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무관심 월드컵”…은행권, 마케팅도 사라진 사연은?[김윤주의 금은동]
- 응원 열기 높을수록 적금·이벤트 효과 '쑥'
월드컵 열기 식은 만큼 달라진 은행 셈법
금금융은 이제 단순한 예·적금을 넘어 플랫폼·자산관리·노후 준비까지 우리 삶 전반과 맞닿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김윤주의 금은동(금융·은행 동향)’은 금융권 현장에서 포착한 새로운 흐름과 생활 속 금융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전합니다. [편집자주]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주변에서 월드컵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에는 “나도 월드컵 하는 줄 몰랐다”, “경기 시간이 애매하다”, “선거 이슈가 더 컸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과장된 반응으로 치부하기엔 실제 분위기도 비슷하다. 거리 응원 열기는 물론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도 찾아보기 어렵다. 은행권 역시 마찬가지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만 해도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승부 예측 이벤트와 고금리 적금, 경품 행사를 앞세워 고객 잡기에 나섰지만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관련 마케팅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누리꾼들은 이번 월드컵에 대한 무관심에 공감하면서도 정치·사회적 분위기와 경기 시간대,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 중계 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대표팀 조별리그 3경기가 모두 한국시간 기준 오전에 열리는 만큼 과거처럼 거리 응원이나 단체 관람 문화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은행권에서의 분위기 변화는 뚜렷하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신한은행·SC제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당시 대표적인 이벤트 상품은 하나은행의 ‘베스트(Best)11 적금’이다. 하나은행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4강에 진출할 경우 최고 연 11.0%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내놨다.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은 승부 예측 이벤트를 진행했고, 신한은행은 자사의 배달 앱 ‘땡겨요’에서 치킨을 주문할 경우 모든 브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00원 할인쿠폰을 제공했다. 케이뱅크도 배달앱 요기요와 손잡고 할인쿠폰과 치킨세트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며 응원 분위기 조성에 나선 바 있다.
반면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관련 마케팅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인 하나은행은 올해도 ‘베스트11 적금’을 선보였다. 오는 24일까지 3만좌 한도로 판매되는 해당 상품은 기본금리 연 2.0%에 우대금리와 특별우대금리를 더해 최고 연 11.0% 금리를 제공한다. 대표팀 성적에 따라 ▲32강 진출 시 연 1.5%포인트 ▲16강 진출 시 연 2.0%포인트 ▲8강 진출 시 연 5.5%포인트 ▲4강 진출 시 연 8.8%포인트의 특별우대금리가 적용되는 구조다.
하지만 하나은행을 제외하면 은행권의 월드컵 마케팅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은행권은 이번 대회의 흥행 가능성을 과거보다 낮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응원 열기가 커질수록 상품 판매와 이벤트 참여율이 높아지는 만큼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유인이 생기지만, 이번 대회는 국민적 관심도가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비용 대비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관심이 분산된 것도 한 요인이다. 과거 월드컵이 사실상 전국민적 이벤트였다면 최근에는 e스포츠와 온라인 콘텐츠 등 다양한 여가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관심이 분산됐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축구보다 젊은 세대 접점이 강한 e스포츠 후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메인 파트너사이자 명문 구단 T1의 공식 스폰서를 맡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타르 월드컵 때와 달리 올해는 월드컵 관련 이벤트를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다”며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보다 낮다 보니 은행권에서도 관련 마케팅이 거의 없는 상황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비슷한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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