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증시, 머니무브의 시대]④
신용융자 36조·VKOSPI 급등…과열장 후폭풍 우려
“상승장 후반부 진입 가능성”…반대매매 리스크 경계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지금 안 들어가면 평생 기회를 놓칠 것 같았어요.”
직장인 김모(34세) 씨는 최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추가로 늘려 반도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주변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스피 1만 시대가 열린다”는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되자 조급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계속 오르는데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기분이었다”며 “하루에도 수익률이 크게 움직이는 종목들을 보면서 투자 강도를 더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코스피 급등 과정에서 신용거래융자와 마이너스통장, 레버리지 ETF·상장지수증권(ETN) 등 차입 기반 투자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시장 내 레버리지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 랠리와 풍부한 유동성 기대가 맞물리며 단기 수익률 추종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현재 장세를 실적(EPS) 개선 기대와 유동성이 결합된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지수 상승과 함께 변동성지수(VKOSPI), 공매도 잔고까지 동반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내부 과열 신호도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심리 변화만으로도 차입 자금 이탈과 반대매매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만큼 단기 과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과열 지표로 꼽히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기준 올해 1월 27조4000억원 수준이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4월 29일 36조682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한 5월 15일에는 36조5675억원까지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2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6조47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잔고는 26조3644억원, 코스닥시장 잔고는 10조1079억원이었다.
변동성 지표 역시 불안 신호를 보내고 있다. 코스피가 한 달 만에 46% 급등하는 과정에서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장중 64.83까지 치솟았다. VKOSPI는 투자심리와 시장 불안 정도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일반적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향후 변동성 확대 우려가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수 상승과 함께 변동성지수까지 동시에 급등하는 현상은 시장 내부에서 과열과 불안 심리가 함께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보고 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글로벌 유동성 확대 흐름이 맞물리면서 시장에서는 ‘코스피 1만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 유진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올해 코스피 상단 전망치를 각각 1만400포인트, 1만380포인트로 제시했고, KB증권 역시 목표치를 1만500포인트까지 상향 조정했다.
상승장 속 헤지 베팅 확대…과열·불안 심리 동반 확산
다만 지수 상승 속도가 가팔라질수록 동시에 고점 부담과 과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 상승세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업종 투자심리 변화 자체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부 증권사는 최근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하며 단기 밸류에이션 부담을 지적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상승 추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수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질 경우 변동성 확대 가능성 역시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종 쏠림 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서는 글로벌 AI 투자 흐름이나 미국 기술주 투자심리 변화, 외국인 수급 방향 전환 등이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은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이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은 결국 실적”이라며 “일정 수준 현금을 확보해 리스크 관리에 대응하되, 반도체 등 실적 중심 주도주 비중까지 과도하게 줄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처럼 하루 변동폭이 커진 시장에서는 투자자 심리가 작은 변수에도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리 경로와 물가 지표, AI 투자 사이클 변화, 중동 지정학 리스크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유동성 중심으로 급등했던 종목들부터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급등한 시장일수록 반대로 조정 속도도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며 “특히 미수·신용거래를 활용한 투자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는 주가 급락 시 반대매매 물량이 한꺼번에 출회되며 변동성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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