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6300억 ‘폭탄’ 맞은 쿠팡...한 해 영업익 증발한다
- 작년 매출 1.5% 과징금 부과...역대 최대 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한 번에 기업 휘청 우려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30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이 역대 최대 규모인 6200억원대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이번 제재로 쿠팡은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과 맞먹는 손실을 떠안게 됐다. 미국 본사 쿠팡Inc의 작년 영업이익은 4억7300만달러(6790억원)이다.
개인정보 유출 역대 최대 과징금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11일 쿠팡의 안전 조치 의무 위반 및 법적 근거 없는 개인정보 수집 등에 대해 과징금 총 6246억8100만원, 과태료 1680만원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쿠팡의 기본적인 안전관리 체계 미흡이 3750여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는 게 개인정보위 측 판단이다. 개인정보위는 “유사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조치 강화와 정보주체 대상 유출 통지 실시, CPO(개인정보보호책임자)의 실질적 역할 보장 등에 대한 시정을 명령했다”며 “동시에 탈퇴회원 개인정보 처리 체계와 관련한 개선을 권고했다. 이는 3개월 내 이행 및 조치 결과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재는 지난해 11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발표한 지 약 7개월 만에 결정된 것이다. 개인정보위는 쿠팡 사태 이후 개인정보 유출 조사에 착수했다. 올해 개인정보위는 유출 외에 납치광고 등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다수 제기됨에 따라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개인정보위의 이번 발표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쿠팡이 최대 1조30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행법상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매출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쿠팡의 매출은 약 45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쿠팡에 부과된 과징금은 관련법상 과징금 상한인 1조3000억원의 절반 수준인 6000억원대다. 참여연대는 개인정보위의 쿠팡 과징금 발표 직후 “1조원대 과징금 처분이 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쿠팡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가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과징금 중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직전 최대 규모 과징금은 지난해 2300만명의 유심 정보를 유출한 SK텔레콤이 받은 1348억원이다.
매출 1.5% 과징금...괘씸죄 적용됐나
해외 사례를 보면 오히려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내놓을 수 있다. 일례로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는 지난 2021년 5억33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메타 본사가 자리했던 아이랜드의 데이터보호위원회는 총 2억6500만유로(약 3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일각에서는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진행된 청문회 등에서 국회 및 정부기관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에서 쿠팡을 수차례 언급하며 문제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과징금 산정은 피해 규모와 유출된 정보의 민감도, 기업의 조사·방해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한다”며 “쿠팡의 경우는 판단 기준이 되는 세 가지에서 모두 역대 최악의 수준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의 과징금 부과 조치가 나오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쿠팡에 대한 과도한 제재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보안 사고 한 번으로 기업의 존폐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이번 쿠팡 제재는 지금까지의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사례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이렇게 되면 향후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들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정보보안 실패 시 회사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쿠팡 측은 유출 사태에 대한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이번 제재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따져볼 계획이다. 쿠팡 측은 “쿠팡은 고객 정보보호를 매우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작년 데이터 유출 사태와 관련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명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한 설명이 개인정보위의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위로부터 공식 의결서를 수령한 후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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