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팔 사람은 다 팔았다”…중과 재개 후 다시 관망장세 [양도세 중과 그 이후]①
- 서울 강남권은 호가 복원·버티기, 강북은 전세난에 매매 전환
정부, 토허구역 ‘세 낀 거래’ 일부 허용하며 매물 잠김 대응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급하게 던지는 매물은 거의 빠졌고, 다시 가격을 맞춰가는 분위기예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관망 국면으로 돌아섰다. 급매물은 상당 부분 소진됐고 거래는 둔화한 가운데, 집주인들은 다시 호가를 맞춰가며 ‘버티기’에 들어가는 흐름이다.
지난 5월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전에는 급매 거래가 꽤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소진된 상태”라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기보다는 집주인들이 다시 기존 희망 가격 수준으로 호가를 맞춰가는 흐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급매 소진…강남권 다시 버티기 돌입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4년 만에 부활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관망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양도세 중과 제
도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소재한 주택을 양도할 때 기본세율 6~45%에 중과세율을 추가로 더해 과세하는 제도다. 추가로 더해지는 중과세율은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30%포인트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도 내야 한다. 이를 모두 적용하면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실효세율은 최고 82.5%까지 높아진다. 시장 일각에서는 유예 종료 직전 다주택자 매물이 대거 쏟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급매가 상당 부분 소화된 뒤 거래가 둔화하고, 남은 집주인들은 다시 버티기에 들어가는 흐름이 감지된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물 감소 흐름도 뚜렷하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5월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6만3985건으로 집계됐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직전인 지난 5월 9일(조사 기준 10일·6만6914건)과 비교해 3000건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올해 들어 매물이 가장 많았던 지난 3월 21일(8만80건)과 비교하면 약 20% 줄어든 상태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세금 부담보다 가격 방어 심리가 더 강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송파구의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0평형대 물건 기준으로 29억5000만원 수준의 저가 매물이 먼저 거래됐고, 현재는 다시 30억~31억원 수준으로 호가가 형성되는 분위기”라며 “팔려는 사람들도 결국 30억원 안팎 가격은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호가 상승 흐름을 실제 가격 반등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일부 고가 거래만 체결될 경우 평균 가격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최근 일부 단지에서는 호가가 최고가를 넘어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지만 거래량이 급감한 상태에서 일부 고가 거래만 체결될 경우 평균 가격이 왜곡되는 통계적 착시 가능성도 있다”며 “실거래 체결률과 거래량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보유세(종부세·재산세) 인상 가능성을 의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현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곧바로 급매 증가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유세가 결국 오를 것이라는 인식은 있지만 그렇다고 세금 부담 때문에 집을 급하게 처분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결국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오를지는 시간 문제라고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용산구 역시 예상보다 차분한 분위기라는 반응이 나왔다. 용산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직전에도 기존 매물 일부만 거래됐을 뿐 새롭게 급매가 쏟아진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 때문에 급하게 처분하는 분위기도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강북권에서는 전세 부족 현상이 실수요 매수로 이어지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노원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전세 물건 자체가 거의 없고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으로 계속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월세 물량도 부족해 실수요자들이 결국 매매로 돌아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20평대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혼부부와 30대 실수요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전세를 못 구한 젊은 부부들이 집을 사면서 방 2개짜리 20평대 물건은 7억원대까지 올랐다”며 “상대적으로 대출 부담이 가능한 수준에서 움직이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30평대 중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제한적이라는 분위기다. 그는 “30평대는 8억~9억원 수준이라 대출 규모가 커져 부담이 확 달라진다”며 “오히려 최근 몇 달 사이에는 20평대보다 상승폭이 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세난에 실수요 이동…시장 양극화 우려
마포구 일대에서는 전세 공급 부족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포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다주택자들이 전세를 끼고 투자하면서 시장에 전세 공급이 나왔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실거주 규제가 강화되고 갭투자가 어려워지면서 그런 구조가 많이 사라졌다”며 “현장에서는 투자 수요를 지나치게 억제하면서 오히려 전세 공급이 줄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도 양도세 중과 재개 이후 ‘매물 잠김’ 우려를 의식하며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연말까지 한시 유예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다주택자 보유 주택만 제한적으로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세입자가 있는 비거주 1주택까지 대상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 무주택자가 토허구역 내 임대차 계약이 남아 있는 주택을 매입할 경우 임차 기간 종료 시점까지 실거주 의무를 미룰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세 낀 거래’ 범위를 일부 넓혀 매물 감소를 막으려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국토부는 “발표일 기준 이미 임대 중인 주택에 한해 적용되는 것으로 신규 갭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 공백과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강남권 고가 아파트와 강북 중저가 아파트 시장 간 양극화 흐름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 동안 팔 사람은 어느 정도 다 팔았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재 보유자들은 세금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당분간은 매도보다 보유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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