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30초 만에 화장품 기획 ‘뚝딱’…AI와 손잡은 K뷰티의 대전환[AI, 회사를 다시 쓴다]③
- 한국콜마부터 코스맥스까지…R&D 패러다임을 바꾸다
소요 시간 3분의 1로 ‘뚝’…AI 최적화로 생산성 극대화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인공지능(AI) 기술이 단순한 소개나 상담 등의 보조 도구를 넘어 실제 사업 운영 방식과 생산성, 고객 경험까지 통째로 바꾸고 있다. 특히 뷰티와 생활가전 등 삶에 밀접한 분야의 선두 기업들은 고객 개개인의 피부 상태와 취향·생활 패턴까지 정밀하게 읽어내는 맞춤형 AI 솔루션을 전방위로 도입하며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작됐다.
기획·R&D, 데이터 기반 설계로 전환
뷰티업계에서 AI 혁신 선두는 한국콜마다. 회사는 기획과 연구개발(R&D)의 표본을 ‘경험과 직관’에서 ‘데이터 기반 설계’로 완전히 전환하고 있다. 한국콜마에 따르면 관계사인 라우드랩스(LoudLabs)가 이 표본 전환에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라우드랩스의 AI 기반 상품 기획 플랫폼은 사용자가 키워드만 입력하면 그간 축적된 방대한 R&D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 콘셉트 ▲컬러 ▲제형 ▲용기 타입까지 구체적인 기획안을 도출한다. 최적의 제형을 추천하며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중소 브랜드의 창업 문턱도 낮췄다.
화장품 기획서 한 장을 완성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던 작업을 단 30초 만에 끝내는 플랫폼을 구축, 한국콜마는 관련 기술로 국내 특허를 등록하고 해외 특허도 출원 중이다.
이러한 R&D 혁신은 세계 무대에서도 결실을 맺었다. 한국콜마가 개발한 ‘스카 뷰티 디바이스’는 스마트폰 앱으로 상처 부위를 촬영하면 AI 알고리즘이 상태를 12가지로 정밀 분석한다. 사용자의 피부톤에 맞춘 커버 메이크업 파우더와 치료제를 정밀 분사해 10분 만에 치료와 미용을 해결하는 기기다. 이 기기는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6’ 뷰티테크 부문 최고혁신상과 디지털헬스 부문 혁신상을 동시 수상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36년간 쌓아온 수십만건의 데이터와 4800여개 고객사와의 처방 경험이 AI 설계의 핵심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화장품 ODM 기업인 코스맥스 역시 R&D에 AI를 전면 도입, K-뷰티의 초격차를 이끌고 있다. 코스맥스는 특히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빠른 인디 브랜드의 특성에 맞춰 AI 기술을 적극 접목하는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혁신 사례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조색(調色) AI 시스템’이다. 인간이 지각하는 모든 색상 값을 데이터화해 수치화한 시스템이다. 연구원이 직접 실험을 거치지 않아도 새 처방의 색상을 정밀하게 예측해 메이크업 제품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기존 4회 이내에 조색이 완료되는 비율이 52%, 5~9회 소요되는 비율이 47%였다면, AI 솔루션 도입 후에는 4회 이내 조색 완료 비율이 78%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말에는 8600여종의 방대한 분자-향기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학습, 분자 구조만으로 향료 등 원료의 후각적 특징을 예측하는 ‘AI 향기 예측 알고리즘’까지 선보여 감성 영역까지 데이터 기반 설계 체계로 편입시켰다.
이러한 초개인화 맞춤 케어 흐름은 홈리빙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코웨이는 가전 기획 및 R&D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환경 분석 데이터 기반 설계’ 프로세스를 전면 도입해 제품 개발 패러다임을 바꿨다.
전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수질 및 대기질 정보, 사용자의 실생활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환경 맞춤형 필터를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교체 주기를 과학적으로 산출해 제품 설계 단계에 곧바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사전 시뮬레이션으로 개발 시행착오를 줄이고, 국가별·사용자별 맞춤 솔루션 제공 역량을 극대화했다.
패키지 소싱부터 공정 최적화까지…생산도 스마트화
AI가 가져온 대전환은 고객이 직접 체감하는 프론트엔드 서비스를 넘어, 기업의 생산성과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백엔드 공정 전반으로 견고하게 뻗어나가고 있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출시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패키지 소싱 단계를 혁신하는 글로벌 화장품 패키지 조달 플랫폼 ‘콜마패키지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패키지 사진을 업로드하면 AI가 분석해 유사한 패키지를 추천하고 조건별 필터링을 제공한다. 기존 3~6개월이 소요되던 패키지 소싱 기간이 1개월 이내로 대폭 단축됐다.
생산 현장의 자율화도 본격화됐다. 한국콜마는 정부 주도 ‘인공지능(AI) 팩토리 얼라이언스’의 화장품 업계 유일 주관기업이다. 생산계획부터 제조·품질관리·포장에 이르는 공정을 모듈화해 공정 정확도를 9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AI 자율제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AI 기반 생산 기록서 관리 시스템과 영업 부문의 AI 비서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로봇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화장품 보존력 시험 처리 속도를 기존 대비 2.5배나 높였다.
코스맥스는 생산 현장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스마트 공장 구축과 전사적 AI 체질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다. ‘스마트 조색 AI’를 메이크업 제품 제조 시 색 원료 초기 투입량 설정에 적용 해보니 기존 52%의 ‘4회 이내 조색 완료 비율’을 78%로 대폭 끌어올리며 공정 소요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현재 코스맥스 평택2공장은 생산 라인 절반 이상에 로봇을 적용해 기존 대비 생산성을 40% 향상시켰다. 회사는 향후 중국 상하이 신사옥과 태국 신공장에도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연간 생산 능력을 40억 개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다.
글로벌 화장품 연구개발 및 제조생산 전문(OGM) 기업 코스메카코리아도 AI 기반 스마트공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자체 AI 모델을 개발해 실시간 생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불량률과 생산 시간을 줄이고, 제품 레시피를 제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은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AI 도입으로 시장 변화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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