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월드컵 스트리밍에 젠슨 황…네이버 ‘PK 찬스’에 장갑 고쳐 낀 SOOP [월드컵 마케팅 방정식②]
- 포털 인프라·테크 자본력의 ‘치지직’
SOOP은 스포츠 IP 내재화로 맞서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국내 스트리밍을 양분한 네이버 치지직과 SOOP(옛 아프리카TV)의 신경전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을 기점으로 중대한 기로에 섰다. 선공을 날린 쪽은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네이버다. 수백억원을 쏟아 확보한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으로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올 수 있는 페널티킥(PK) 찬스를 잡았다. SOOP은 이런 파상공세에 그간 다져온 견고한 텃밭을 지키기 위해 고유의 생존 돌파구를 마련하고 나섰다.
스포츠 독점 중계권이 플랫폼의 체급을 바꾸는 파괴력은 이미 검증된 흥행 공식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독점 중계권을 보유한 티빙은 리그가 개막한 지난 3월 총사용 시간이 전월 대비 26% 급증하며 넷플릭스(2.8%)와 쿠팡플레이(18.7%)의 성장세를 압도했다. 지난 5월에는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의 인기 급상승 앱 5위에 오르기도 했다.
티빙 이어 네이버도 스포츠 중계 ‘올인’
중계권을 쥔 네이버 치지직의 초반 기세가 매섭다. 대한민국의 조별리그 1차 멕시코전 478만명, 2차 체코전 482만5000명의 최고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하며 신규 이용자를 대거 빨아들였다. 우리나라 경기가 아닌데도 라이벌 일본이 네덜란드와 맞붙었던 날에는 28만3000명이 몰렸다. 480만명이 넘는 트래픽이 집중됐지만, 치지직은 미리 확대한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가용량과 저지연 모드(LL-HLS) 기술로 끊김이 없는 송출 능력을 증명했다.
네이버의 무기는 단순 송출에 그치지 않는다. FIFA 공식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기 전후 전술과 선수 평점을 분석하는 ‘AI 브리핑’, 라이브 중 즉시 생성되는 ‘실시간 AI 숏폼 클립’ 등 포털의 테크 자본력을 대거 투입했다. 또 넥슨과 협업해 방송 화면 안에서 ‘FC 온라인’ 기반 미니게임을 즐기는 새로운 경험을 선보였다. 코카콜라 협업 ‘승부예측 이벤트’로 조별리그 1차에서만 53만명이 넘는 이용자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등 네이버 생태계 내 유저 결속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치지직을 키우기 위한 네이버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8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함께 치지직 생방송에 깜짝 출연해 스트리밍 문화에 놀란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치지직은 주요 e스포츠 지식재산권(IP) 확보와 함께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높은 관심이 집중되는 월드컵 중계까지 더해 이용자가 선호하는 스트리머와 팬들과 함께 시청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차별화된 커뮤니티형 시청 문화를 더욱 폭넓게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며 “젠슨 황 CEO도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즐기는 스트리밍 문화를 치켜세웠다”고 말했다.
글로벌 이벤트 중계 vs IP 생태계 확장
경쟁 플랫폼인 SOOP은 스트리머와 팬덤 중심의 ‘콘텐츠 내재화’로 맞선다. 대표적인 무기가 ‘입중계’다. 입중계는 공식 화면을 송출하지 않고 스트리머가 경기 상황을 실시간 설명하며 리액션을 더하는 방식이다. 시청자들은 경기 화면을 따로 보며 스트리머와 소통하는 ‘세컨드 스크린’ 형태로 참여한다.
체코전이 열린 6월 12일 SOOP의 대표 스트리머 ‘감스트’의 입중계 방송은 최고 동시 시청자 8만명을 찍었다. 기존 방송 중계에서 보기 힘든 스트리머 특유의 가감 없는 리액션과 실시간 채팅이 결합해 강력한 참여형 관람 경험을 만들어냈다.
SOOP 관계자는 “입중계는 스트리머가 경기 상황을 실시간 전달하고 소통하는 콘텐츠로, 이용자들이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대형 중계권이라는 하드웨어가 없더라도, 플랫폼이 가진 고유의 소통 문화라는 소프트웨어로 트래픽 유출을 방어해 내고 있는 셈이다.
SOOP이 네이버의 중계권 독점에 대응하는 전략은 단순 콘텐츠 중계가 아닌 IP 생태계의 직접적인 확장이다. 독점 중계의 신규 유입 효과는 확실하지만 이벤트가 끝나고 나면 이용자들을 붙잡아둘 요인과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창출이 숙제로 남는다. SOOP 관계자는 “다양한 스포츠 종목 연맹·협회와 협력해 생태계를 같이 발전시키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와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자신했다.
SOOP은 이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프로구단을 인수했다. 지난 5월 부실 운영 논란을 겪던 AI페퍼스 여자 프로배구단 인수를 전격 결정했다. 구단명은 ‘SOOP 수퍼스’로 확정, 신생 구단 운영 및 우승 경험을 가진 김세진 전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을 초대 감독으로 선임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SOOP 자회사 숲티비가 운영을 맡은 SOOP 수퍼스는 SOOP이 보유한 e스포츠 구단 매니지먼트 노하우를 이식받는다. 플랫폼의 라이브 스트리밍 소통 구조와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결합해 팬들이 꾸준히 참여하고 소비하는 독자적인 스포츠 IP 비즈니스를 내재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치지직, 불편한 시청 환경·저화질 제한 불만도
이번 월드컵은 양대 스트리밍 플랫폼의 비즈니스 종속 싸움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네이버가 포털의 강점을 살려 승부예측 이벤트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쇼핑 쿠폰 등 ‘커머스 및 광고 결합형’ 카드를 내밀었다면, SOOP은 스트리머 팬덤과 ‘스포츠 IP 내재화’를 방패로 삼았다.
기초 체력 면에서는 일단 치지직이 판정승을 거두고 있다. 론칭 2년 차인 치지직은 지난해 총시청 시간 510억분, 채팅 수 40억개를 돌파했고, 올해 4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311만명을 기록하며 SOOP과의 격차를 약 80만명으로 벌렸다.
다만 치지직을 향한 불만도 감지된다. 이번 월드컵 독점 중계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편의성 불만이 제기됐다. 웹 환경에서 바로 시청하지 못하고 치지직을 거쳐야 하는 불편한 환경에 더해 일부 유료화 과정에서 저화질 제한이 걸려 몰입감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 종목 실시간 중계, 현장의 생생함과 주요 장면을 담은 클립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며 “FIFA 규정 위반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 및 제재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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