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비밀 많은 韓기업이 스스로 만든 것”
- [상법 개정 후폭풍] ④
스티브 잡스와 젠슨 황이 투자자 신뢰도 높인 비결
미래보다 불신이 만든 저평가 구조
한국에서는 기업주를 둘러싸고 법과 문화 사이에 마찰이 존재한다. 법적으로는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지만, 일상적인 관례에서는 창업주와 그 가족을 실질적인 주인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괴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를 살펴보면 상당수 주요 기업의 시가총액이 자산가치보다 낮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자산가치보다 낮다는 것은 시장이 미래의 수익성을 낮게 평가하거나, 심지어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도 개편보다 중요한 정보와 소통”
그렇다면 시장은 왜 기업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가. 정부의 과도한 간섭〮잘못된 법과 규제〮높은 법인세율 등 정책적 요인이 원인일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의 주가가 낮은 이유가 오직 정부 때문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투자자들이 경영진을 신뢰하지 못하는 문제 역시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미국과 해외 주식시장의 주가 흐름을 보면, 현재 수익보다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미래 수익 기대를 높이기 위해 외국 기업, 특히 영미권 기업들은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신뢰를 쌓는다. 주주들에게 수시로 정보를 제공하고,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며 수익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밝힌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티브 잡스나 젠슨 황 같은 최고경영자(CEO)는 대중적 스타로 자리 잡았다. 투자자들은 기업 가치가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고, 경영진과 기업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면서 주가가 상승한다. 기업과 주주가 함께 이익을 얻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면 국내 기업을 보면 상황이 다르다. 투자자가 정보를 요구하면 ‘기업 비밀’이라며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주주들이 미래 전략이나 경영 책임을 묻더라도 질문을 회피하거나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또 그룹 내 다른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특정 계열사가 희생되는 경우도 있다.경영진이 주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여주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가치투자는 자리 잡기 어렵다. 결국 시장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아니라 가격 추세에 따라 움직이는 단기 투기 중심 구조로 흐르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통과된 개정안과 논의 중인 개정안에는 다양한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 필자는 이 가운데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치에는 찬성한다. 다만 기업의 미래가치를 훼손하거나 ‘1주 1표’ 원칙을 훼손하는 제안에는 반대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궁극적으로 기업 신뢰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도 고려하도록 의무를 확대하는 조치나 정보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에는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자투표제나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방안도 대체로 지지한다.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는 원칙을 강화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주주의 의결권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방안에는 반대한다. 주주를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 의무화나 자사주 의무 소각 역시 문제가 있는 조치다. 주식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기업이 배당을 하지 않고 이익을 유보하더라도 주주가 반드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자산이 늘어나면 그만큼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당 자금을 좋은 투자에 활용하면 미래 수익 기대가 커지면서 주가는 더 상승할 수 있다. 기업이 배당을 하는 이유는 투자할 만한 기회가 없거나, 경영진의 자금 운용을 시장이 신뢰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다. 자사주 소각도 마찬가지다. 투자 기회가 없을 때는 주가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의무화하면 기업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주주 이익이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와 주가를 오히려 떨어뜨릴 위험도 있다.
결국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비전과 전략, 미래 수익성을 주주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시장의 신뢰가 없다면 미래에 대한 기대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투자자들은 장기적 성과보다 단기 이익만 추구하게 된다.만약 경영진의 설득 부족이 주가 저평가의 주요 원인이라면 행동주의 펀드나 해외 펀드의 적대적 공격을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 주주들이 그들의 주장에 설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경영진은 포이즌필 등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경영진이 투자자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어떤 방어 장치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오히려 투자자를 무시할 수 있는 도구만 제공된다면 시장의 불신은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상법 개정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투자자를 적이 아니라 설득의 대상으로 보고 무시하기보다 동반자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가 없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계속될 것이고, 한국 주식시장은 단기 투기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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