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문어발 떼어내고 AI로 승부수…카카오, ‘성장 기어’ 바꾼다[카카오의 AI 배수진]①
- 계열사 90여개로 통폐합…‘선택과 집중’ 전략 마무리
카카오톡에 ‘에이전틱 AI’ 이식, 단순 메신저 넘어 AI 플랫폼으로 체질 개선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과거 공격적인 사세 확장으로 ‘문어발식 경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카카오가 2026년을 기점으로 완벽한 체질 개선에 나선다.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인공지능(AI)이라는 단일 목표를 향해 조직 역량을 결집했던 ‘응축’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올해부터는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의 재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2020년대 초반, 카카오를 둘러싼 사회적 시선은 차가웠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더불어 150여개에 달했던 방대한 계열사 리스트는 경영 효율성을 저해하는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다. 이에 카카오는 지난 2년간 강도 높은 인적·물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카카오는 최근 핵심 사업과 시너지가 낮은 계열사들을 과감히 매각하거나 합병하며 전체 계열사 수를 90여개 수준으로 대폭 축소했다. 이는 단순한 규모의 축소가 아니라 전사적 자원을 AI 인프라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비핵심 자산 정리 이후 AI 연산의 필수 자산인 그래픽 처리 장치(GPU) 확보와 독자적인 데이터 센터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는 정부 주도 ‘GPU 확보 사업’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최신 GPU 인프라 구축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국내 AI 연구 및 개발 환경 지원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번 사업은 정부가 AI 핵심 인프라인 GPU를 민간에 지원하는 국책사업으로 카카오는 지난해 8월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카카오는 이번 사업을 통해 총 2424장의 엔비디아 GPU ‘블랙웰’(B200)을 확보 및 구축하고 이를 5년간 위탁 운영하며 국내 AI 연구 및 개발 환경을 지원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을 기반으로 대규모 GPU 인프라 구축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완공된 데이터센터 안산은 카카오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로 고집적 서버 운영에 필수적인 안정적인 전력 공급 시스템과 냉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카카오는 경기 안산에 이어 남양주에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에 약 60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약 9만2000㎡ 규모의 디지털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건축 인허가 등 행정 절차를 거쳐 2026년 착공,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디지털 허브에는 데이터센터와 함께 R&D 센터, 스타트업과 지역 주민 등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공간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카카오톡, ‘에이전틱 AI’로 무장…‘비서’가 된 국민 메신저
구조조정을 마친 카카오의 화력은 이제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진화에 집중된다. 카카오가 내세운 2026년 핵심 전략은 ‘에이전틱 AI’의 대중화다. 에이전틱 AI란 사용자의 명령에 단순히 답변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분석하고 일정을 예약하거나 상품을 주문하는 등 능동적인 과업 수행이 가능한 지능형 에이전트를 의미한다.
그 중심에는 카카오의 새로운 AI 서비스 브랜드 ‘카나나’(Kanana)가 있다. 카나나는 개별 사용자의 대화 맥락을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제안을 수행한다. 카카오는 지난 2021년 거대언어모델(LLM) ‘KoGPT’를 선보이며 AI 시장에 참전했다. 당시 오픈AI의 GPT-3를 기반으로 해 한국판 챗GPT로 불리기도 했다. KoGPT는 고객센터 챗봇에 적용됐다.
이후 2024년 카나나를 론칭하면서 본격적으로 AI 신사업을 개시했다. 카카오가 보유한 막대한 데이터와 서비스 기획·운영 경험이 결합된 카나나는 이용자의 기대를 모았다. 모바일용 초경량 LLM ‘카나나 나노’, 범용성에 집중한 ‘카나나 에센스’ 대규모 서비스용 ‘카나나 플래그’, 멀티모달 모델 ‘카나나-o’, 코딩·수학 능력을 강화한 ‘카나나 1.5’ 등을 줄줄이 공개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오픈AI와 협업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챗GPT 포 카카오'는 오픈AI와 협업을 통해 개발한 서비스다. 카카오톡 채팅탭 상단에 위치한 챗GPT 버튼을 클릭해 간단한 질문부터 복잡한 요청까지 카카오톡 내에서 대화하듯 활용 가능해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는 2월 12일 구글의 차세대 AI 기술을 활용해 안드로이드 기기에서의 사용자 경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구글과의 협력에도 나선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안드로이드 확장현실(XR) 기반의 AI 글래스용 사용자 경험과 최신 AI 기술이 접목된 안드로이드 모바일 경험을 개발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카카오는 안드로이드 XR 기반의 AI 글래스와 같은 차세대 폼팩터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 구축에 역량을 집중한다.
아울러 온디바이스 AI 서비스가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에서 원활하게 구동될 수 있도록 구글과 최적화 작업을 진행한다. 그 시작은 ‘카나나 인 카카오톡’이 될 예정이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카카오의 자체 개발 경량 AI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로 이용자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을 알아차리고 먼저 말을 거는 것이 특징이다. 디바이스 내에서 이용자의 대화 맥락을 이해해 ▲일정 브리핑 ▲정보 안내 ▲장소 및 상품 추천 등을 제안해준다. 지난해 10월부터 베타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올해 1분기 중 안드로이드 버전을 포함해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의 이러한 변신은 단순한 서비스 개편을 넘어 기업 본연의 체질을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AI 기반 테크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카카오는 ‘실용주의적 AI’로 맞불을 놨다. 무조건적인 모델 크기 키우기보다는 사용자가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능 구현에 집중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GPU 인프라를 확충하며 기술자립도를 높였다.
신뢰 회복과 윤리적 AI…남겨진 과제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가 AI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은 '사회적 신뢰' 회복이다. AI 서비스는 특성상 대규모 개인정보와 대화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과거 플랫폼 장애 사태와 경영진 리스크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카카오 입장에서, 데이터 보안과 AI 윤리 문제는 기업의 명운을 가를 중대 요소다.
정부와 규제 당국의 감시망도 촘촘해지고 있다. AI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카카오가 내놓을 보안 대책의 실효성이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또한 네이버 등 국내 경쟁사와의 주도권 싸움은 물론, 글로벌 거대 자본과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도 숙제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가진 ‘데이터의 질’과 ‘사용자 접점’의 우위를 극대화하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카카오의 2026년 선언은 사실상 ‘제2의 창업’과 다름없다. ‘연결’이라는 가치를 넘어 ‘지능적 비서’로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AI라는 근육을 키운 카카오가 과연 ‘증폭’의 약속을 지켜낼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으로 시작한 온디바이스 AI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하기 위해 구글 안드로이드와의 협업을 시작한다”며 “안드로이드 개발팀과 직접 협업하고 있는만큼 향후 카카오 생태계 내 데이터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서비스에 다양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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