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진정한 명품은 팔고 끝내지 않습니다"..불가리가 바꾸는 명품의 미래
- [LAYER by Economist]
주얼리와 브랜드를 잇는 '커넥티드 럭셔리'
디지털 패스포트 전면 확대
제품 아닌 관계를 관리하는 시대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명품업계의 경쟁 무대가 판매에서 소유 이후 경험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하이주얼리 브랜드 불가리가 디지털 패스포트를 주얼리와 워치 전반으로 확대 중이다. 단순한 정품 인증을 넘어 제품과 고객을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커넥티드 럭셔리' 전략의 일환이다.
불가리는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 테크놀로지(Viva Technology) 2026'에서 디지털 패스포트와 커넥티드 주얼 생태계를 공개했다.
적용 범위가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불가리는 출시되는 신제품뿐 아니라 지난 10년간 생산된 일부 주얼리 제품까지 디지털 서비스와 연결한다. 고객은 제품에 각인된 시리얼 넘버를 통해 제품 정보와 인증서, 보증 내역, 관리 서비스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불가리는 2024년 하이 주얼리에 디지털 패스포트를 처음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불가리 터치(Bvlgari Touch)' 앱을 선보였다. 올해는 이를 주얼리와 워치 전반으로 확대하며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기술의 핵심은 아우라(Aura) 블록체인이다.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스캔해 진품 여부와 제품 이력, 각종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다. 주얼리는 시리얼 넘버를, 워치는 데이터 매트릭스(Data Matrix)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패스포트와 연결된다.
라우라 부르데제 불가리 부CEO는 "디지털 패스포트 확대는 고객이 제품을 더욱 오래, 의미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제품의 진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깊게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가리만의 실험은 아니다. 2021년 LVMH와 리치몬트, 프라다그룹은 제품의 진품 인증과 생산 이력 추적, 고객 서비스 연결을 위해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공동 설립했다. 이후 럭셔리 업계에서는 제품마다 고유한 디지털 신원을 부여하는 '디지털 신분증' 구축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올과 로로피아나, 프라다 등 주요 브랜드들도 디지털 ID를 통해 정품 인증은 물론 원산지 정보와 수선 이력, 고객 서비스를 연결하는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제품의 희소성만으로 경쟁하던 시대를 넘어 생산부터 수선, 재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있다.
국내 주얼리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이 디지털 패스포트에 투자하는 이유는 기술 때문이 아니라 고객 때문"이라며 "구매 순간 끝났던 관계를 수선·관리·재판매까지 확장해 고객의 평생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명품이 세대를 거쳐 물려줄 수 있는 물건이었다면, 이제는 그 시간과 이야기를 함께 기록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불가리가 선보인 디지털 패스포트는 주얼리의 가치를 증명하는 기술인 동시에, 제품과 고객의 시간을 이어주는 새로운 연결고리가 또 다른 가치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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