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ECB, 3년만에 금리 인상, 글로벌 ‘긴축’ 시대 오나
- 중동 전쟁 발 인플레이션 대응…예금금리 2.25%로 0.25%포인트 상향
日 금리 올리면 ‘엔 캐리’ 청산 충격 전망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해외 주요국들의 긴축정책이 본격화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연내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에서도 중앙은행 수장들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AFP통신은 ECB가 정책(예금·대출·한계대출)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올려잡았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가 금리를 인상한 것은 2023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예금금리는 2.25%, 기준금리는 2.4%, 한계대출금리는 2.65%로 조정됐다. ECB는 성명을 통해 “중동 전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야기하고 있다”며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은 충격이 어떻게 전개되고 유로존의 중기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유럽에서는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 21개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2%를 기록하며 ECB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도 4월 2.2%에서 5월 2.5%로 상승했다. ECB 역시 물가 상승 추세를 반영해 올해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0%로 올려 잡았다. 반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0.9%에서 0.8%로 내렸다.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프랑스 주요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아나톨리 안넨코프는 “올해 두 차례 추가 인상은 최소한의 시나리오로 보인다”며 “시장은 7월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하겠지만, 다수 정책위원은 9월까지 추가 데이터를 기다리길 원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의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국의 긴축 정책이 시작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을 철회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메리클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마지막 두 차례 금리 인하 시점을 기존 전망인 2026년 12월과 2027년 3월에서 각각 2027년 6월과 12월로 늦췄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그 확률을 기존 10%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스와프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약 60%로 반영하고 있다.
일본은행도 오는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로이터통신 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의 94%가 이번 회의에서 인상을 전망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에 국내 금융시장 촉각
문제는 세계적인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에도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의 금리가 올라가면 글로벌 자금이 유로화 자산으로 유입되면서 유로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일본의 금리 인상은 ‘엔 캐리 트레이드’로 직결돼 글로벌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제로 수준인 일본 금리에 기대 일본 엔화를 빌린 뒤 미국 국채나 기술주, 신흥국 자산 등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런데 엔화 가치가 반등하면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피하고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금을 회수하거나 상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 증시나 신흥국 금융시장에 묶여 있던 돈이 급격히 빠져나가며 글로벌 주가와 채권 가격이 동시에 폭락할 우려가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확대되고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더 치솟을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원화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인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만약 긴축 시대가 오고 원·달러 환율이 1600원대 선까지 위협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과 인플레이션 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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