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변동성 장세에 레버리지 ETF 성과 편차…수익률 엇갈려
- 삼전·SK하닉 단일종목 ETF 줄줄이 손실…'변동성 드래그' 현실화
당국, 제도 보완 논의…"변동성 장세일수록 장기 보유 신중해야"
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시 급락 과정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 가운데 13종이 상장 기준가인 2만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전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12~13% 급락했으며,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최근 일주일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11.38%, 16.94% 하락하는 동안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25.10%,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35.66% 급락했다.
이날 역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11% 가량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수준인 2분기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발표했음에도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 전날 6.9%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6.1% 밀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컨센서스는 85조원이었지만 실제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스트리트 컨센서스는 90조원 수준까지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높아진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주가 급락은 투자자 손실로 직결됐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순자산총액(AUM)이 큰 KODEX와 TIGER 상품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순유입액은 증가하고 있지만 평가손익은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약 4000억원,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약 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같은 지수인데 수익률은 왜 달랐나
최근 투자자들의 혼란을 키운 것은 같은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라도 실제 수익률이 크게 엇갈렸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동일 지수를 두 배 추종하는 상품은 비슷한 성과를 낼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근처럼 변동성이 극심한 장에서는 운용사별 성과 차이가 예상보다 크게 확대됐다.
이는 단순한 운용보수 차이가 아니라 선물시장 구조와 운용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레버리지 ETF는 현물보다 선물을 활용해 목표 배율을 맞추는데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선물가격과 현물가격 간 괴리(베이시스), 롤오버 비용, 현금 비중 관리, 선물 편입 시점, 추적오차 관리 능력 등에 따라 실제 수익률 편차가 발생한다.
여기에 레버리지 ETF 특유의 '일일 수익률 추종'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데 상승과 하락이 반복될수록 복리효과가 오히려 수익률을 깎아먹는 '변동성 드래그(Volatility Drag)' 현상이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 5월 27일부터 7월 6일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6.4% 상승했지만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F의 누적 수익률은 이론상 12.8%가 아닌 1.3%에 그쳤다. 일일 리밸런싱이 반복되면서 변동성이 누적돼 기대수익률이 크게 훼손된 것이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초자산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추세장에서는 레버리지 ETF의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등락이 반복되는 장세에서는 오히려 기초자산보다 성과가 저조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처럼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장기 보유할수록 가치 훼손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괴리율은 안정적…문제는 '숏 감마' 구조
시장에서는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레버리지 ETF는 매 거래일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종가 무렵 익스포저를 조정하는데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하락하면 비중을 줄이는 이른바 '숏 감마(Short Gamma)'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실제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자산 규모와 일일 주가 변동률을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리밸런싱 규모는 거래대금 대비 삼성전자 4.1%, SK하이닉스 5.5% 수준이었다. 시가총액 대비로는 각각 0.9%, 2.7%에 불과했다.
이 연구원은 "비율만 놓고 보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면서도 "다만 리밸런싱이 장 마감 1시간에서 30분 전에 집중될 경우 기계적인 매매가 수급 왜곡이나 이상 거래를 유발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레버리지 ETF의 운용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5월 27일부터 7월 6일까지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평균 괴리율은 0.84%, SK하이닉스는 0.90%로 모두 한국거래소 공시 기준인 1%를 밑돌았다. 순자산가치(NAV)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추종하고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는 최근 시장 환경 자체가 레버리지 ETF 투자에 불리하다고 진단한다. 이 연구원은 "최근에는 코스피200과 변동성지수(VKOSPI)가 과거와 달리 함께 상승하는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VKOSPI가 90에 근접한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는 높은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급변하는 시장일수록 레버리지 ETF는 단기 매매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장기 보유에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도 최근 레버리지 투자 확대와 증시 변동성 심화에 대응해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물시장 유동성 개선과 운용 방식의 투명성 제고, 투자자 정보 제공 확대 등을 포함한 제도적 보완책을 관계기관과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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