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10년을 맞았지만 금융권에서는 ‘제4인터넷전문은행’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비대면 금융 혁신을 이끌었지만,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포용금융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은 금융 경쟁 촉진과 금융소외계층 지원 확대를 위해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재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사업성과 건전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모습이다.다시 커지는 ‘제4인뱅’ 필요성금융권에 따르면 국회와 금융권에서는 제4인뱅 설립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지난 10년 동안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새로운 역할을 보여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빠른 고객 확보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가계대출 중심의 영업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과제로 꼽힌다. 출범 당시 핵심 과제로 제시됐던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 금융 확대 역시 성과는 있었지만,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올해 4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중단된 제4인터넷뱅크, 재추진 필요한가’ 토론회에서도 다수 국회의원들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이들에 대한 금융 공급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해 금융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4인뱅 설립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정치권에서는 제4인뱅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4월 열린 토론회에 이어 오는 8월에도 후속 토론회를 통해 제4인뱅 추진 방향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4인뱅 논의가 다시 살아난 배경에는 소상공인 금융 확대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로 소상공인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지만, 기존 금융권의 담보·보증 중심 대출 심사로는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매출과 세금·결제·거래 데이터 등을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 체계를 구축해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특화 인터넷은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당국은 여전히 신중…사업성·건전성 넘어서야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소소뱅크, 소호은행, 포도뱅크, AMZ뱅크 등 예비인가를 신청한 4개 컨소시엄 모두에 대해 예비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4개의 컨소시엄 모두에 대해 대주주가 불투명하거나 대부부의 자본력 및 영업지속성, 안정성이 미흡하다고 봤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소호은행에 대해서는 “소상공인 금융 기회 확대, 기술기업의 금융접목 혁신성 등은 긍정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소호은행이 ‘소상공인 특화 혁신 금융’ 비전을 앞세워 오프라인 상권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대출·결제 서비스 구상을 내놨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거래이력 및 매출 패턴 등의 비금융 데이터도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차별점을 내세웠지만, 금융당국은 역시 대주주의 자본력과 안정성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당국은 현재까지도 제4인뱅에 대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 대출을 확대할 경우 정책적 의미는 크지만, 동시에 부실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은행은 안정적인 예금 기반을 바탕으로 대출을 확대해야 하는데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이 충분한 수신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업모델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금융권 전반이 금리 인상기에 들어설 경우 자산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시장에 충분한 투자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자본시장연구원도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에서 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확대라는 정책 목적만으로 신규 인가를 늘리는 것은 금융당국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대신 ▲소상공인 고객 기반 확보 가능성과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안정적인 자본확충 능력, 위험관리 역량을 함께 갖춘 사업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결국 제4인뱅 논의 성패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차별성을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공급을 확대할 목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를 가능한 많이 내주는 것은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물가와 금리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신규 인가 은행의 탄생보다 금융당국의 우선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혁신성과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인가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