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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호 2026-07-06

호남 반도체 선택일까 선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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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칼날에 실물 경제 찬바람…내 자산, 어디에 투자할까

정책이슈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저금리 시대에 풀렸던 풍부한 정책자금이 모든 자산의 가격을 밀어올리는 이른바 ‘유동성 장세’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면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기조를 멈추고 긴축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유럽과 일본은 지난 6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은 연내 인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행도 오는 7월 1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기준금리를 올리고 긴축 정책이 시작되면 가계와 기업 모두 가용 자금 총량이 줄어드는 상황을 맞게 된다. 시중에 돈이 흡수되면 소비가 줄고 실물 경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예견된 일이지만 최악의 경우 공급마저 감소하는 산업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인프라 투자 사이클 진입한 반도체 ‘독주’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게 될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는 주식시장이 꼽힌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채권 금리 수준에 민감하게 연동되면서 추가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풍부한 유동성에 기대어 주가가 오르던 ‘빚투’의 거품이 사그라질 확률이 크다. 이럴수록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실물경기에서도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초체력이 뒷받침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차이가 극심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주식시장에서는 금리 인상기에도 독보적인 실적 성장을 증명해내는 반도체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이 수반하는 초대형 장기 투자 사이클은 1990년대의 개인용 컴퓨터(PC)·인터넷 사이클을 뛰어넘어 19세기 철도 운송 혁명에 비견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국면에 비유된다.지난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를 후보지로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생산공장) 4기(각각 2기)를 추가 건설한다고 밝혔다. 두 기업은 경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인데 이와 동시에 별도의 제2 클러스터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전력·용수·인력 확보와 여러 인프라 등 많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팹은 기존의 반도체 후공정 팹과 함께 천안·온양 등 충청권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밝힌 반도체·AI센터 등 총 투자 계획은 각각 2655조원, 2100조원이었다. 이 자금이 실제 투자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올해 예산(약 728조원)의 7배에 달하는 금액이 두 기업으로부터 나오는 셈이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2분기 실적에 대한 국내 증권가 평균 예상치는 매출 170조4708억원, 영업이익 86조210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매출 82조8926억원, 영업이익 63조4511억원이 예상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실질적으로 반도체보다 실적 추정치 상향 모멘텀(성장 동력)이 강한 업종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고환율에 웃는 백화점주, 예대금리차 커진 금융주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치솟으면서 백화점주도 주목받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 소비 여력이 줄기 때문에 소비재가 타격을 받는 일이 많지만, 환율 효과로 외국인 유입이 늘고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증가로 명품 소비가 늘면서 백화점이 수혜를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지난 6월 기준 코스피가 3% 넘게 하락하는 동안 백화점주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72.79% 올랐고 신세계는 46.31%, 롯데쇼핑은 15.05% 상승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고객의 매출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며 “한국 고객 소비가 줄어든 것 이상으로 외국인 매출이 늘어 실적이 개선됐다”고 말했다.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은 패션을 포함한 전 상품군의 호조세와 비용 효율화, 고마진 상품군 신장세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우호적인 영업환경으로 백화점의 견조한 영업이익 창출과 면세점의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14만원에서 27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주로 금융지주도 언급된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핵심 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늘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더 빠르고 큰 폭으로 오르면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가 벌어져 이자 이익이 급증하는 구조 덕분이다.반도체 사이클·은행 연체율 상승 위험 상존다만 일각에서는 한 가지 측면만 보고 투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시장이나 실물경제가 예상대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SK하이닉스도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하면서 메모리 산업의 변동성과 공급 과잉, 생산시설 투자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의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가능성이 적더라도 충분히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 역시 소비 형태의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은행도 금리가 높아지면 연체율 상승 우려가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2026.07.06 12:00

4분 소요
유동성 경색의 첫 타깃…‘코인의 시대’ 막 내리나

정책이슈

가상자산 시장이 가라앉고 있다. 지난해 10월 12만6000달러를 기록하며 연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던 비트코인이 6만달러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국내 거래가격도 1억8000만원 수준에서 9000만원 선까지 떨어지며 반토막이 났다.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 역시 올해 들어서만 50% 가까이 하락했다. 3400원을 넘나들었던 엑스알피(리플)도 1300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버블 예측의 대가’로 불리는 제러미 그랜섬은 6월26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뉴스·비즈니스채널(CNBC)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쓸모없고 투기적인 자산”이라며 “앞으로 수년, 수십 년이 흐르면 비트코인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펑 하고 터지는 것이 아니라 나지막한 신음소리처럼 소멸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랜섬은 미국 보스턴의 자산운용사 GMO의 공동창업자다.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장의 대폭락장을 예견하며 이름을 알렸다.그랜섬이 비트코인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것은 실물 경제에서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저녁 식사를 사거나 슈퍼마켓에서 결제하는 등 진정한 거래를 하지도 않는다”며 “그저 사기꾼들이 자금 세탁을 하는 데 쓰인다”고 비판했다.일각에서는 글로벌 긴축 분위기가 가상자산 시장의 축소를 앞당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불과 1~2년 전까지 글로벌 금융 시장을 지배했던 ‘무제한 유동성 공급’ 기조가 깨지고 돈의 가치와 금리가 높아지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 적용되면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피 심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다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킹 달러’의 시대가 오면서 상대적으로 훨씬 위험성이 크다고 평가되는 코인에서 투자자가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킹달러의 귀환, 위험 자산 기피에 코인 직격탄실제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양적긴축을 통해 시중의 돈을 회수하면 안전하고 높은 이자를 주는 국채나 정기예금으로 돈이 이동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위험도가 높은 자산은 포트폴리오에서 정리된다. 과거에는 채권과 대척점에 있는 주식이 정리 대상 1순위였다면 이제는 코인이 투자 위험성 기준으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가상자산 업계의 실시간 자금 흐름을 분석하는 금융 데이터 플랫폼 파사이드인베스터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는 6월24일에 4억6900만달러, 25일 6억9100만달러, 26일 4억44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사흘만에 16억1000만달러에 달한다.가상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던 배경 중 하나는 빚을 내서 투자하는 레버리지 자금이다. 코인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으면 빚을 내 투자하는 비중도 커지고 코인 가격이 오르면 뒤이어 다른 투자자들이 가세하며 가격을 밀어올린다. 그러면 다시 투자자들이 빚을 내 투자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리가 치솟으면 위험 회피 심리로 코인 가격이 떨어지는데 여기에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대출 상환을 위해 코인을 매도하게 된다. 가격 하락·매도·매도로 인한 가격 하락의 고리가 가상자산 시장을 위축시킨다. 이런 경우 새로운 자금의 유입도 사실상 차단되면서 시장의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블록체인 기반 투표 애플리케이션 크라토스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장 투자에 공포를 느낀다는 투자자 비율이 6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토스는 앱 사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간 설문조사(6월23일~25일) 결과 가상자산 투자 심리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 비율이 ▲공포 36.6% ▲극단적 공포 25.5% ▲중립 25.1% ▲낙관 10.5% ▲극단적 낙관 2.3%를 기록했다고 6월29일 밝혔다. 가상자산 투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심리는 ‘낙관’과 ‘극단적 낙관’을 합쳐 12.8%에 불과했다. 주요 가상자산의 단기 전망을 묻는 질문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6월29일~7월5일 비트코인 가격 향방을 예상하는 질문에 ▲하락 37.2% ▲급락 22.7% ▲상승 13.6% ▲급등 3.2% ▲횡보 23.3% 수준이었다. 제도권 자금 유입 ‘대체자산’으로의 가능성가상자산 시장 위축이 일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 세계 큰손들이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설정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편입하고 투자를 늘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상자산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글로벌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더블록에 따르면 일본 전국기업연금기금은 2026년 회계연도부터 전체 운용자산의 약 1%를 가상자산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가상자산을 편입한 ‘패시브 펀드’에 자금을 배분해 가상자산에도 투자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전국기업연금기금은 약 1200개의 중소기업이 가입하고 총 213억엔(약 1억3180만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곳이다. 전국기업연금기금은 2025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엔화 80%, 미국 달러 15%, 기타 통화 5% 수준으로 자산을 배분해왔다. 그런데 2026년 회계연도부터 엔화 비중을 70%로 낮추고 약 5%를 신흥국 통화와 가상자산을 배분한다는 계획이다.일본 의회도 6월 초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분류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참의원 승인을 거쳐 내년 시행될 전망이다. 또 일본 3대은행으로 꼽히는 MUFG 은행·미즈호은행·SMBC가 공동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상업 거래를 준비하는 등 코인 시장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금융지주 SBI홀딩스 산하 SBI 신세이은행도 올해 하반기 예금을 맡긴 이용자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보상 프로그램을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박성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금 자금은 안정성과 장기 운용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자금”이라며 “이런 자금이 디지털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디지털 자산이 단순 투기자산에서 대체자산의 한 축으로 논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투자 관점에서 일본 연금 자금의 본격 유입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제도권 자금의 접근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6.07.06 11:00

4분 소요
‘유동성 파티’ 끝났다…긴축 도미노 시작

은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에서 이어지던 유동성 파티가 마무리되고 있다. 위축된 소비 심리를 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가 시장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풀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며 대응했으나, 이제 다시 긴축의 시대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증시 호조에 따른 부의 증가, 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 고유가가 촉발한 인플레이션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긴축 정책의 명분을 뒷받침하고 있다.‘30년 제로금리’ 일본마저 인상가장 먼저 유럽중앙은행(ECB)이 움직였다. ECB는 지난 6월 11일 통화정책이사회를 열고 예금금리·기준금리·한계대출금리를 모두 0.25%포인트(p) 인상했다. ECB가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9월 이후 약 3년만이다. ECB는 “중동 전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으로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5월 유로존 21개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2%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닷새 뒤인 16일에는 일본은행(BOJ)이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단기 정책금리(기준금리)를 현행 ‘0.75% 정도’에서 ‘1% 정도’로 0.25%P 올렸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1%를 넘어선 것은 1995년 9월 이후 31년 만이다. 일본은행은 회의 후 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원유 가격 상승을 계기로 기업 간 거래에서 가격 전가가 다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소비자 단계에서 광범위한 품목의 가격 상승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거품’이 꺼지며 경제적 충격을 마주했던 일본은 지난 30년간 마이너스 금리와 0%대 금리를 유지했으나, 최근 2년간 5차례 금리를 올리며 기준금리 1% 시대 진입을 선언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경제·물가·금융 정세에 따라 계속해서 정책금리를 인상하겠다”며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으나, 사실상 인하 가능성이 사라지며 연내 금리 인상 전망이 우세해졌다. 신임 케빈 워시 의장 취임 후 처음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위원 절반 이상이 올해 적어도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아무도 연내 금리 인상을 예상하지 않았던 점과 비교하면 연준의 분위기가 급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을 통해 “인플레이션은 에너지를 포함한 일부 부문의 가격 상승을 초래한 공급 충격을 일부 반영해 여전히 2%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며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늘어나는 이자 부담…가계 소비·내수 위축 직격탄이런 분위기는 한국은행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후 공개 석상에서 여러 번 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했다.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행 연 2.50%의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신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로 보나 성장으로 보나 환율·부동산으로 보나 갈 길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6월 물가 설명회에서는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국들이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올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문제는 기준금리 인상 도미노 현상으로 촉발될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신규 대출과 잔액 기준 변동금리 비중도 높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어,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 취약점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은행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나 은행채 금리 등 대출 기준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변동금리로 받은 차주들은 6개월 주기로 이자가 불어나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시기 2% 수준의 금리로 5년 고정 후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빌린 차주들은 최근 대출 금리 인상 여파로 4% 넘는 이자를 감당하고 있다.만약 2% 금리로 3억원을 빌린 차주가 원리금균등분할상환(매달 원금과 이자를 균등하게 나누어 갚는 방식)을 하기로 했다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111만원 수준이지만, 금리가 4%로 오르면 매달 143만원가량을 지출해야 한다. 가계 소득은 일정한데 매달 은행에 내야 하는 이자 비용이 30만원 넘게 늘어나는 셈이다. 이 경우 그만큼 쓸 수 있는 돈인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 이는 외식·여행·내구재 소비 감축으로 이어지고 자영업자와 내수 기업의 매출 감소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여유 자금이 줄어들면 개인들의 주식 투자도 열기를 잃어 증시가 불황을 맞을 수 있다. 기업 도산·환율 급등 경고등…한은의 깊어지는 고뇌금리가 오르면 경제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도산 우려도 커진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중소기업은 채권 발행이 어려워져 자금줄이 마르는 신용경색을 겪을 수 있다. 은행 대출이 많은 기업이라면 대출 이자를 감당하느라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타격을 받는다. 기업의 연체율이 높아지면 금융권의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져 금융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그런데도 중앙은행이 긴축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금리를 올리지 않았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물가가 치솟으면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더 큰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대중의 믿음이 커지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노동자는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 기업은 제품 가격을 더 올리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여기에 미국과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치솟고 이는 또 다른 물가 충격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당장 금리를 올려 대출자들이 고통을 겪더라도 부채 증가 속도를 늦춰 장래에 자산 거품이 한꺼번에 터지는 문제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과 한은 7월 빅스텝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외화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는 점에서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인상하는 것)보다는 외환당국이 언급한 다른 외환 정책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원·달러) 환율이 1561.5원을 넘어 1600원 내외까지 접근할 경우 과도한 쏠림 방지와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 방지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6.07.06 10:00

5분 소요
멈췄던 ‘제4인뱅’ 다시 수면 위로…혁신성 입증이 최대 과제

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10년을 맞았지만 금융권에서는 ‘제4인터넷전문은행’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비대면 금융 혁신을 이끌었지만,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포용금융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은 금융 경쟁 촉진과 금융소외계층 지원 확대를 위해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재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사업성과 건전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모습이다.다시 커지는 ‘제4인뱅’ 필요성금융권에 따르면 국회와 금융권에서는 제4인뱅 설립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지난 10년 동안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새로운 역할을 보여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빠른 고객 확보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가계대출 중심의 영업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과제로 꼽힌다. 출범 당시 핵심 과제로 제시됐던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 금융 확대 역시 성과는 있었지만,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올해 4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중단된 제4인터넷뱅크, 재추진 필요한가’ 토론회에서도 다수 국회의원들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이들에 대한 금융 공급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해 금융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4인뱅 설립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정치권에서는 제4인뱅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4월 열린 토론회에 이어 오는 8월에도 후속 토론회를 통해 제4인뱅 추진 방향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4인뱅 논의가 다시 살아난 배경에는 소상공인 금융 확대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로 소상공인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지만, 기존 금융권의 담보·보증 중심 대출 심사로는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매출과 세금·결제·거래 데이터 등을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 체계를 구축해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특화 인터넷은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당국은 여전히 신중…사업성·건전성 넘어서야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소소뱅크, 소호은행, 포도뱅크, AMZ뱅크 등 예비인가를 신청한 4개 컨소시엄 모두에 대해 예비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4개의 컨소시엄 모두에 대해 대주주가 불투명하거나 대부부의 자본력 및 영업지속성, 안정성이 미흡하다고 봤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소호은행에 대해서는 “소상공인 금융 기회 확대, 기술기업의 금융접목 혁신성 등은 긍정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소호은행이 ‘소상공인 특화 혁신 금융’ 비전을 앞세워 오프라인 상권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대출·결제 서비스 구상을 내놨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거래이력 및 매출 패턴 등의 비금융 데이터도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차별점을 내세웠지만, 금융당국은 역시 대주주의 자본력과 안정성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당국은 현재까지도 제4인뱅에 대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 대출을 확대할 경우 정책적 의미는 크지만, 동시에 부실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은행은 안정적인 예금 기반을 바탕으로 대출을 확대해야 하는데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이 충분한 수신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업모델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금융권 전반이 금리 인상기에 들어설 경우 자산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시장에 충분한 투자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자본시장연구원도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에서 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확대라는 정책 목적만으로 신규 인가를 늘리는 것은 금융당국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대신 ▲소상공인 고객 기반 확보 가능성과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안정적인 자본확충 능력, 위험관리 역량을 함께 갖춘 사업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결국 제4인뱅 논의 성패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차별성을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공급을 확대할 목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를 가능한 많이 내주는 것은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물가와 금리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신규 인가 은행의 탄생보다 금융당국의 우선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혁신성과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인가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06 09:00

4분 소요
삼성·하이닉스 쏠림 끝나나…4700조 메가 프로젝트가 흔드는 증시판

증권 일반

정부가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국내 증시의 투자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반도체 투톱 장세’가 이어졌지만,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로봇과 전력설비, 건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으로 투자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K자 장세’ 흔들 메가 프로젝트…투자축 다변화 기대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는 신규 반도체 팹 4기 건설을 골자로 한 47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삼성그룹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충남권 대규모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팹, 영남권 휴머노이드 로봇과 스마트 제조 거점을 만들기 위해 총 2655조원을 투자한다. SK그룹 역시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용인·청주·호남을 잇는 AI 메모리 생산벨트를 구축하고,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사업에 총 2100조원을 투입한다.양사 합산 투자 규모만 총 4755조원에 달해 올해 정부 예산(약 728조원)의 6.5배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투자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증권업계에서는 단순한 산업정책을 넘어 국내 증시의 투자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올해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사실상 시장을 이끌었다. HBM과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 전체가 반도체 업황에 좌우되는 ‘K자형 장세’가 이어졌다. 반도체 대형주가 오르는 동안 상당수 업종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시장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증권업계는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되면 이 같은 투자 쏠림 현상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이 늘어나면 메모리 기업뿐 아니라 ▲소재·장비 ▲후공정 ▲전력 인프라 ▲건설 등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투자 수혜가 있어서다.특히 피지컬 AI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면서 로봇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피지컬 AI는 생성형 AI를 실제 산업 현장과 제조공장·물류·의료·서비스 등에 접목하는 기술이다.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는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제어하는 만큼 차세대 산업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한국이 ‘로봇을 잘 사용하는 국가’를 넘어 ‘로봇을 잘 만드는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며 관련 산업 육성 의지를 밝혔다.정부가 피지컬 AI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상황인 만큼 현대차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새만금 112만㎡(약 34만평) 부지에 총 9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 확대 역시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민보고회에서 “로봇 수요는 공장을 넘어 산업 현장·가정·병원·식당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삼성그룹 내부용 데이터센터와 함께 로봇 투자를 경북 구미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4년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한 이후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개발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건설·전력·소부장으로 번지는 투자 훈풍정부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반도체 기업과 로봇 관련 업종 외에도 다양한 수혜주 찾기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종목은 호남 지역 건설사였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발표되자 광주·전남 기반 건설사인 금호건설과 남화토건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등 대형 건설주도 정부 발표 당일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공장뿐 아니라 도로와 용수·송전망·주택 등 각종 기반시설 수요가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혜 기대도 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시설인 만큼 변압기와 초고압 케이블, 송배전 설비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전력기기 3사인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업체들도 정부 발표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충청권에는 첨단 패키징 거점을 육성하겠다”며 “동남·대경권은 반도체 소부장 공급망 허브로 육성하고, 전력반도체 등 차세대 혁신 거점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첨단 패키징 장비와 소재, 전력반도체 등의 기업들까지 투자 수혜가 확산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박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메가 프로젝트의) 투자 영역은 정부 전략과 직접 연결되는 AI 로봇 완제품과 핵심 부품, 피지컬 AI 개발 기업을 우선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제조업 실증사업의 수요 기업 및 공급 기업,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양산 능력과 고객 레퍼런스, 반복 수주를 확보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6.07.06 09:00

4분 소요
공장보다 집값이 먼저 뛴다…호남 반도체 숨은 변수

부동산 일반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AI 메가 프로젝트가 광주·전남의 미래를 바꿀 기대감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장을 짓는 것보다 중요한 과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람이 머물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주택 공급과 정주 인프라를 제때 갖추지 못하면 인재 확보와 산업 경쟁력 모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기대감에 먼저 달아오른 광주메가 프로젝트가 발표된 지난 6월 29일 광주에서 만난 한 60대 개인택시 기사는 “삼성전자에서 27년 일하다 퇴직해 고향으로 내려왔는데, 이제는 뒤늦게 그 회사 덕을 보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손님을 태우면 반도체 이야기부터 나온다”며 “예전에는 광주에 대기업 공장이 들어온다는 말을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지역 전체가 기대감에 들떠 있다”고 말했다.시장도 기대감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삼성 반도체 생산시설 후보지로 거론되는 광주 첨단 3지구 일대에서는 매물이 줄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배후 주거지로 꼽히는 북구 양산동과 첨단지구는 물론 남구 봉선동, 서구 화정동까지 관심이 확산하는 분위기다.이날 광주 시민 A씨는 “첨단 3지구는 한동안 공장도 없이 아파트만 먼저 들어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던 곳이었다”며 “당시에는 무모한 투자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대부분 사라졌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업계에서는 실제 생산 시설이 들어서는 곳과 사람들이 정착하는 곳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첨단 3지구가 생산 거점이 되더라도 교육과 의료,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봉선동과 화정동, 상무지구 등이 주거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특히 자녀 교육을 고려하는 고급 인력일수록 학군과 생활 인프라를 우선하는 경향이 강해 공장과 주거지는 자연스럽게 분리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반도체 산업이 부동산 시장을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는 수도권에서 이미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6월 30일 집값이 급등한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 구리시를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반도체 산업 유치 기대감과 개발 호재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이른바 ‘삼중 규제’를 적용한 것이다.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기준 동탄구의 올해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11.38%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구리시(7.87%)와 기흥구(6.21%)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동탄과 기흥은 반도체 산업 기대감이 집값에 선반영된 대표 사례”라며 “산업 호재는 실제 공장 가동보다 부동산 시장을 먼저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문제는 산업 호재가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과 협력업체의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산업단지 조성과 주택 공급이 엇박자를 낼 경우 기업은 정착 지원 비용이 늘고, 협력업체 역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빛가람혁신도시가 남긴 교훈광주·전남은 이미 대규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16개 공공기관이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을 시작한 2014~2015년 나주는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부동산 시장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 나주시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은 26.96%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혁신도시 개발 기대감으로 토지와 주택 가격이 급등했고 신축 아파트에는 수천만원대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집값이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환경이었다. 2013년 5월 가장 먼저 이전한 우정사업정보센터의 주거 실태 조사에서는 직원 34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광주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직원들은 원룸과 전세를 구하거나 공동생활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협력업체 직원 상당수도 회사가 마련한 임시 숙소에 의존해야 했다. 지역 언론은 주택 공급과 생활 인프라 확충이 늦어질 경우 혁신도시가 ‘인구 5만 자족도시’가 아니라 업무시설 중심의 ‘반쪽 도시’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한전 본사 이전을 불과 5개월 앞둔 2014년에도 주거난은 계속됐다. 당시 한전은 이전 예정 인력 약 1800명 가운데 1200명 수준의 숙소만 확보해 600여채가 부족했다. 임시 사택도 상당수가 2~3인 공동생활 형태였고, 숙소를 배정받지 못한 직원들은 직접 광주와 나주 일대에서 거처를 구해야 했다. 국회 조사에서도 혁신도시 이전 대상 공공기관 직원 가운데 가족과 함께 이주하겠다는 비율은 38.9%에 그쳤다. 한전은 32% 수준이었다. 배우자의 직장과 자녀 교육, 주거 부담 등이 겹치면서 가족 동반 이주를 포기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이후 나주시는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인구는 2014년 9만669명에서 2024년 11만7103명으로 약 29% 증가했고 예산 규모도 두 배 가까이 커졌다. 하지만 혁신도시 핵심 생활권인 빛가람동 인구는 3만9000명 안팎에서 정체되며 애초 목표였던 ‘인구 5만 자족도시’에는 미치지 못했다.공공기관은 이전했지만 상당수 직원은 교육과 의료, 생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광주에서 출퇴근을 선택했다. 산업 시설은 나주에 들어섰지만 정주 기능은 광주가 흡수하면서 산업과 생활이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평가다.업계에서는 이번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도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수만명의 종사자와 협력업체 인력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택 공급과 교육·의료·교통 등 정주 여건이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인재 확보와 지역 정착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사업을 과거 혁신도시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반도체 산업단지는 생산 시설뿐 아니라 주거와 상업, 교통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기업도시 형태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공공기관 이전과 단순 비교하기보다 정주 기능을 얼마나 빠르게 갖추느냐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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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안착한 인뱅 3사…성장 공식은 결국 ‘이자 장사’

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이 나란히 흑자 궤도에 안착했지만 수익 구조는 점점 기존 시중은행을 닮아가고 있다. 빠른 고객 확보와 여신 확대를 기반으로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실제 수익은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 중심의 이자이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음 10년의 경쟁력은 비이자수익 기반을 얼마나 확대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흑자 시대 열었지만…수익 구조는 '이자 편중'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4803억원, 케이뱅크는 1126억원, 토스뱅크는 9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3사 모두 안정적인 흑자 궤도에 올라섰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수익 창출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출범 초기만 해도 인터넷은행은 적자 구조가 불가피했다. 가장 먼저 흑자 전환에 성공한 곳은 카카오뱅크다. 출범 4년 차인 2020년 1136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뒤 ▲2021년 2041억원 ▲2022년 2631억원 ▲2023년 3549억원 ▲2024년 4401억원 ▲2025년 4803억원으로 매년 이익 규모를 키워왔다.케이뱅크는 순이익 성장 과정에서 다소 부침을 겪었다. 케이뱅크는 출범 5년 차인 2021년 225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뒤 2022년 836억원까지 늘었지만, 2023년 128억원으로 줄었다가 2024년 1281억원으로 반등했다. 토스뱅크는 출범 4년 차인 2024년 처음 457억원의 연간 흑자를 낸 뒤 지난해 968억원으로 흑자 규모를 두 배 이상 키웠다.주담대 키우며 몸집 불렸지만 한계도빠른 고객 확보와 여신 확대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은 이제 확실한 ‘돈 버는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수익의 대부분이 이자이익에 집중되면서 성장 이후의 과제도 뚜렷해졌다. 문제는 여신 구조다. 고객 기반은 빠르게 커졌지만, 돈을 버는 방식은 기존 은행권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인터넷전문은행의 여신 포트폴리오에서 가계대출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기업대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할 수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이자수익 확대가 곧바로 제약받는 구조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총여신 가운데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카카오뱅크 92.9% ▲토스뱅크 90.9% ▲케이뱅크 85.4% 등으로 평균 90%에 이른다.특히 여신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은 주택 관련 대출이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26조1000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54.7%를 차지했다. 2022년 주택담보대출 출시 이후 빠르게 규모를 키운 결과다.케이뱅크 역시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이 8조8570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47.2%에 달했다. 초기 신용대출 중심이었던 케이뱅크는 2020년 금융권 최초로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선보인 뒤 전세대출까지 확대하며 여신 기반을 넓혀왔다.반면 토스뱅크는 아직 주택담보대출 상품군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다만 연내 주담대 출시를 예고한 만큼, 향후 여신 구조 역시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과 비슷한 흐름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주담대는 은행의 여신 규모를 키우고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이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는 기존 은행과의 차별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결국 이자이익 중심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비이자수익 확대가 다음 10년 승부처인터넷전문은행의 다음 과제는 비이자수익 확대다. 시중은행들이 기업금융·신탁·방카슈랑스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로 수익원을 다변화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사업 구조는 단순한 편이다.비이자수익 경쟁에서도 카카오뱅크가 한발 앞선 모습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비이자수익 비중을 보면 카카오뱅크가 19.4%로 가장 높았고 토스뱅크(13.9%), 케이뱅크(4.9%)가 뒤를 이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 곳 또한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6월 마스터캐피탈 지분 100%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히며 비은행 여신 시장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마스터캐피탈은 리스 금융과 기업금융(IB) 등을 영위하는 여신전문금융사다.인수가 성사되면 카카오뱅크는 기존 비대면 금융 역량과 모바일 플랫폼 기술력을 기반으로 자동차 할부금융과 리스, 기업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된다. 가계대출 중심 구조를 완화하고 비이자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업 울타리를 넘어 수익 모델을 확장하는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토스뱅크 또한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집합투자증권 투자매매업·투자중개업 본인가를 취득하며 자산관리(WM) 사업 강화에 나섰다. 케이뱅크는 체크카드와 제휴 신용카드 발급 수수료, 연계대출 및 광고플랫폼 수익 확대를 통해 비이자수익 기반을 넓히고 있다.케이뱅크는 플랫폼 제휴를 중심으로 비이자수익 확대에 나서고 있다. 무신사와 함께 ‘무신사머니 케이뱅크 통장 및 체크카드’를 출시해 수수료수익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와는 개인사업자 전용 신용대출 상품인 ‘Npay biz 케뱅대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서비스 출시 이후에는 생활 서비스, 여행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로 제휴처를 확대할 계획이다.종합적으로 보면 카카오뱅크가 수익성과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순이익 규모는 물론 비이자수익 비중도 가장 높고, 캐피탈 인수를 통한 비은행 사업 확장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토스뱅크는 후발주자임에도 빠른 흑자 전환과 성장성을 입증했지만 수익 다변화는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케이뱅크는 안정적인 흑자 기반을 확보했으나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지난 10년간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다음 10년은 비이자수익 기반을 얼마나 확대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10년간 시중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금융 서비스 경쟁을 활성화하는 ‘메기 효과’를 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당초 기대했던 차별화된 사업 모델보다는 점차 시중은행과 유사한 영업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예대마진 중심의 대출 영업에서 벗어나 외환·환전·신탁 등 비이자수익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며 “자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인터넷전문은행일수록 위험가중자산 부담을 줄이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수료 기반 사업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2026.07.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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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호남에 가겠냐고? 기흥도 처음엔 그랬다”

IT 일반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철저한 오해입니다.”호남으로의 인재 유입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과 지역 차별 논란을 향해 던진 이준기 광주·전남 반도체공동연구소장(전남대학교 국제처장)의 첫마디는 단호했다. 정부가 서남권 국가 반도체 육성 프로젝트를 발표한 직후 인력 확보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지난 6월 29일 전남대 광주캠퍼스에서 만난 이 소장은 호남의 미래 가치를 역사적 팩트로 정면 돌파했다. 삼성전자 메모리 개발자 출신으로 12년간 현장을 누빈 뒤 전남대 신소재공학부에서 교편을 잡아 온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대한민국 반도체 생태계의 사활이 걸린 ‘필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기흥·온양의 역사, 호남서 재현“43년 전 용인 기흥에 우리나라 최초의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빼고는 전부 반대했습니다. 서울 구로공단에 땅이 많은데 왜 그렇게 먼 데로 가느냐며 다들 미쳤다고 했죠. 온양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지을 때도 똑같은 소리가 나왔습니다. 결과는 어떻습니까? 지금 기흥과 온양 모두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반도체 메카로 잘만 돌아갑니다. 위치 때문에 인재가 안 와서 사업을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이 소장은 미국의 마이크론이 감자밭으로 유명한 아이다호에 터를 잡고도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사례를 들며, 첨단 산업의 성패는 지리적 위치가 아닌 인프라의 깊이가 결정한다고 역설했다. 호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팹(생산 시설)이 유치될 때 발생할 인구학적 파급 효과는 상당하다는 계산이다. 이 소장은 “반도체 팹이 들어선다고 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인력 1만명을 기점으로 고용 유발 효과에 따라 최소 5만~6만명의 젊은 인구가 유입될 것”이라며 “가족 단위 이주까지 고려하면 지역 사회에 최대 20만명의 인구가 늘어나는 셈인데 젊은 인재들이 굳이 수도권으로 나가지 않고 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엄청난 인구 유입 모멘텀이 된다”고 내다봤다.광주가 보유한 정주 여건과 생활 인프라는 인재들을 유인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 소장은 “광주는 주거와 여가 인프라가 이미 잘 갖춰진 대도시”라며 “수도권에서 30평형 아파트에 살던 인재들이 여기 내려와서는 50~60평형대 넓은 주거 환경을 누리며 살 수 있다. 인프라가 풍부한 호남에는 결국 사람이 모이게 돼 있다”고 자신했다. 넘치는 전력과 부지, 수도권엔 없는 무기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폭증하는 수요에도 전력과 부지의 한계에 다다른 반면 호남권의 전력 경쟁력은 독보적이라는 것이 이 소장의 주장이다.“현재 호남 지역은 영광원전과 풍부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전력의 약 40% 정도만 자체 소비하고, 나머지 60%는 다른 지역으로 보내거나 죽이고 있습니다. 은퇴 후 전원주택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도 한전에서 더 이상 연결을 안 해줄 정도로 전기가 넘쳐나는 동네입니다. 게다가 호남은 일조량이 전국에서 가장 좋습니다. 오죽하면 제주도 과일보다 여기서 키운 열대과일이 더 맛있고 비싸서 서울 최고급 식당들이 다 사 가겠습니까.”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가능해지면서 전기료 단가 메리트도 극대화할 전망이다. 이 소장은 대형 제조업 유치를 위해 전력 단가를 반값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제조업 중에서도 전력을 가장 많이 쓰는 반도체 공장에 있어 호남이 최적의 입지라고 짚었다.부지 확장성 측면에서도 호남은 압도적이라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이미 조성이 완료돼 즉각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첨단 3지구 내 100만평 부지가 대기 중이며, 추가로 100만평을 더 확장할 수 있는 토지 확장성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공업용수’ 확보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에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는 방안을 내놨다. 동복댐의 여유량 및 댐 증고로 30만톤(t), 주암댐과 장흥댐의 미사용 여유량 15만t, 보성강댐의 발전용수 전환 10만t, 나주댐의 대체 공급 절약분 10만t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일일 65만t의 수자원을 책임질 계획이다.미세 공정 한계 뚫는 ‘적층 패키징’ 특화 기지“반도체 미세화 공정은 이제 물리적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여태까지는 2차원 면적을 좁게 줄이는 전 공정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조그만 칩을 위로 쌓아 올리는 ‘적층 패키징’ 기술이 반도체 패권의 핵심입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처럼 아파트를 짓는 건축 기술과 같습니다. 패키징 시장이 매년 20%씩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유입니다.”광주·전남 반도체공동연구소는 바로 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의 핵심 전장인 ‘후공정 패키징’ 인력 양성소로 첫발을 디뎠다. 국내에 전 공정 연구소는 산재해 있지만 후공정 패키징 일괄 공정 라인을 갖추고 인재를 키우는 허브는 전무한 실정이다.이에 연구소는 7월부터 패키징 인력 양성의 첫 시동을 건다. 본 건물의 완공까지 약 3년의 세월이 소요되는 만큼 인재 공급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첨단 단지 내 100평 규모의 임시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이러한 생태계의 허브로 낙점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30년간 지역에 견고하게 안착한 글로벌 후공정 1위 기업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엠코)가 있다. 30년 전 엠코가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곳에 내려온 배경에는 앰코의 전신인 아남 창업주가 강진 출신의 호남인이라는 연고와 애향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40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대형 인프라로 번듯하게 성장해 호남권 반도체 생태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엠코가 패키징 핵심 장비 50여대를 기증해 준 것뿐만 아니라 2~3년이 걸릴 수 있는 공정 라인 세팅 작업을 현역 엔지니어들이 직접 와서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현장의 살아있는 노하우를 지닌 고경력 퇴직자 베테랑들이 전문 연구원들과 함께 강사로 참여해 기술 브리지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이 고경력 마스터 매칭 모델로 소규모 반도체 패키징 공정 교육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계획입니다.”이 소장은 미래 반도체 인재 양성에 대한 포부를 전했다. “이 시설이 완벽히 들어서면 단언컨대 서울대나 카이스트, 어느 대학 연구소와 비교해도 후공정 패키징 장비 스펙과 교육 환경만큼은 최고일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동등한 대접을 받는 글로벌 반도체 마스터를 육성해 내겠습니다.”

2026.07.06 08:00

4분 소요
‘적자·해킹·합병’ 삼중고 티빙…존속마저 불투명

IT 일반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적자에 시달리던 티빙은 흑자 전환을 노렸지만,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겹치며 사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웨이브와의 합병은 예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 주주인 SLL중앙이 티빙 지분과 관련한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향후 지배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악재 하나도 버거운데 여러 변수가 한꺼번에 몰렸다. 업계에서는 티빙의 독립 성장 전략이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대한 투자와 적자로 모회사 CJ ENM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려 온 티빙이 이제는 존속 여부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다. ‘만년 적자’ 속 터진 대형 악재…최주희 대표 책임론티빙은 국내 대표 OTT로 자리 잡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자체 제작물)와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비 상승과 글로벌 OTT와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 확보에는 실패했다.2020년 독립 법인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은 406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698억원, 당기순손실은 893억원에 달했다. 누적 순손실은 5000억원을 넘어섰다. 외형은 키웠지만 현금은 줄고 부채는 늘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발생했다. 해커가 데이터베이스(DB)에 침입하면서 이용자의 ▲이름 ▲아이디 ▲생년월일 ▲성별 ▲휴대전화 번호 및 이메일 일부 ▲환불계좌 정보 ▲암호화된 비밀번호 등이 유출됐다.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한 연계정보(CI)와 중복가입확인정보(DI)까지 포함돼 2차 피해 우려도 커졌다.사고 규모는 예상보다 컸다. 초기 약 1300만명으로 알려졌던 유출 대상은 정부 조사 과정에서 약 1953만명으로 늘어났다. 국내 개인정보 유출 사고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규모다.최주희 대표 취임 이후 정보보호 투자가 2년 연속 줄어든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정보보호 투자액은 2023년 21억9700만원에서 지난해 17억6500만원으로 약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보기술(IT) 투자도 488억원에서 263억원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기업의 투자 우선순위는 경영진의 판단이다. 그러나 콘텐츠에는 막대한 비용을 쓰면서 정보보호 투자를 줄였고 그 결과 대규모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면 경영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번 사고로 티빙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과징금은 최대 12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지만 진짜 부담은 이용자 보상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유출 규모를 기준으로 피해자 1인당 5000원만 보상해도 약 1000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보안 투자와 법률 대응, 집단소송, 이용자 보상 비용까지 더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에서 정보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투자”라며 “이번 사고는 보안을 넘어 회사의 재무와 기업가치까지 흔드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존 전략’ 된 합병…해킹이 던진 새 변수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고가 숙원 사업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도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CJ ENM은 SK스퀘어와 통합 OTT 출범을 추진해 왔지만, 대규모 해킹 사고로 합병을 둘러싼 셈법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가장 큰 변수는 기업가치다. 사고 수습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 재무 부담이 커지고 합병 비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주주들의 이해관계도 다시 얽힐 가능성이 높다.티빙 주주인 KT는 그동안 지분 희석과 IPTV 사업 영향 등을 이유로 합병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 이후 협상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중앙그룹 변수도 남아 있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콘텐트리중앙은 SLL중앙을 통해 티빙 지분 12.74%(전환사채 포함 20% 이상)를 보유하고 있다. 콘텐트리중앙은 최근 "티빙 지분과 관련한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하며 지분 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문제는 기업가치다. 업계에서는 이번 해킹 사고를 계기로 티빙의 기업가치가 이전과 같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SLL중앙 입장에서는 가치가 낮아진 시점에 지분을 매각하기도 쉽지 않다. 반대로 합병이 이뤄질 경우 지분 희석도 감수해야 한다.결국 시선은 CJ ENM으로 향한다. 그룹 입장에서 미디어 플랫폼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당장 티빙을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투입한 자금과 플랫폼의 전략적 가치도 무시하기 어렵다.다만 대규모 비용 부담이 현실화되고 웨이브 합병마저 장기 표류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티빙이 독자 생존보다 구조 개편 대상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한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J ENM은 그동안 티빙을 살리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플랫폼 유지 비용이 콘텐츠 사업의 효용을 넘어선다고 판단하면 그룹 차원의 자본 배분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7.06 08:00

4분 소요
“뜨거워진 데이터센터 물로 식힌다”…전자·정유 업계, 액침 냉각 선점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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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kj@edaily.co.kr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이들을 수용하는 AI 데이터센터(AIDC)의 발열 제어 전쟁이 본격화했다. 쉼 없이 연산하며 펄펄 끓어오르는 서버의 열을 식히기 위해 기존 공랭식을 대체할 ‘액체 냉각’ 솔루션이 시장의 핵심 열쇠로 부상했다. 이에 에어컨을 만드는 가전 공룡과 기름을 짜는 정유사들이 일제히 출사표를 던지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서버 통째로 담가 냉각데이터센터의 패러다임 변화는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시장은 2026년 40억7000만 달러(약 6조3000억원)에서 2033년 276억5000만 달러(약 44조원) 규모로 빠르게 몸집을 키울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CAGR)이 31.5%에 달한다.특히 액체 냉각 솔루션 중에서도 ‘액침 냉각’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동안 데이터센터는 구조가 단순하고 유지보수가 쉬운 공랭식을 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고출력 AI 서버가 뿜어내는 열을 감당하기엔 에너지 효율이 낮고 발열 관리의 한계가 명확했다.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쓰이다 최근 데이터센터로 영역을 넓힌 수랭식 역시 공랭식보다는 효율적이지만, 냉각수가 흐르는 ‘콜드 플레이트’와 직접 맞닿는 부위만 식힐 수 있다는 약점이 존재했다. 반면 액침 냉각은 전자장비 전체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통째로 담가 일괄 냉각하는 방식이다. 기존 공랭식과 수랭식의 약점을 단숨에 극복할 수 있는 전천후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이처럼 액침 냉각이 차세대 글로벌 인프라의 대세 기술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 AI 데이터센터 운영의 최대 맹점으로 떠오른 ‘전력 효율화 설계’ 요구는 관련 솔루션 도입 속도를 한층 더 올리는 기폭제가 됐다.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의 절반 이상이 냉방에만 소비된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데이터센터를 ‘전기 먹는 하마’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을 살펴보면 실제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냉방용 전력 비중은 19~24% 수준이며 국내의 경우는 이보다 낮은 20% 미만으로 추정된다. 아직은 세간의 우려처럼 냉방 비용 자체가 전력 시스템을 마비시킬 만큼 통제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전력 폭증의 파고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5년간의 글로벌 연평균 전력 수요 증가율이 지난 10년간의 평균 증가율보다 50% 이상 더 높을 것이라는 경고등을 켰다. 향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AI 연산량과 그에 따른 전력 소비량을 고려할 때 지금 당장 냉방 비중이 작다고 방치할 수 없는 처지다. 지금부터 데이터센터 구축 단계에 액침 냉각과 같은 고효율 솔루션을 미리 적용해 둬야 향후 전력 요금 현실화와 수요 폭증이 맞물리는 시점에 ‘폭탄 청구서’를 피할 수 있다. 국내 전자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단연 LG전자다. 미래 신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로봇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을 낙점하고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차세대 냉각 솔루션인 액침 냉각 분야의 기술 확보 및 제품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냉각 관리 소프트웨어 및 전력 관리 시스템 등 토털 솔루션 구현을 위한 주요 기업과의 협업도 확대되는 중”이라고 밝혔다.LG전자는 미국 액침 냉각 전문 기업 GRC, 국내 윤활유 강자인 SK엔무브와 맺은 강력한 3자 동맹으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했다. LG전자는 ▲대형 냉각 설비인 칠러 ▲냉각수 분배 장치(CDU) ▲정밀한 냉각 제어를 위해 열 부하를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팬 월 유닛(FWU) 등 냉각 하드웨어와 제어 솔루션을 책임진다. 여기에 SK엔무브의 특수 절연유인 액침 냉각 플루이드(절연 오일)와 GRC의 액침 냉각 탱크 기술을 통합해 데이터센터 운영사에 완벽한 ‘턴키 패러다임’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수주 신호가 포착되면서 증권가의 기대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2개 빅테크 업체향 품질 인증 테스트가 막바지 단계로 수주가 목전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인증 완료 이후 1년 이내에 실제 매출 인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삼성전자는 글로벌 공조 시장 강자인 독일의 플랙트그룹을 약 15억유로(약 2조5000억원)에 품는 ‘빅딜’로 응수했다. 플랙트그룹은 1964년 세계 최초로 전산실 전용 에어컨 장치(CRAC)를 선보인 이래 60년 넘게 데이터센터 열 관리 솔루션을 제공해 온 베테랑 기업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엔진오일 빈자리 채우는 ‘플루이드’가전 공룡들이 거대한 냉각 설비 하드웨어와 제어 시스템을 구축하며 전장을 넓히고 있다면 정유 업계는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다. 서버를 직접 담그는 액침 냉각의 원천 소재인 플루이드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GS칼텍스는 일찍이 삼성SDS의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실증을 마친 데 이어 최근에는 LG유플러스의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까지 실증 범위를 확대했다. 대기업 계열 데이터센터들과의 연이은 협력으로 자사 제품의 안정성과 냉각 효율성을 시장에서 검증받겠다는 포석이다.HD현대오일뱅크는 독자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서울대 데이터센터 등 주요 학술 연구 인프라와 손잡고 기술 실증을 진행했고, 네이버클라우드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장기 공급자로 선정됐다. 주요 빅테크의 클라우드 공급망에 진입하며 상용화 단계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정유 업계 관계자는 “액침 냉각은 전기차 확산으로 축소되는 엔진오일 수요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기회이자 에너지·전자 장비 분야에서 전력 효율과 장비 수명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인프라”라고 말했다.

2026.07.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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