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국이 BMW인데, 강남만 벤츠…테슬라 맹추격
- BMW 전국 판매 1위에도 강남 수입차 등록 1위 벤츠
E클래스 중심 탄탄한 수요…'성공의 상징' 이미지 여전
하지만 서울 강남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전국 판매량에서는 BMW가 앞섰지만, 강남 수입차 시장에서는 벤츠가 좀처럼 왕좌를 내주지 않았다. BMW가 1위를 차지한 이후에도, 테슬라가 빠르게 존재감을 키운 이후에도 강남의 선택은 여전히 벤츠였다.
강남 터줏대감 E클래스
지난 2021년 강남구 전체 수입차 등록 대수는 4532대였다. 이 가운데 벤츠는 1613대를 기록하며 점유율 35.6%를 차지했다. 강남에서 등록된 수입차 세 대 중 한 대 이상이 벤츠였던 셈이다. 같은 해 BMW는 888대에 그쳤다.
이후에도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벤츠는 2022년 1509대, 2023년 1520대, 2024년 1590대를 기록하며 강남 수입차 등록 대수 1위를 유지했다.
테슬라가 강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2024년 테슬라는 524대를 등록하며 상위권에 진입했고, 지난해에는 927대를 기록하며 BMW(938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벤츠는 1376대로 여전히 가장 높은 자리를 지켰다.
올해 들어서는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5월까지 기준으로 테슬라는 강남에서 803대를 등록하며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벤츠는 600대, BMW는 405대를 기록했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벤츠가 처음으로 강남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BMW는 여전히 벤츠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벤츠의 강남 경쟁력을 떠받친 모델은 E클래스다.
실제 등록 대수를 살펴보면 벤츠의 강남 판매 구조는 사실상 E클래스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2021년 강남에서 등록된 벤츠 1613대 가운데 E클래스 계열은 681대로 42.2%를 차지했다. E250이 309대, E350 4MATIC이 205대로 판매를 이끌었다.
이후에도 비중은 꾸준히 40% 안팎을 유지했다. 2022년 E클래스 계열은 597대로 전체의 39.6%, 2023년에는 620대로 40.8%를 차지했다.
신형 E클래스가 투입된 2024년에는 비중이 더욱 높아졌다. E300 4MATIC 328대, E200 253대 등을 앞세워 E클래스 계열은 707대가 등록됐다. 전체 벤츠 등록 대수의 44.5%에 달했다. 지난해 역시 E클래스 계열은 629대로 전체의 45.7%를 차지했다.
벤츠 전체 판매량은 줄어드는 와중에도 E클래스 비중은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강남에서 벤츠를 선택하는 소비자 상당수가 결국 E클래스를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E클래스의 꾸준한 인기가 벤츠의 강남 지배력을 떠받치는 핵심 요인이라고 본다. E클래스는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춘 대표적인 비즈니스 세단으로 평가받는다. 경쟁 모델이 꾸준히 등장했지만 강남에서는 여전히 E클래스를 기준점으로 삼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BMW 5시리즈가 역동적인 주행 성능으로 평가받는다면 E클래스는 안정감과 품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층이 선호한다"며 "특히 강남 소비자들은 차량 성능 못지않게 브랜드가 주는 상징성과 신뢰를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은 국내에서 프리미엄 소비가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고소득층과 자산가가 밀집한 지역이라는 상징성도 강하다. 수입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는 시장이 아니라 브랜드 위상을 확인받는 무대에 가깝다.
이 점에서 BMW의 강남 성적은 흥미롭다. 전국에서는 벤츠를 제치고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지만, 강남에서는 좀처럼 벤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해 들어 벤츠를 위협한 브랜드 역시 BMW가 아니라 테슬라였다.
업계에서는 이를 상품성의 문제가 아닌 브랜드 이미지의 차이로 해석한다. BMW가 '운전의 즐거움'과 역동성을 상징한다면, 벤츠는 여전히 '성공한 사람의 차'라는 상징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벤츠코리아가 판매량 경쟁에 상대적으로 담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평가다. 실제 벤츠가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BMW에 내줬을 때도 내부에서는 브랜드 가치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딜러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벤츠 공식 딜러는 "강남 전시장은 고소득층과 자산가 고객 비중이 높다"며 "이곳에서 근무하기를 원하는 직원이 많아 영업 역량이 검증된 인력이 자연스럽게 모인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입지와 우수한 인력이 결합하면서 강남 전시장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강남 소비자들의 '신뢰'가 벤츠를 선택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강남 소비층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소비 성향을 보인다"며 "한 번 특정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면 쉽게 바꾸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강남에서는 '벤츠는 벤츠'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삼각별 엠블럼이 주는 상징성과 장거리 주행에서의 편안함은 다른 브랜드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가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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