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삼천닥’ 위한 코스닥 활성화 해법은…상장 아닌 ‘퇴출’ [IPO의 새 지평을 열다]④
- [IPO의 새 지평을 열다]④
갈수록 늘어나는 동전주...코스닥에만 133개
승강제 도입·기술특례 등 사후관리 강화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올해 코스닥은 ‘천스닥’ 박스권에 갇혀 움직이면서 투자자들의 포모(FOMO·소외 공포)를 확산시켰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만포인트 시대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6월 들어서는 지수 1000선마저 내주는 등 투자 심리 회복이 더딘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장기간 시장에 잔류하는 구조가 코스닥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퇴출 강화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년간 상장사 3배 늘었지만 결과는 ‘박스권’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는 인공지능(AI)·바이오·로봇·2차전지 등 미래 성장산업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음에도 부실기업 누적이라는 비판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1000포인트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업 성과가 부진한 기업들이 시장에 장기간 잔류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렸고, 이는 코스닥 저평가와 자금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기업 퇴출 강화를 우선하는 구조개혁에 착수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으로는 ‘코스닥 3000 시대’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는 2000년 604개에서 ▲2010년 1029개 ▲2020년 1468개 ▲2025년 1827개로 증가했고, 6월 18일 기준 1800개를 기록하고 있다. 25년 동안 약 3배 늘어난 셈이다. 매년 100여 개의 기업이 신규 상장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왔지만 시장 퇴출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은 104개 수준에 그친 반면 신규 상장 기업은 528개를 기록했다. 신규 상장 기업 수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규모다. 이 과정에서 ▲실적 부진 ▲자본잠식 ▲경영 불확실성 등을 겪는 기업들이 시장에 장기간 잔류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 같은 문제는 동전주 증가에서도 확인된다. 6월 18일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는 총 133개에 달한다. 코스피의 39개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동전주는 단순히 주가가 낮다는 의미를 넘어 성장성 저하와 유동성 부족, 투자자 보호 문제를 상징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닥 시장이 그동안 ‘진입은 쉽고 퇴출은 어려운 시장’이라고 지적한다. 기술특례상장과 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통해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은 충실히 수행했지만, 상장 이후 기업에 대한 사후관리와 시장 정화 기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상폐 기준 높여 코스닥 대수술 시작
금융당국은 이런 지적들을 해결하기 위해 코스닥 구조개혁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핵심은 상장 유지 요건 강화와 부실기업 조기 퇴출이다. 금융위원회가 승인한 상장규정 개정안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된다. 또한 주가가 1000원 미만으로 장기간 유지되는 동전주 역시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포함되는 등 관리가 강화된다.
10월부터는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 ▲스탠다드 ▲관리군 등 3개 그룹으로 구분하는 이른바 ‘코스닥 승강제’가 도입된다. 기업의 실적과 시가총액·지배구조·투자자 보호 수준 등을 종합 평가해 우량기업은 상위 그룹으로 이동시키고 부실기업은 관리군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우량기업 중심의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고 투자자들이 기업의 질적 수준을 보다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수급 개선책도 병행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가운데 약 8조∼10조4000억원이 코스닥 시장에 직접 투자될 전망이다. 장기 투자 성격의 공공 자금이 유입되면 만성적인 수급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손질도 본격화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바이오와 AI, 반도체 분야 벤처기업 성장의 핵심 통로 역할을 해왔지만 일부 기업의 실적 부진과 투자자 피해 논란이 반복되면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파두 사태 이후 상장 심사 과정의 책임 강화와 상장 이후 사후관리 필요성이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기술특례 상장기업에 대한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사업 성과와 기술 경쟁력에 대한 점검을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복상장 규제 역시 강화된다. 정부는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원칙을 제시했다. 앞으로 상장사가 종속회사나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를 다시 상장하려면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최소화하고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사업 성과 부진과 투자자와의 소통 부족, 자본잠식 등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부실기업이 시장에 장기적으로 방치돼 왔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며 “이번 상장 유지 요건 강화와 부실기업 퇴출 조치는 코스닥 시장의 질적 개선과 투자자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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