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홈플러스 살길은 매각 뿐인데…누가 살까? [홈플러스 회생의 조건]②
- 매출 비중 반 토막…온라인 공세에 경쟁력 약화
영업 규제·고정비 부담에 원매자 찾기 난항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홈플러스가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하면서 회생절차가 재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당장 파산 위기는 면했지만 회생의 마지막 관문인 인수합병(M&A)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업황 자체가 부진한 상황에서 홈플러스 인수를 희망하는 원매자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7월 21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지난 16일 DIP 조달 방안에 합의하며 운영자금을 확보한 홈플러스가 지난 20일 즉시항고한 데 따른 결과다.
파산 문턱까지 내몰렸던 홈플러스가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회생의 불씨가 되살아났지만 DIP 확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7개 핵심 점포의 상품 공급과 운영을 정상화하기에 20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가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할 납품 대금은 지난 4월 말 기준 4100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가 우선 갚아야 할 공익채권은 올해 5월 말 기준 1조999억원을 기록했다. DIP가 전액 집행되더라도 밀린 대금과 운영비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살길은 M&A뿐…성사 가능성은 ‘물음표’
2000억원만으로는 경영 정상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다시 살아날 유일한 방법은 회생계획 인가 전까지 새 주인을 찾아 M&A에 성공하는 것뿐이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업황이 둔화한 가운데 영업 정상화에 필요한 추가 비용을 비롯해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할 업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새벽 배송 제한, 의무 휴업 등 여러 규제도 시장 신규 진입의 걸림돌로 거론된다.
지난 6월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5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1년 전보다 5.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 매출은 올해 들어 19.8% 성장한 지난 2월을 제외하고 ▲1월(-18.5%) ▲3월(-15.2%) ▲4월(-6.6%) 등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유통업 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1년 15.1%에서 올해 5월 8.1%까지 떨어졌다. 5년 새 매출 비중이 반 토막 난 셈이다.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9.7%였으나 넉 달 동안 1.6%포인트(p) 낮아지며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국가데이터처 기준 올해 1~5월 대형마트 소매판매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감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대형마트 경기전망지수(RBSI)는 올해 1분기 64, 2분기 66으로 기준선(100)을 크게 밑돌았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2021년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온라인 유통시장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면서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한 영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6월 발간한 ‘온라인 유통의 성장과 유통시장 정책 개선 방향’ 보고서를 통해 “온라인 유통 시장의 부상은 전통적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다층적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온라인 유통 채널이 고객층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오프라인 대형 점포의 존재 이유 자체가 약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지역별 소비자 1인당 온라인 지출이 1% 증가할 때 대형마트 매출이 0.264%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홈플러스 매력 없어…매각 쉽지 않아”
지난 2012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도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현행 유통법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월 2회 의무휴업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를 적용한다. 의무 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배송도 불가능하다.
유통법은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의도와 달리 쿠팡 등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의 독주 체제만 굳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사업자에만 규제가 적용되면서 불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됐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 같은 규제가 대형마트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반영해 제6차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에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계획이 마련되더라도 제도 개선과 법 개정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홈플러스 매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M&A가 성사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시장 환경”이라면서 “현재 오프라인 유통업 자체가 하락세인 데다 회생절차를 거치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까지 떨어져 홈플러스는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홈플러스와 매각 주관사 삼일PwC는 작년 6월부터 인수 후보 물색에 나섰으나 아직 마땅한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농협 ▲쿠팡 ▲알리바바그룹 ▲GS리테일 ▲CJ그룹 ▲신세계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으나 매각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홈플러스 매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전략을 택해야 한다”며 “몸값을 낮추고 점포를 나눠 필요한 곳에 각각 매각한다면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홈플러스가 산정한 67개 핵심 점포의 청산 가치는 2조834억원이다. 홈플러스는 2조834억원을 최저 양수도가격으로 설정하고, 핵심 점포의 계속 기업가치 2조4040억원을 목표 매각가로 원매자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의 매각 대금을 낮추더라도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쌓인 채무 규모도 큰 데다 임대료·인건비 등 갈수록 증가하는 고정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어 선뜻 인수에 나설 업체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유통산업별 매출 비중(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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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022년 2023년 2024년 2025년 2026년 1월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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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15.1 13.0 12.1 11.0 9.8 9.7 8.1
백화점 14.7 15.8 15.4 14.5 14.2 16.8 16.7
편의점 15.4 15.8 16.4 15.8 14.8 12.7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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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52.1 53.0 53.8 56.4 59.0 58.7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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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산업통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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