 초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던 법원은 홈플러스 측 항고를 받아들였다.
홈플러스가 최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DIP 대출 2000억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DIP는 우선변제 대상인 공익 채권이다. 그동안 홈플러스의 DIP 대출 요청에 고심하던 메리츠금융은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전액 연대보증을 약속함에 따라 최종적으로 대출 승인을 결정했다.
앞으로 홈플러스에게 남은 시간은 약 두 달이다. 이 기간 회사는 가능한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생존할 수 있다. 더 이상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의 추가 연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회생절차 개시일로부터 1년이다. 여기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최대 6개월을 추가 연장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최대치로 연장했다. 이마저도 넘기면 홈플러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관건은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으로부터 받은 2000억원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다. 홈플러스의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운영자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전국 67개 점포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홈플러스는 새로 수혈된 자금을 영업 정상화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DIP 대출금이 들어오는 대로 임시휴업 중인 핵심 점포의 영업을 재개하고, 상품 대금과 연체 임대료·공공요금 등 필수 운영비를 우선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은 수도권 16개 점포부터 순차적으로 운영을 재개하고, 직원 급여와 소상공인 미정산 대금 지급도 병행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현금흐름을 회복한 뒤 구조혁신 작업을 마무리하고 매각 절차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홈플러스가 주력으로 분류한 67개 점포를 모두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매월 약 1060억원의 고정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홈플러스가 그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줄였다고 주장하는 비용을 고려한 결과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회사는 회생절차 돌입 후 최근까지 점포 및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력이 50% 정도 줄었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 전국 점포 수도 기존 126개에서 67개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여기에 슈퍼마켓사업부(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까지 성공해 회생절차 직전 대비 각종 비용을 약 1조2000억원 줄였다는 게 홈플러스 측 주장이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경영 실적이 기록된 2024~2025회계연도 감사보고서의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는 2조4721억원이다. 여기에서 1조2000억원을 제외하면 홈플러스의 판관비는 총 1조2721억원이 된다. 이를 67개 점포 운영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월간 판관비는 1000억원이 조금 넘는다.
2000억원 큰 변화 기대 어려워
문제는 협력업체와의 신뢰관계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홈플러스가 우선적으로 변재해야 하는 공익채권은 약 1조원 수준이다. 여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거래채권(미지급 납품대금 등) 규모는 약 8000억원이다. 홈플러스가 이번에 확보한 2000억원으로는 상거래채권 상환과 정상화 수준의 영업 재개를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 홈플러스 측이 매장 운영 규모를 축소하고 자체 브랜드(PB) 상품 및 고회전 생필품부터 우선 확보해 영업 재개를 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영업 재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기 공급도 문제다. 한국전력은 이달 중순께 복수의 홈플러스 지점에 전기요금 체납에 따른 전기공급 정지 예정 안내문을 발송했다. 최근에는 홈플러스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 구성 및 운영까지 논의했다.
한국전력은 통상적으로 두 달 이상 전기세를 연체할 경우 관련 안내문을 발송한다. 업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점포 하나당 월 전기료는 최소 2000만원에서 최대 8000만원이다. 최소 수준으로 책정해도 홈플러스가 현재 미지급한 전기료는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노조는 메리츠금융의 DIP 대출 승인이 결정되자 “청산 중심의 회생계획안은 노동자와 입점·협력업체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내용”이라며 “정상화는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긴급 수혈된 2000억원이 홈플러스의 미래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해당 자금은 당장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2000억원으로 핵심 점포 67개를 모두 정상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회생절차를 계속 끌어가기 위해서는 MBK 등이 추가 자금을 또 풀어야 한다. 여기서 정부 지원 얘기가 나오면 많은 이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홈플러스가 확보한 2000억원에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운영자금 2000억원 확보는 영업 재개의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이것만으로 영업이 곧바로 정상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력사 납품 재개로 상품을 확보해야 하는데, 각자 상황이 다르다. 협의가 끝난 점포부터 순차적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MBK와 김병주 회장도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돌입 이후 줄곧 M&A가 유일한 정상화의 길이라고 주장해 왔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2000억원은 정상화로 가기 위한 마중물의 성격으로 봐야 한다”며 “이 자금은 중단된 영업의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곳에 모두 투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핵심은 매각이다. 영업이 멈춘 상태에서는 매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영업 재개는 최종적으로 매각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김태봉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2000억원의 의미는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다시 재개했다는 것 외에 없다”며 “실질적인 영업 재개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홈플러스를 인수할 기업이 나와야 한다. 현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경영 정상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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