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이란 전쟁 발발, 세계 질서 격변...트럼프 ‘힘의 외교’ 어디로 가나 [스페셜리스트뷰]
- 중동 확전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미국 우선주의, 동맹 붕괴 신호탄
[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공격하면서 대혼란이 야기됐다. 양국의 선제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군 수뇌부 40여명이 사망했다. 중동 정세는 대혼란에 빠졌다. 양국의 전쟁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고 중동에 있는 미군기지와 주변 이웃 국가들의 정유공장·공항 등에 무차별 보복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거침없고 예측 불가능하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력을 동원해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를 체포했다.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소유권 확보를 위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거친 발언까지 내뱉으며 나토동맹을 흔들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째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을 되짚어보고 트럼프 대통령의 2026년 대외정책 핵심인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신고립주의)과 그린란드, 미국·이란 전쟁 등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이에 따라 향후 벌어질 정치·경제적인 국제 정세 파장도 전망해 본다.
2년차 트럼프 정부의 돈로 독트린
트럼프 2기 정부의 집권 1라운드인 2025년에는 관세 보복이 핵심 과제였다. 동맹국들과 함께 보조를 맞춰 대중국 경제·안보 봉쇄정책을 추진했던 바이든 전 정부와는 달리 트럼프는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 동맹국들에 일방적이고 미국 우선주의식의 관세정책을 감행해 동맹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차별식 보호무역주의를 추진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전 세계 무역 상대국들은 세계 최대 소비 국가인 미국과 반목할 수 없었다.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를 낮추기 위해 미국에 유리한 통상 협상을 체결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달랐다. 국력 신장에 힘입어 트럼프 정부와 무역전쟁을 벌였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핵심 광물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히든카드로 꺼내 들면 트럼프 정부도 관세 보복 카드를 접을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했다. 반면 바이든 정부 시절부터 사용해 왔던 대중국 반도체 제재는 먹히지 않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자급자족 역량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무역전쟁은 잠시 휴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인 올해 돈로 독트린에 집중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이 전략적 우선순위가 서반구라는 점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트럼프는 친중 성향인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 왔다. 전통적으로 중남미는 미국의 앞마당이다. 그런데 중국이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트럼프 정부를 자극했다. 결국 트럼프는 군대를 동원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고 미국으로 압송했다. 트럼프의 ‘힘의 외교’가 서반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트럼프의 돈로 독트린은 미국 우선주의 성격이 강하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셈법이 뛰어나서 손해 볼 일은 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를 축출한 것도 석유 사업권을 되찾고 중국·러시아의 영향력을 단절시키기 위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시절부터 그린란드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올해 초 그린란드 영토를 소유하겠다고 공언해 분란을 촉발했다. 서반구에 있는 그린란드는 군사·경제적 측면에서 전략적 요충지다. 트럼프는 군사력을 동원해 그린란드를 병합할 욕심을 드러냈다. 당사자인 그린란드는 물론 소유권을 가진 덴마크도 충격에 빠졌다.
나토국가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그린란드에 군병력을 파병하겠다고 선포했으며, 트럼프 정부도 파병하는 EU 8개국에 추가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EU 집행부도 통상위협대응조치(ACI)로 맞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유럽 간에 맺었던 대서양동맹이 깨지는 위기에 봉착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트럼프가 무력을 사용해 합병하지 않겠으며, 추가 관세부과도 철회하겠다고 한발 물러서자, 미국과 나토국가 간 정면충돌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유럽 각국의 불신감은 고조되고 있다.
과거 나토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바이든 정부와 한목소리를 냈는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휴전 방식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정부에 유리한 방식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국가에 국방비 인상을 요구해 왔으며 NSS에서 “유럽 문명이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폄훼했다. 트럼프 정부와 유럽 국가 간 갈등의 골은 이제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
거침없는 트럼프 정부의 배경
트럼프 정부가 그린란드에 탐욕을 부리는 이유가 있다. 첫째, 그린란드에 매장된 약 3610만톤(t)의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트럼프가 미·중 무역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에서 서둘러 탈피해야 한다. 둘째, 미국은 중국·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골든 돔이란 새로운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린란드가 골든 돔에 꼭 필요한 지정학적 요충지이다.
셋째, 중국은 북극권을 눈여겨보고 있다. 북극권이 녹고 있어 항로 요충지로써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러 영향력을 차단하길 원한다. 넷째, 트럼프는 영토 확장에 욕심이 많다. 파나마 운하 환수에도 관심을 보였고, 가자지구에 고급 휴양지를 건설하길 원한다.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을 달라고 했으며, 과거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도 “북한 해변에 콘도를 건설할 것”을 권유한 바 있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그린란드·덴마크와 협상 중이다. 미국은 그린란드에서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협상 가닥을 잡고 있다. 그린란드가 주권 포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달인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를 압박해 희토류 등 광물 개발 협정을 체결했다. 그린란드 문제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미국에 유리한 상황으로 타결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가 향후 주변국과 국제 정세에 미치는 파급 영향을 살펴보도록 하자. 미국·나토 간 동맹관계는 균열이 커질 것이다. 바이든 전 정부는 동맹국과의 협조 관계를 중요시했다. 유럽 국가들도 미국과 함께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 디리스킹(위험 제거)정책에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향후 트럼프 정부와의 원활한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에 실망한 유럽 주요 국가들은 최근 중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평소 전략적 자율성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미국의 품속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도 중국을 방문했다. 바이든 정부하에서 미국·유럽의 연합전선으로 봉쇄됐던 중국은 이제 유럽과의 관계 회복으로 탈출구를 확보하게 됐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군사적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유럽이 미국의 핵우산 정책 속에 놓여 있어, 안보적 측면에서 미국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신뢰감이 떨어져, 유럽 스스로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려는 자강 의지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영토에 대한 욕심은 러시아와 중국을 춤추게 만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그린란드의 매입 가치가 10억달러 정도라면서 미국의 그린란드 영토 확보를 부추기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을 빌미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야욕을 비난하고 있으나, 내심 이를 반기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명분을 삼을 수 있어서이다. 2027년은 시진핑 주석이 대만을 통일하겠다고 공언한 해이다. 중국은 기회마다 대만해협을 포위하고 있다. 향후 양안 관계는 험악해질 것이다.
중남미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다. 올해 트럼프는 쿠바 등 중남미 좌파 국가들을 겨냥한 힘의 외교를 과시할 가능성이 크다. 중남미에서 중국의 대외정책 핵심인 일대일로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NSS에서 명시한 대로 중국의 영향력에서 미국 앞마당을 지키기 위해 중남미 좌파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의 화약고까지 터졌다. 트럼프는 이란 정부가 핵 개발 포기 의사를 보이지 않자, 이스라엘과 함께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 보유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은 물론 신정체제까지 교체하려고 한다. 미국·이란 전쟁이 확대돼 원유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적으로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약 17만8000원) 이상 치솟을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에는 단기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돼 있다. 올 하반기에는 시진핑 주석의 미국 답방도 예정돼 있다. 양국 모두 충돌을 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하반기부터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미·중 간 갈등의 핵심은 대만 문제이다. NSS에서도 중국 견제를 강조하고 있다.
향후 트럼프 정부는 관세정책을 여전히 활용할 것이다. 서반구에서 힘의 외교를 바탕으로 한 대외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은 물론 나토국가들과도 갈등을 빚을 소지가 다분하다. 그린란드 영토주권 문제는 국제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띄고 있다. 올해 국제 정세는 세계 각지에서 녹록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 전략·정보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마켓인텔리전스(경쟁정보) ▲경제 안보 ▲국제관계 ▲미래학 등이다. 한국외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주요 이력으로는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과장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주미국 한국대사관 참사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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