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두 손이 자유로운 세상…AI 안경이 스마트폰 삼킬까 [스마트폰 끝내러 온 AI 안경①]
- ‘보는’ 대신 ‘듣는’ AI 글라스
AI 수요 맞물려 필수템 될까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두 손이 자유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 ‘안경’(AI 글라스)이 등장했다. 메타와 삼성전자가 잇따라 인공지능(AI) 글라스를 앞세우며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플랫폼 경쟁에 불을 붙였다. ‘AI 글라스가 스마트폰을 삼킬 것인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화 기반의 ‘AI 컴패니언’
업계는 과거 디스플레이 중심의 ‘보는’ AI 글라스를 음성 인터페이스 기반 ‘듣는 AI 컴패니언’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본사에서 개최한 ‘구글 I/O 2026’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카메라·마이크·스피커를 갖춘 안드로이드 확장현실(XR) 글라스에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결합해 사용자의 시야를 공유하고, 대화만으로 도움을 주는 어시스턴트 비전을 제시했다. 샤흐람 이자디 구글 안드로이드 XR 담당 부사장은 올가을 출시 예정인 스마트 오디오 글라스를 소개하면서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것이 아니라 귀에 비밀스럽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언제든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진영 핵심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구글과 AI 글라스 제작을 위해 협업했다. 김정현 삼성전자 MX(모바일 경험)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의 비전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내일의 삶을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며 “정밀한 엔지니어링으로 형태·기능·인텔리전스를 결합해 고객이 원할 만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구글의 AI 글라스 2종은 스마트폰 보조기기가 아닌 새로운 개인 단말로 차별화했다.
이번에 구글이 공개한 AI 글라스를 비롯해 메타가 5월 25일 시장에 내놓은 ‘레이밴 메타’, ‘오클리 메타’의 공통점은 디스플레이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제거하는 대신, 마이크·스피커·카메라와 온디바이스·클라우드 AI에 기능에 집중했다. 화면에 그래픽을 띄우기보다 사용자가 보고 있는 메뉴판·간판·사물을 카메라로 인식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음성으로 번역·설명한다. 이동 경로 안내 역시 눈앞에 화살표를 띄우는 대신 교차로·환승 시점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외국어 공부 필요없네
현재 AI 글라스 시장에서 가장 앞선 기업은 메타다. 2021년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손잡고 1세대 스마트 글라스를 상용화한 뒤 꾸준히 후속 모델을 내놓고 있다. 카메라·마이크·스피커를 통합한 음성·카메라 중심 AI 글라스와 인렌즈 디스플레이·신경 밴드를 더한 상위 모델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메타의 AI 글라스는 “헤이 메타”라고 부르면 메타 AI가 호출돼 주변 풍경을 카메라로 인식하고 “이 건물은 뭐야?”, “앞에 보이는 카페 후기 어때?” 같은 질문에 음성으로 답한다. 여기에 메시징과 실시간 번역을 붙여 왓츠앱 메시지를 음성 명령으로 보내거나 수신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상대방 음성을 실시간 통역해 들려주는 기능까지 뒷받침한다. 촬영 시에는 밝게 켜지는 LED로 프라이버시 논란을 최소화했다.
삼성·구글의 AI 글라스도 스마트폰의 ‘보조 AI 단말’로 출발한다. 제미나이를 탑재한 이 글라스는 사용자가 “집까지 길 안내해 줘”라고 말하면 스마트폰 지도 앱과 연동해 최적 경로를 찾고, 교차로·환승 지점을 음성으로 안내한다. 길거리 간판이나 메뉴판을 바라보며 “한국어로 번역해줘”라고 요청하면 카메라가 문구를 캡처하고, 제미나이가 그 내용을 읽어준다. 외국인과 대화할 때 상대방 음성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들려주는 ‘오디오 통역’ 기능도 제공한다. 사진·영상 촬영은 프레임 측면을 두 번 두드리거나 음성 명령으로 실행하고, 결과물은 스마트폰·클라우드에 저장된다.
삼성·구글 제품은 올가을 일부 시장 출시가 예고됐지만, 구체적인 가격과 AI 구독 연계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메타의 제품이 69만원부터 시작하는 것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출시 전 제품에 대한 가격 정보와 AI 구독 서비스 연계 가능성은 아직 확인 가능한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구글 글라스 실패,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AI 글라스 열풍은 2013년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구글 글라스’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구글 글라스는 1500달러에 육박하는 가격과 투박한 디자인에 사생활 침해 우려까지 겹치며 대중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착용자를 조롱하는 표현까지 등장했고, 일부 매장은 착용자 출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메타·삼성·구글의 AI 글라스는 이런 실패를 교훈 삼은 설계를 적용했다. 일반 선글라스·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디자인을 채택하고, 촬영 시 LED를 밝게 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했다. 사용성 측면에서도 거실에서만 쓰던 무거운 가상현실(VR) 헤드셋과 달리, 거리·대중교통·매장 등 이동 중에 항상 쓰고 다니는 ‘경량 일상형’ 기기로 가닥을 잡고 있다.
생성형 AI 수요와 맞물리며 AI 글라스 시장은 급격한 외형 성장을 이루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지난해 전 세계 AI 글라스 출하량이 전년 대비 322% 증가한 870만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메타의 점유율이 85.2%로 압도적이다. 올해 AI 글라스 출하량은 1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국책연구기관도 AI 글라스를 ‘디지털 정보와 현실 세계를 직접 연결하는 차세대 컴퓨팅 인터페이스’로 정의했다. 한상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가상융합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기존 개인 컴퓨팅이 손과 화면 중심으로 정보를 입력하고 소비했다면, AI 글라스는 사용자가 바라보는 대상과 환경을 AI가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구조로 전환해 사용자의 ‘시선’이 새로운 인터페이스 패러다임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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