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한화, 미국 ‘골든돔 파트너’로…전투함 진출 첫발
- 전투함 건조 진출 앞두고 첫 결실이자 시작점
‘마스가 프로젝트’ 한국 유일 현지 조선소 이점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한화가 미국 조선소 진출에 이어 ‘골든돔(Golden Dome)의 파트너’ 도약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차세대 공중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의 한 축을 맡으면서 한·미 조선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또 한화 필리조선소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의 상징적 거점으로 떠오르면서 향후 미 해군 전투함 건조와 ‘분산형 조선’ 추진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골든 디펜더’ 민간 선박 외 첫 수주
한화 필리조선소가 지난 7월 17일(현지시간) 미사일 방어체계 연계 지원의 선박 건조를 위한 조선소로 선정됐다. 현지 선박관리업체 토트 서비스와 함께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의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인도 업체로 뽑혔다. MRIV 2척은 20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건조 사업으로 알려졌다.
한화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이 겨냥하는 전투함 선박은 아니지만, MRIV는 골든돔 구축의 필수 체계로 미국 안보와 관련한 비전투 선박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MRIV는 미사일 비행시험 시 궤적 추적을 비롯해 원격 측정자료 수집, 통신·시험 결과 분석 등을 지원하는 선박이다. 한화는 ‘골든 디펜더’로 불리는 MRIV를 2030년 이후 인도할 예정이다.
특히 필리조선소가 2024년 12월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민간 선박을 제외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처음 수주한 사례라 시선을 끌고 있다. 이는 한화가 앞으로 미군 함정 사업을 확대하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한화는 필리조선소에서 전투함 건조를 위한 라이선스 획득을 추진하는 등 향후 핵 추진 잠수함을 비롯해 미 해군의 여러 전투함을 건조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필리조선소가 ‘골든 디펜더’의 선박 건조를 담당하면서 ‘민간 조선소’에서 ‘안보 관련 함정 조선소’로 위상이 상승해 한화의 이런 구상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조선소는 군사기밀 취급이 가능한 시설인증보안(FCL) 취득을 위한 신청 절차를 밟고 있기도 하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 필리조선소가 미국 국가안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통해 미국 조선·방산 시장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국에 미 군함 10척 건조를 문의하는 등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해군 함정의 외국 건조를 금지하고 있다. 현재 의회에 계류된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도 비전투함만 예외를 두는 조항이 추가된 상태다.
외국 조선소에서의 함정 정비·수리도 제한하고 있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일본을 모항으로 하는 미 해군 제7함대 함정을 대상으로만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수주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법 테두리 안에서 현지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국내 업체는 한화오션이 유일하다. ‘골든 디펜더’ 건조를 통해 향후 영역을 넓혀나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함정·특수선 설계회사인 ‘바드 마린 US’와 미국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개념설계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연간 20척 건조, 상징적 거점으로
필리조선소는 마스가의 상징적 거점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한화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미국 조선·방산의 대형 생산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필리조선소는 현재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Dock) 2기를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5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해 도크 2기와 안벽 3기를 추가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 지난해 약 12만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 확장 구축을 발표하면서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의 건조 능력을 단기적으로 10척, 장기적으로는 20척 수준까지 올린다는 구상이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CEO는 “한국에 있는 우리 조선소는 매주 약 한 척의 선박을 건조한다. 우리는 그 역량을 한화필리조선소로 가져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군함 10척 건조를 언급하면서 “지역 밖에서 만들어진 일부 선박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분산형 조선’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품 등 선박의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건조하고 이를 구매해 최종 조립과 시험을 미국에서 수행하는 분산형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도 미국의 법적 규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대표적인 ‘반스-톨레프슨 수정법’(Byrnes-Tollefson Amendment)은 미 해군의 함정과 주요 선체 부품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이 미 해군의 전력 증강을 막는 장애물로 지적되면서 의회에서는 한국 등 동맹국 조선소 활용을 위한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을 발의하는 등 규제 완화를 위한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은 까다로운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해 분산형 조선과 같은 ‘우회 협력’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환으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20일 미국 설계·조달·시공 기업 키윗과 ‘조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국 내 생산 기지를 확보하지 못한 만큼 전체 선박을 단독으로 건조하기보다는 현지 업체와의 공동 생산과 블록·모듈 공급에 무게를 두는 행보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스가 프로젝트 등에서 미국이 가장 원하는 건 미 해군의 전력 강화다. 미 해군의 함정을 수주하기 위해 행정적 절차에 앞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화가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1년 이상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번 ‘골든 디펜더’ 수주가 그 첫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전투함 시장 진출의 위한 시작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분산형 조선의 경우 미국의 복잡한 정쟁과 행정적 절차들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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