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자금줄” vs “효과 제한적”…외국인 통합계좌 두 시선
- [‘서양개미’가 온다]④
"외국인 투자 저변 넓힌다"…리테일 시대 기대감
"수급 효과는 제한적"…시장 체질 개선에 방점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이용우 기자] 외국인 통합계좌(옴니버스 계좌)를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거래가 허용되면서 외국인 투자 환경을 둘러싼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시장의 관심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자금이 들어올까'에서 '투자 생태계가 어떻게 바뀔까'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통합계좌 거래 허용이 해외 개인투자자(리테일) 유입과 투자 저변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이에 반해 이미 다양한 투자 경로가 마련된 만큼 단기간에 대규모 신규 자금이 유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단기적인 수급 효과에 대한 전망과는 별개로 하기로 한 조치가 한국 자본시장의 접근성을 높이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투자 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가 단기적인 자금 유입을 노린 정책이라기보다 외국인 투자 기반을 기관 중심에서 글로벌 개인투자자까지 넓히고, 자본시장 국제화를 앞당기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규모 자금 유입보다 접근성 개선 의미 커"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는 이번 조치를 해외 투자자의 한국 투자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을 하나의 국가 지수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반도체·조선·인공지능(AI) 등 경쟁력 있는 산업별 투자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한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산업이 많은 만큼 산업별 투자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해외 개인투자자의 유입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라고 하면 기관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해외 개인투자자의 다양한 산업 매수세도 기대할 수 있다"며 "국내 증시가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개인 자금까지 유입된다면 수급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레버리지 상품까지 허용하면 해외 개인투자자의 알고리즘 매매나 대규모 자금 이탈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제외한 것은 시장 충격을 고려한 단계적 개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개방은 상승장에서는 새로운 매수 기반이 되지만 하락장에서는 새로운 매도 주체가 추가되는 양면성이 있다"며 "시장 안정성을 고려한 점진적 개방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게임체인저보다 국제화의 출발점"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의 실질적인 수급 효과를 과도하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해외 투자자들이 다양한 투자 경로를 통해 한국 시장에 접근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대규모 신규 자금이 유입되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조흥래 쿼터백자산운용 대표는 "외국인들이 지금까지 한국 ETF를 살 수 없어서 한국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며 "이미 미국과 홍콩 등에 상장된 한국 관련 ETF를 통해 충분히 투자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입장에서는 코스피 ETF를 사느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핵심 종목을 직접 매수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며 "국내 ETF 거래 허용만으로 의미 있는 신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제외된 점도 거래 확대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조 대표는 "홍콩에는 이미 한국 반도체 레버리지 ETF가 상장돼 있다"며 "일반 ETF만 허용한다고 해서 자금 흐름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ETF 허용보다 외환시장 개방과 자본시장 접근성 개선 등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후속 과제가 더 중요하다"며 "최근 외국인 순매도 역시 한국 시장을 떠난 것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정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도 개선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를 단기적인 수급 호재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 시장에는 도움이 된다"며 "지금 글로벌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해외에서 한국 반도체 레버리지 ETF가 잇따라 출시되는 것도 같은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반도체 투자 쏠림 역시 글로벌 자금의 산업 재편 과정으로 해석했다. 그는 "과거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 빅테크와 매그니피센트7으로 향했던 것처럼 지금은 한국 반도체 기업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라며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해외 레버리지 상품 출시도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 시장의 국제화가 진전되는 하나의 사례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이것만으로 유의미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거나 주가를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제도의 핵심을 해외 개인투자자의 접근성 개선에서 찾았다. 단기적인 자금 유입 규모보다 해외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이용하는 방식 자체를 글로벌 기준에 맞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통합계좌의 의미에 대해서는 자국의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고, 이는 국내 자본시장이 글로벌 거래 관행에 한 단계 가까워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그동안 해외 개인투자자는 투자등록과 계좌 개설 절차가 복잡해 미국 상장 한국 ETF(EWY) 등을 통한 간접투자가 일반적이었다"며 "통합계좌 활성화로 해외 개인투자자도 자국 증권사 계좌만으로 한국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초기에는 초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대형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ETF와 중소형주까지 투자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렸지만 이번 조치의 의미는 단기 수급보다 시장 구조 변화에 있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대규모 신규 자금 유입 여부는 시간을 두고 확인해야 할 변수지만, 외국인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글로벌 투자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은 향후 외환시장 선진화와 투자 편의성 개선 등 후속 과제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추진되느냐에 따라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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