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냉장고·금고·비상탈출까지…중국차의 '디테일 전쟁' [왜있을CAR]
- 꽃병부터 부양 모드까지…상식 깨는 이색 옵션 경쟁
가격 아닌 경험 승부…중국차, 상품 기획력으로 차별화
수만 개의 부품이 모여, 하나의 차량이 완성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작은 부품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작고 하찮아 보일지라도, 그 어느 하나 대체될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부품들이 차를 움직이고·길을 만들고·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지금부터, 미처 보지 못했던 부품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디테일의 악마.”
최근 중국차를 접한 업계 관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낯설거나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세부 사양을 경쟁적으로 탑재하고 있어서다. “이런 기능까지 필요할까” 싶은 옵션도 있지만, 막상 살펴보면 의외의 실용성을 갖춘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중국차의 상품 기획은 기존 자동차 업계의 상식을 넘어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커(ZEEKR)의 7X다. 이 차량에는 ‘윈도 브레이킹 시스템’이 적용됐다. 침수나 추락 등 비상 상황에서 탑승자의 탈출을 돕기 위한 장치다. 운전석 도어 패널 안쪽에 숨겨진 레버를 당기면 창문이 깨지는 방식이다. 위급 상황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 사양으로 평가받는다.
7X는 사전예약 시작 일주일 만에 누적 계약 500대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계약 고객 대부분이 6000만원 안팎의 상위 트림을 선택했다. 전체 계약 물량의 약 90%가 ‘맥스’와 ‘울트라’에 몰렸다. 두 트림의 가격은 각각 5999만원, 6999만원이다.
지커 009 그랜드는 한층 노골적으로 프리미엄 수요층을 겨냥한다. 실내에는 꽃병이 배치된다. 단순한 꽃홀더가 아니라 고급 호텔 라운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장치다. 여기에 디퓨저 시스템까지 더해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2열 센터콘솔에는 전자식 금고도 마련됐다.
비야디(BYD)는 한발 더 나아간다. 비야디의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Yangwang)의 U8에는 ‘긴급 부양 모드’가 탑재된다. 차량이 깊은 물에 빠졌다고 판단하면 기능이 작동해 일정 시간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부양 상태에서도 바퀴 구동을 활용해 방향을 바꾸거나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양왕의 전기 슈퍼카 U9은 능동형 서스펜션 시스템 ‘디서스-X’(DiSus-X)를 앞세운다. 이 시스템은 차체를 개별적으로 제어해 음악에 맞춰 차량이 움직이는 퍼포먼스를 구현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차체를 들어 올리거나 장애물을 뛰어넘는 듯한 동작도 가능하다. 실용성보다는 기술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진 기능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 세레스(Seres)는 최근 차량용 화장실 관련 특허도 확보했다. 특허에는 배기 시스템과 회전식 가열 장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거리 이동이나 특수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디테일은 국내 완성차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기술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안전 규제와 인증 절차, 법규 차이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능과 실험적인 사양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기능이 실제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완성도와 실효성 역시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구현하고 시장에 먼저 던지는 속도만큼은 중국 업체들이 확실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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