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66조 전세대출’ 축소되나…李 대통령 지적에 금융권 긴장
- 3% 금리 적용해도 연 5조원 이자 수익
전세대출 줄면 은행 수익도 감소
1주택자 대출 금지·DSR 포함 등 고강도 대책 전망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전세대출’을 집값 상승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면서 금융당국이 관련 대출 규제를 강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규제를 강화하면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가 줄어들고, 은행권에서는 안전하게 확보했던 수익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라며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었고, 그러다 보니 전세 사기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는 전세대출을 축소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전세를 얻기 위해 대출을 일으키는 차주들이 관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실거주자를 보호하기 위해 비거주 1주택자를 대상으로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1세대 1주택자에게 주어지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의 기준이 실거주자 위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맥락을 같이 한다. 1주택자에게는 전세대출을 금지하거나, 예외 상황만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대출 자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을 적용하거나 보증 비율을 축소할 수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대출을 받은 사람이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부부합산 연 소득이 1억원인 가구에서 1년 동안 갚아야 할 대출 원금과 이자의 합이 5000만원이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50%가 된다. 은행권은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전세대출은 서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오랜 기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전면 포함하면 소득이 낮은 실수요자들이 전세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세대출은 무주택자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지 않았고, 1주택자의 경우에는 일부 조건에 따라 제한적으로 반영해왔다. 그런데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할 경우 총 대출 한도가 대폭 줄어들어 대출을 일으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축소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 보증 비율은 현행 80% 수준인데, 이를 70%로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 보증 한도에 따라 은행의 손실 규모나 가능성이 좌우되기 때문에 보증 한도가 줄어들면 은행은 그만큼 더 깐깐하게 대출을 심사할 수밖에 없다.
"전세 대출은 떼일 걱정 없는 안전 수익원…규제 강화시 은행 수익 감소"
은행권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줄어들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전세대출 잔액은 2025년 말 16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0년 전(25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5배 증가한 수준이다. 4월중 시행된 시중은행의 전세대출평균금리는 3.54~4.41%, 최저 금리로 잡아도 은행은 5조9000억원가량의 이자 수익을 얻는 셈이다. 전세대출은 은행이 전세보증금을 빌려주고 차주에게 이자를 받다가, 전세계약이 만료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구조다. 보증 규모도 80% 수준이다. 전세 사기 같은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면 대부분의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대출 규모가 줄어들면 바로 은행의 수익 감소로 연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파트 전세대출은 사실상 손실 우려가 없는 우량 채권이고, 빌라의 경우에도 대부분은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며 “전세대출은 은행의 안전한 수익원”이라고 했다. 그는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 전세 시장이 쪼그라들고 월세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은행도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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